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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252

산내음과 함께 부르는 설악가(달마봉과 울산바위 산행기 2009, 6, 23) 달마능선을 다 지나 흔들바위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울산바위. 그 씻은 듯 하얀 웅자(雄姿)를 내 손으로 직접 찍어 보려고 가져 와서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카메라를 찾아 파워를 누르니, 어찌 된 일인지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한다. 아무리 눌러도 먹통이다. 얼려서 가져 온 물통 옆에 넣어서 카메라가 얼었나?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그럴 수도 있단다. 배터리가 얼어서... 아쉽지만, 도로 집어넣고 눈 속에 꼭꼭 박아 넣으려 한참을 서서 응시한다. 그런데... 기가 막히다.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카메라를 다시 열어 이리저리 아무리 살펴도 도통 모르겠다. 왜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하는지... 혹시나 해서 배터리 케이스를 열어 보니, 어쩌나... 배터리가 없는 거다. 충전하느라 빼 놓고, 다시 넣.. 2009. 8. 4.
월봉산 산행(2008, 7, 25) 뒷 얘기 월봉산 산행 뒷 얘기. 말 그대로 뒷 얘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하기사 앞 얘기는 쓸 수도 없어유. 다들 그 이유는 아시지요? ㅎ ㅎ ㅎ 지난 고리봉 산행이 비로 인해 취소되었던 터라 이번엔 무조건 GO! 여름 산행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나로서는 속으로 매번 빌고 빈다. ( 뭘 비는 지는 절대로 비밀. ) 목요일 늦은 밤에 선인장님이 쪽지를 보내왔다. 월요일 일본으로 휴가를 가야 하는데, 산행인원이 적어서 걱정이란다. 속으로야 “얼렁 예약하지 뭘 망설여!”라고 쾌재를 부르고 싶었지만, 짐짓 “먼 여행길에 피곤할 텐데.... 몸 상태를 고려하세요.” 라고 여유를 부렸다. 아침에 카페에 들어가 보니, 선인장님이 예약을 했다. “휴우~~~앗싸!” 그래봐야 스물서너명. 스물서너 명 예약하신 분들 중에 내가.. 2009. 8. 4.
민주지산을 다녀와서 나는 행복합니다. --- 민주지산을 다녀 와서. 장마가 시작된단다..... 당연히 초여름이면, 오호츠크해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엔 장마전선이 형성되고, 이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지루하게 비가 내리고, 이는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폐활량이 적고, 저혈압이고, 근력이 부족한 내게는 일년중 가장 산행하기 어려운, 산행하기 싫은 계절이 바로 늦봄에서부터 초가을까지이다. 후미에서 회장님이나, 후미대장님을 속 터지게 해야 하는 나로서는 늘 고민이다. 무슨 이유를 대서 산행에 결석을 해야 하지? 당분간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을 해 볼까? 아님, 장기 여행 중이라고 속여 볼까? 아프다고 핑계를 댈까? 별의별 궁리를 다 해 본다.ㅎ ㅎ ㅎ 매 산행마다 덥다고 구시렁거리면 반.. 2009. 8. 4.
장끼의 달마능선과 울산바위 산행기(2009, 06. 23) 속초시에서 주최하는 축제의 일환으로 '달마봉 능선 걷기' 행사가 열린다. 산악회에서 달마능선을 1년에 한번 개방하며 마지막 2자리가 남아있으니 좋은 기회라면서 참석 요청을 받았다. 원래 당일 계획이 있었지만 서둘러 취소를 하고 로또에 당첨된 기분으로 멋진 산행을 기대하며 달마봉으로 향했다. 아스팔트 길을 지나 산행지 초입인 목우재 송림숲의 된비알길을 지리하게 오른다. 무더운 날씨에 연신 땀을 닦지만 간간히 부는 산바람이 어려운 산행을 돕는다. 노송 길과 벙커를 지나 능선에 오르니 화창한 날씨로 확 트인 조망이 더 없이 좋다. 저 멀리 빨래줄 같은 케이블선이 연결된 권금성, 실개천 모습의 토왕성 폭포, 고고한 자태의 화채능선과 미시령이 한 눈에 들어 오고, 그 뒤로 몇 해 전에 다녀온 대청봉과 공룡이 반갑.. 2009. 6. 23.
