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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강원도

장끼의 달마능선과 울산바위 산행기(2009, 06. 23)

by 장끼와 까투리 2009. 6. 23.

 

 

 속초시에서 주최하는 <설악문화제>축제의 일환으로 '달마봉 능선 걷기' 행사가 열린다.

산악회에서 달마능선을 1년에 한번 개방하며 마지막 2자리가 남아있으니

좋은 기회라면서 참석 요청을 받았다.

원래 당일 계획이 있었지만 서둘러 취소를 하고

로또에 당첨된 기분으로 멋진 산행을 기대하며 달마봉으로 향했다.

 

 

 

아스팔트 길을 지나  산행지 초입인 목우 송림숲의 

된비알길을 지리하게 오른다.

무더운 날씨에 연신 땀을 닦지만 간간히 부는 산바람이 어려운 산행을 돕는다. 

 노송 길과  벙커를 지나 능선에 오르니 화창한 날씨로 확 트인 조망이 더 없이 좋다.

  

저 멀리 빨래줄 같은 케이블선이 연결된 권금성, 실개천 모습의 토왕성 폭포,

고고한 자태의 화채능선과 미시령이 한 눈에 들어 오고,

그 뒤로 몇 해 전에 다녀온 대청봉과 공룡이 반갑다고 손짓을 한다.

 

오른쪽으로는  영랑호와  운무가 깔린 동해 바다

그리고 진행하면서 성큼 다가온 달마 대사를 닮은 달마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멋진 암릉은 나를 흥분시킨다.

  일행들 모두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들어

너도 나도 마치 멋진 설악의 작은 배경이 될 뿐인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달마봉을 지나자 신비하고 웅대한 울산바위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늠름하고 위풍 당당한 위용에 압도된다.

 

흔들바위를 지나 울산바위 산행길로 접어들면서 대학 시절 이곳 어느 바위 밑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 추억이 있어 찾아 보았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젊은 시절 생각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계속 위를 향해 올랐으나 세월 탓인지

 전과 달리 상당히 힘이 든다.

얼굴 만면에 환한 웃음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는 하산객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토마토님의 얼음 매실수와 한량팬더님의  식초를 가미한 시원한 생명수는 내 몸을

 20년 이상 회춘(?)시켜  30대의 젊음을 찾은 것만 같았다.

 

오르기 전 계단이 808개라고 해서 중국 천문산의 999개 계단도

단숨에 간 기억으로 우습게 보고 올랐으나, 계단 구간은 생각 보다는 짧았으며

                                 오히려 돌 바위와 위로만 향하는 힘든 고행 길의 연속이다.                                      

가파른 철 계단에 올라 아래를 내려 보니 아찔하고 현기증과 함께 걸음도 무거웠으나,

바로 뒤의 한량팬더님 덕분에 한층 마음이 든든하다.

 

 

 

 

 

행 끝에 정상에 오르니 지금까지의 거친 숨결은 곧 바로 기쁨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웅장한 조각품을 한 곳에 쌓아놓은 듯한 걸출한 예술작품 群을 바라보며 잠시 할 말을 잃는다.

석양 속 황금빛 암봉, 저 멀리 운무에 잠긴 동해바다, 진정 이곳이 바로 천상낙원이 아닌가! 

 

장관에 도취되어 한참을 머무른 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하산 길은 한결 수월하여 산행 초입과 울산바위 오를 때의 힘든 기억은 까맣게 잊은 채 애써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보내는 여유도 부려본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고비를 극복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힘든 산행을 마무리하고 어려움을 함께 한 산우들과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오늘 산행의 성취감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영상이 온 몸의 노곤함을 몰아내고

오히려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다가온다.

 

 

각 자치단체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주변 공원 등에 설치한 훌륭한 체육 시설물도

이것들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인이듯,

우리나라 사람 모두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삶을 영위하지만,

이곳에서 즐거움과 감동과 행복을 스스로 찾고 느끼는 자가 바로 진정한 주인인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선택 받은 자이며 선택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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