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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강원도

바람의 언덕 매봉산, 비단봉, 검룡소(2011. 01. 15)

by 장끼와 까투리 2011. 1. 17.

 

매봉산(천의봉)에서 바라본 함백산.

 

 함백산은 2008년 1월 19일에 다녀왔던 곳이다.

만항재~함백산~은대봉~싸리재(두문동재)~금대봉코스로.

꾀가 나서 금대봉은 생략하고 두문동재에서 선두를 기다렸다.

 

 생략했던 금대봉에 발자국 찍고, 야생화 보러

2009년 8월 15일에 두문동재(싸리재)~금대봉~검룡소코스로.

그런데... ㅎ 길을 잃어서 헤매다가 검룡소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하산했다.

 

 놓쳤던 검룡소로 하산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안고

이번엔 피재(삼수령)~매봉산~바람의언덕~비단봉~금대봉~검룡소코스로

그런데...너무 너무 추워서 단체로 금대봉은 생략했다.

ㅎ 어쨌든 금대봉에서 쑤아발령까지는 또 생략된 건가?

 

태백시내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삼척 방향으로 해발920m의 재.

이곳이 피재(삼수령)로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 된다.

 

  이곳의 빗방울이 한강을 따라 황해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가도록 하는 분수령이라 하여

삼수령(三水嶺)으로 불리운다. 정상에는 조형물과 정자각이 있다.

 

  삼수령을 피재라고도 하는데 삼척 지방 사람들이 황지지역을 “이상향”이라 하여

난리를 피해 이곳으로 넘어 왔기에 피해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위 치 - 태백시 적각동 135번지  

 

삼수령에서 매봉산을 향해 ~

목장까지 가는 길이라 포장이 잘 돼 있네.

아이젠을 하고 포장도로를 걷자니 쇳소리가 나서 진저리가 나네.

창희가 차멀미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잘 올라 가려는지 걱정이다.

몽땅 토했으니 날도 추운데 속이 비어 어지러울텐데...

 

 

에구...천천히 갈테니 먼저 올라가라네...

금초님이 옆에 있으니 안심은 되지만 예까지 와서 산행을 못 하면 어쩌지...

진옥이가 같이 가니 일단 나랑 짝꿍은 일행을 따라가기로 한다.

진옥이가 늘 큰 의지가 된다.

진옥이나 금초님 아니면 애초부터 따라나설 꿈도 못 꾸지...

몸은 앞으로 가지만 맘이 자꾸 뒤로 가는구나.

뜨거운 물과 간식이라도 챙겨 먹고 얼른 따라와야할텐데...

 

 백두대간, 낙동정맥. ㅎ 백두대간은 알겠는데... 낙동정맥은 뭐지?

 

 낙동정맥을 검색해 보니...

태백산에서 시작하여 경상도 울진, 영해, 청송, 경주, 청도, 언양, 양산, 동래까지

이어지는 남쪽을 향한 낙동강 동쪽의 산줄기라네.

아하!~~~ 요 지점이 낙동정맥이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곳인가보다.

어쩐지... 사진발이 잘 받는다했더니... 대간의 정기가 서린 穴자리라서 그런가보다...

 

쐐~에~ 우웅~   쐐~에~ 우웅~

 

귀로 듣는 바람 소리는 요란한데 마치 투명 유리집 안에 있는 듯 바람을 느낄 수가 없네.

저 소리로만 들리는 바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태백산 칼바람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은근히 공포감이 밀려온다.

나목들 사이로 새파란 쪽빛 하늘은 평화롭기만한데...

한발짝 한발짝 공포를 대면하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ㅎㅎㅎ

 

헉!~

오르막을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공격은 시작됐다.

미처 방어태세도 갖추지 못했는데 비겁하게 선제 공격을 하다니...

네 아무리 거세게 몰아부쳐도 ㅎ네 앞에 무릎 꿇지 않으리!~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전의를 불태워 보지만 ...

 잡히기는커녕 보이지도 않는 녀석과 대적하느니...

ㅎ차라리 대자연 앞에 겸손하게 옷깃이나 여미자~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누더기에 지나지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정말 눈물이 핑~돌 정도로 찬바람이 매섭다.

