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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강원도

덕항산과 지각산(2010. 06. 05)

by 장끼와 까투리 2010. 6. 7.

 

 

5월 23일부터 5월 30일까지 터어키로 여행을 다녀 오느라 두 주를 쉬었고

날씨도 최근 들어 가장 덥다는데 오늘 까투리 죽는구나!!!

몇 년 전 비로 인해 위도行이 무산되어 산내음에서 환선굴을 왔었을 때

머리를 뒤로 훌~떡 제끼고 올려다 보며

산행 하기에 꽤나 힘들 것 같은 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는 아직 나뭇잎이 덜 우거졌을 때라 산의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서 더 험하게 보였었다.

 

 06시에 출발해서 5시간 정도 버스를 탔더니 온 몸이 뻐근하고, 멀미도 난다.

내리자마자 구심 두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산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등짝이 후끈하고 등산화 속이 뜨끈하네...

갱년기 증상인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훅~ 열감이 밀려 온다.

시차적응이 늦어 어제 저녁 잠도 두세시간 밖에 못 잤는데...

나른한 전신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뒷전에서 어기적거렸더니 산우리가 찾는다.

박쥐모양 지붕의  매표소 앞에서 사진 박으란다.

 

 

오르락 내리락도 없이 오로지 오르막을 죽을 힘을 다해 올랐다.

여기가 정상은 아니다. 잠깐 조망이 열린 곳이다.

 앞서가던 산우리가 사진 찍을만한 곳이라고 기다려서사진을 찍어준다.

그나마 나무 그늘 속이라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뒤로 보이는 산이 환선굴을 품고 있는 산인 것 같은데...

 

 힘 들어도 웃어야지...ㅎㅎㅎ

 

 

 

 

오르막 길을 꽤나 잘 가는 플라워님이 다리에 경련과 마비가 오나보다.

긴 차량 이동 시간으로 인한 피곤과 급경사로 올라채는 난코스로 근육에 무리가 왔나보다.

여러 처방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어 결국 석화회장님과 되짚어 하산을 했다.

ㅎㅎㅎ 골골 삼년. 쭈구렁 밤송이 삼년이라고 애면글면 덕항산 바로 아래 쉼터에 도착했다.

400여m만 올라가면 덕항산 정상이라는데... 어차피 올라갔다 되돌아 올 걸...

산뜻하게 포기하고 점심 먹을 자리를 마련하며

플라워님 때문에 되돌아 내려갔던 팬더를 기다리느라 

늦어지는 리아와 흑기사를 기다린다.

에구~ 웬 날벌레가 이리도 많은지... 조금 불편하지만 바람이 부는 곳에서 식사를 했다.

덕항산 표지석까지 가서 식사를 하고 내려오던 산우리가 한 장 찍어 주더니

환선굴을 봐야 한다며 서둘러 출발한다. 그려~ 어여 가그레이~~~

 

 

덕항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중간팀과 섞여서 지각산(환선봉)에서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찍는다.

전에 붓글씨를 배울 때 정성스레 써도 균형이 잘 안 맞던 글자가 幻 자다.

획수가 적을 수록 균형 맞추기가 힘이 든다.

뭐든 간단하고 간결하게 아름답기가  꽤나 힘들지...

ㅎ 집안을 꾸민답시고 이것저것 마구 사들이던 옛날 생각이 나네...

비어있음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던 빈(ㅎ 정신도 물질도) 시절이었다...ㅠ

 

 

 

 

정상에 올라 오니 내가 좋아하는 오솔길에 아직도 낙엽이 도톰하니 폭신하다.

앞 뒤로 멀찍이 떨구고 혼자서 조용히 걸으면 참 좋은 산길인데...

힘겹게 올라 온 보람이 있구나.

 

저기 멀리 고냉지 채소를 재배하는 평원이 보이네.

배추나 무우 등 김장용 채소는 늦여름에 파종해서 가을에 수확을 해야

동이 서질않고 결도 아삭해서 맛이 좋다.

물론 품종 개량도 했겠지만 강원도 고원지대가 늦여름과 가을의 환경을 대신해 주는 거다.

그래서 사계절 내내 겨울 김장김치 같은 김치를 맛 볼 수 있는 거고...

 

 비좁은 공간이지만 제2전망대에서 호세님의 동글동글하게 잘 생긴 뒷통수를 포인트로 놓고

흑기사, 팬더, 리아, 까투리는 배경이 되어 사진을 찍었다. ㅎㅎㅎ

천산님 감솨!~~~

 

 환선굴 입장 마감시간이 촉박하다고 같이 내려 오던 나이팅게일들과 가시낭구는 서둘러 하산.

난 몇년 전에 봤으니까... 그 동안 종유석이 눈에 띄게 자라거나 닳아서 없어졌을라구...

ㅎ 한 십년 후에 와도 그냥 그대로일테지...

 

제1전망대에서도 그냥 가면 서운하니 또 한방.

이번에는 호세님의 사진기가 촤르르륵! ㅎ

 

와우!~~~ 작은 천문산이네!!!

 

전에 중국 여행 때 본 천문산은 작은 비행기가 통과했다던데...

ㅎ 이 곳으로는 바람과 새와 다람쥐가 드나들고

이 곳까지 올라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사람들이 드나든다.

막혔던 가슴이 션하게 뚫리고, 귀가 뚫리고, ㅎ 대신 입은 닫치네... 흡!

닫아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이야 어쩔 수 없지!

 

누구는 난간에 걸릴 걸 걱정하지만 ㅎ 난 낄까봐 걱정이 되던데...

 

 신선이 따로 있나?

좋은 사람들과 벗해서 자연을 즐기며 여유롭게 살면 누구든 신선인게지.

속담에 "신선도 두루 박람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든지 겸손하게 견문을 넓혀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시간이 되면 환선굴을 보고 안 되면 말자 맘 먹었기에

환선굴을 그냥 지나쳐 왔지만 서운하지 않다.

뭐, 전에 이미 신선으로 변했는디...ㅎㅎㅎ

목표가 없어서 산행이 늘 지지부진한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깜량껏 한다.

산행은 목표나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기에...

 

 

난 오늘 하루도 이렇게 행복한 우리들의 시간으로 갈무리했다.

곤드레 밥이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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