영남 알프스 천황산과 재약산(2008, 10, 4) --- 억새의 노래 주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억새지만, 쓸쓸한 가을날, 만산홍엽이 스산한 갈바람에 날려 간 가을 끝자락에, 마치 세월에 숱 적어진 꺼칠한 흰 머리털 인 중늙은이 같은, 황량한 높은 산에 군락을 이룬 억새들. 그 모습을 보러 난 억새평전을 가려한다.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어쩌랴. 산내음이 아니면 내 혼자서는 갈 수 없으니. 늦 여름이면 은색으로 반짝이는 매초롬한 깃을 맑은 햇살 속에 수줍게 내밀지. 한 가을의 선선하고 카랑한 빠삭이는 햇살에 매초롬한 깃 내 말려 햇솜처럼 가볍게. 기러기 북녘으로 몰려가는 늦가을의 찬바람에 온 몸 내 맡겨 멀리 멀리 씨앗 날려 보내지. 이 억새를 보러 천황산과 재약산엘 가야한다. 작년 신불산 억새 평전을 잊을 수 없어 꼭 가야한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 2009. 6. 10.
병풍산 산행기 오늘도 여느 토요일과 다름없이 산내음님들과 병풍산을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동지가 지난 후 105일째인 한식날과 청명, 식목일 전이라 그런지 산행예약 인원이 조촐하다. 예약하고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님들이 있어 7시 10분까지 기다렸지만 19명이다. 두자리를 차지하고 널찍하게 앉아 몸은 편했지만, 차안이 썰렁하니 왠지 허전하다. 그렇다고 기 죽을 산내음이 아니지! 묵직한 저음의 금송회장님 인사 말씀과 다비대장님의 꼼꼼한 산행지 설명과 새로 오신 님들의 소개가 이어지고 예쁜이 들꽃님의 따끈한 커피 대접으로 다소 쌀랑한 아침 냉기가 감돌던 차안이 훈훈해졌다. 인자무적님의 재담에 한량팬더님의 쾌활한 웃음이 또 다시 차안을 후끈하게 달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서로 친근한 유대를 맺은 우리는 .. 2009. 4. 9.
장끼의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2007, 10 , 20) 아 ∼~~ 공룡능선 그리고 천불동 계곡! 까페를 보던 까투리가 나를 부른다. 다음 산행지가 설악산 공룡능선으로 변경되었네요! 우린 포기해야겠어요........ 매 산행마다 후미 꼴찌를 못 면해, 산내음 고문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터라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산행을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인자무적 전회장이 쪽지로 공룡능선 등반로의 상태와 산행 시 배낭 꾸리기와 산행 전 몸 컨디션 조절 요령 등을 상세히 보내주면서 이번 산행에 동참할 것을 적극 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까투리의 가고픈 마음이 상승작용을 하던 차 까투리후배 산우리님이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나 또한 인터넷으로 설악산을 검색해 보면서 아름다운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의 비경에 매.. 2009. 4. 7.
덕유산(2008, 1 5) 산행기 2008년 첫 산행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일상적으로 있는 산행이지만, 새해 첫 산행이라서인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시작을 잘 해야 할 텐데..... 전날 장끼님이 오대산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 보셨단다. 산 정상에만 눈이 조금 남아 있다나.....(산행은 함께 안 해도 마음은 항상 따라 댕긴다.) 일년에 한두 번 지인들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여동생이 덕유산으로 간다고 하니, 장끼님 “ 덕유산에는 눈이 많이 쌓였을텐데.... ” 전날 늦은 밤에 뜬금없이 산도라지님이 “ 덕유산으로 가나유? ”라면서 쪽지가 왔었다. 허허허... 오대산을 덕유산으로 착각하셨나?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산내음의 한켠에서 은밀한 교감이 휘돌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역시 내 예감대로 산행지가 전격적으로 오대산에서 덕유산으로.. 2009. 3. 31.
강천산을 다녀와서...(2008, 11, 8) 매몰찬 겨울바람에 웅~웅~... 신음하는 나목을 볼 때마다 늘 불안하다. 과연 저 나무가 내년 봄에 새싹을 틔울 수 있으려나... 톡!부러지는 삭정이를 만지작거리면 주검을 대하는 듯 섬뜩하기만 하다. 부스럼 딱지 같은 생채기 속에 과연 새싹을 간직하기나 한 건가... 조마조마, 한 겨울을 보내고, 태양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낮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멀리 남쪽에서 훈풍이 불어오면, 주검 같던 삭정이 생채기 곳곳에서 꽃눈과 잎눈이 초경하는 계집아이 속살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즈음에 이르면 휴우~ “네가 살았구나...” 춘하추동 움틈과 헐벗음을 반복하는 모양이 마치 생과 사를 윤회하는 것 같다. 사계가 뚜렷한 중위도상에 사는 우리는 평생 초목들의 삶과 죽음의 반복됨을 보고 사는 셈이다. 대개 죽음은 .. 2009.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