적을 외면하려 최대한 몸을 돌리고 모자로 감싸보지만 역부족이네.ㅎ

마냥 바람 한 번 제대로 맞어 보자!!! ㅋㅋㅋ

 

저 뒤로 태백산, 함백산, 은대봉, 금대봉 등이 보인다.

몇년째 산을 다녀도 아직 산을 구분할 줄 모른다.

태백산이 함백산 뒤로 보일 줄이야...ㅎㅎㅎ

바다에 섬이 떠 있듯 내가 다녀온 산들이 그냥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걸로 아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그 동안 다녀온 산들을 좌표로 그려 머리 속에 넣는 연습을 해야겠다.

ㅎ 실은 태백산이 설악산 근처쯤에 있는 걸로 알았으니...ㅎㅎㅎ

학교 다닐 때 지리공부는 꽤 잘 했는데...ㅎ 시험점수만 좋았던건가? ㅋ

 

매봉산을 천의봉이라고도 하는지 정상석 앞면과 뒷면이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천의봉은 하늘봉우리를 말한다는데... ㅎ 왜 뜬금없이 天衣無縫이라는 말이 떠오르는지...

옳거니! 매봉산 즉 천의봉에서 올려다본 하늘과

멀리 사방으로 보이는 대자연이야말로 천의무봉이구나!

산정마다 흉물스럽게 서있는 인공 구조물만 뺀다면...

 

매봉산(천의봉)을 내려서 그나마 바람막이 될 듯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창희부부가 바로 뒤따라 오고 있단다.

점심을 시늉으로 먹는 사이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라도 함께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금대봉을 생략하고 쑤아발령 쯤에서 검룡소로 하산한단다.

어디서나 리더의 순간적 판단이 중요하다.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ㅎ 뭐... 금대봉까지 가자하면 못 갈 것도 없지만...

중고등학교 때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십리 이상을 걸어서 등하교했던 저력이 있거든!!!

교련시간에 제식훈련을 빡세게 받았던 세대이기도 하고...ㅎㅎㅎ

 

눈 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흰색 대형 풍력발전기가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그런데 이런 바람에도 꿈쩍을 않는다. ㅎ 남편 말마따나 고장이 나서 서버렸나?

아니면 이 정도 바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면 저 거대한 날개를 돌리는 바람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제발 바람이 약해서 돌지 않는 것이기를 바란다.

설치는 해 놓고 관리도 안 하고 방치하는 무용지물이 아니기를...

ㅎ 이국적인 관광 명물로는 그나마 쓸모가 있겠지만...

 

 

바람의 언덕..^^

 

 ㅎ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연상되다니...

바람, 언덕이라는 단어 때문인가보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겨울 방학 때 아랫목에 배 깔고 엎드려서 밤 새워 읽었던 기억만 난다.

ㅎ 전기가 안 들어와서 등잔불 켜놓고 읽다가

이불 들썩이는 바람에 불 꺼뜨리면 성냥통 찾느라 법석 떨고

깜빡 졸다가 앞 머리 노랗게 끄슬리고, 심지 타는 그을음으로 콧구멍이 시커멓게 되었었지...

에구...지금 애들은 조명도 좋은데 왜 책을 안 읽나 몰라~~~

히스클리프의 폭풍같은 사랑과 복수였는데...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ㅎ 돋보기 쓰고서~~~

 

 

 

네덜란드 동화속에 나오는  예쁜 풍차네~

 

 라만차의 사람. 돈키호테에 나오는 풍차는 ㅎ 아닌 것 같어.

돈키호테 풍차에는 돈키호테식 삶이 곁들여 있어야 하는데...

ㅎ 이 황량한 바람의 고원에서 꿈을 꾼다는 것이 돈키호테스럽긴 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겨낼 수 없는 적과 싸우며
감당해낼 수 없는 슬픔을 견뎌내고
용맹한 자도 가기를 꺼리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

부정한 악을 바로 잡고
멀고 먼 순수와 순결을 사랑하며
지쳐 쓰러지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닿을 수 없는 별에 닿는 것

이것이 저 별을 좇기 위하여 내가 바라는 것
아무리 절망적이고 아무리 멀지라도
정의를 위해 싸우고
의심하거나 머뭇거림 없이
저 거룩한 대의를 위하여
행진하고 지옥 속으로라도 기꺼이 행진하는 것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에서...

 

 

 

 

바람의 언덕을 지나 고냉지 배추를 재배하는 넓은 밭을 가로 질러서 비단봉을 향해~~~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훑고 지나가는 자갈과 폐비닐이 뒤 덮인 이 땅에 배추가 자랄까?

흙속 자양분이란 자양분은 몽땅 이미 써버린 듯 척박해 보이는데...

혹시 양축, 양돈, 양계처럼 배추를 사육?하는 건 아닐까?

아무 생명력도 없는 흙 속에 배추를 키우기 위한 사료(화학비료, 성장촉진제, 농약 등)만을 투입해서...

신토불이... 어쩔거나... ㅠㅠㅠ

사철 부는 바람아~ 부탁하노니 땅의 기운을 상실한 배추들에게 하늘 기운이라도 불어 넣어 주오~~~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위에 있는 비단봉이다.

바람이 잦아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눈 속에서도 조릿대가 싱싱하다.

볏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꽃도 핀다는데... 60년에서 100년에 한 번...

그래서 꽃을 통 볼 수가 없었나보다... 아예 꽃이 안 피는 식물인지 알았으니...

꽃을 일제히 피운 후엔 모두 죽는다고 하는데...

솔방울이 유난히 많이 달린 소나무는 생명이 거진 다 된 나무라고 한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자손을 남기려고

솔방울을 많이 만들어낸다고 한다.

늙고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병든 소나무에 솔방울이 다닥다닥 매달린 모습이

늙고 병든 소나무를 더 애처로워 보이게 했는데... 원초적 종족 번식력이라니...

 

비단봉을 내려와 이 곳 쯤에서 내려가려나 했는데...

얕은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서 하산을 했다.

이 곳이 쑤아발령인 것 같은데...

 

꼼꼼하게 사진 찍는 진옥이가 이상하게 이곳을 놓치다니...

우리등산클럽 카페 동네북님이 올려 놓으신 사진을 복사해왔는데...

혹시 동네북님이 이의를 제기하시면 즉각 삭제해야지...

 

요기서 검룡소로 하산한 것 같은데...

토요태산 카페 쥴레님이 올리신 사진을 가져 왔는데...

ㅎ 2006년에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위에 사진처럼 새로운 표지판으로 바뀌었다.

역시 이 사진도 쥴레님이 이의를 제기하시면 즉각 삭제해야지...

지나간 사람이 없었는지 길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눈 쌓인 비탈길을

선두대장님을 따라서 일렬 종대로 번호 붙이기로 인원 점검을 한 후 졸~졸~ 내려왔다.

ㅎ 하산 길은 늘 상쾌해!~~~눈이 쌓여서 넘어져도 문제 없어.

 

그 중 난해한 곳이군. ㅎㅎㅎ

살진 엉덩이 두었다 뭐해~ ㅎ 그냥 주저않아 쭈~우~욱~

 

실은 어디를 향해서 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내려왔는데 검룡소라네!~~~

재작년에 금대봉에서 검룡소로 하산하려 했는데 금대봉 지나 단체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엉뚱한 데로 하산했었는데...ㅎㅎㅎ

얏호!~~~ 웬 횡재냐!~~~남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라니!!!

ㅎ 북한강의 발원지는 북한의 내금강 어디라는데...

이 추위에도 맑은 물이 얼지 않고 퐁퐁 솟아나 앙증맞은 폭포까지 이루며 흐르다니...

여름엔 이끼가 덮이겠지...여름에 한 번 더 와봐야지...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동행한 내 짝꿍, 금초님, 창희후배, 진옥후배 모두 고마워요~~~

추운 날씨에 겁 잔뜩 먹고 시작했지만 가슴에 바람(望과 風) 가득 담았다!!!

새해에도 소망하는 일 신바람나게 하면서 행복하게 삽시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아니라 ㅎ 누구랑 같이 먹느냐가 중요한게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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