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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강원도

방태산 산행(2010. 07. 03)

by 장끼와 까투리 2010. 7. 5.

 

 

 

 

 

 

비가 오신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하절기엔 늘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피곤을 감수하고

방태산 계곡이 천하절경이라는 짝꿍이 전하는 정보를 믿고

조금 수월한 코스로 산행을 한다기에,

여름엔 힘든 종일산행을 거의 안 하는 짝꿍한테 함께 가자 하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복잡하긴 하지만 선뜻 동행해 준다.

 

 그런데... 정말 후배 말대로 너댓 시간 개고생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룡산이나 한 바퀴 돌고 시원한 냉면이나 먹는건데... 

 

 하산하는 지점 쪽으로 오늘 내가 보고 싶어하는

방태산의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가 있다니 일단은 완주를 해야한다.

아침 얼떨결 산대장 설명을 들으니 선두팀과 하산 시간에서 많은 차가 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ㅎ 잘 하면 산 위에서 선두팀을 만나서 내 로망인 선두팀과 함께 하산할 것도 같고...

 

시간을 단축하는 코스로 산행하기 위해 후미팀은 트럭을 빌려 타고 이삼십분 계곡 쪽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細雨가 내리는 듯하더니 (아마 산중턱 구름 때문인 듯.)

트럭을 타고 美山 자락을 구불구불 구름 위로 올라 개인동에 도착하니

산행하기 적당하게 하늘엔 두터운 구름과 원시림이 차양막을 쳐준다.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살다니...

ㅎ 땅을 사람 몸에 비한다면 구석구석 세균이 침범치 않은 곳이 없구나...

제발 그냥 이대로만 있어주길... 살을 파먹는 악성으로 변질되지 말고.

나는 또 다른 잡균은 아닌지... ㅠ

 

 

 

 

 

산행 시작이니 한가하게 계곡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계곡을 곱돌아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물소리가 잦아드는 곳에선 산새의 청랑한 지저귐을 들으며

상대습도 100% 숲길을 가븐가븐 ㅎ 가뿐가뿐 올랐다.

하늘을 가린 온갖 나무들엔 공기 중에 과포화로 함유된 수증기로 물이 줄줄 흐른다.

ㅎ 내 몸에 흐르는 땀은 짭짜롬 텁텁할테지만 초목에 흐르는 물에서는 달콤 생생한 맛이 날게야.

 

계곡 바위들은 녹색 이끼 옷에 안개비로 작은 투명 구슬을 장식한 듯.

손으로 살짝 스치니 낯선 손길을 느끼는지 까스스 선다.

이름 모를 꽃들이 이 구석 저 구석 늦잠에서 깨어난다. 방실!

 

약수골이라 해서 그저 맑은 옹달샘이 있나부다 했더니

산 중턱(해발1,000여m쯤) 평평한 쉼터에 1891년 함경도 사람 지덕삼씨가 발견했다는

약수 옹달샘 <개인약수>가 정말 있네!~~~

 

샘가 돌들이 온통 뻐얼건 걸 보니 철분을 함유하고 있나부다.

한 종지 떠서 맛을 보니

어라! 톡 쏘네!~ ㅎ 탄산수네... 뽀글~ 당연히 기포가 올라오겠지.

첩첩 산중 산 중턱에 위치한 덕에 고갈되거나 변질되지 않고 오래 보존될 것 같다.

아무리 약수라지만 그저 예까지 오르는 수고를 보상하는 만큼만 취하면 되지...

  

 

 조금 더 고도를 높히니 경사가 급해지고 물을 머금은 산길이 미끄럽다.

스틱으로 지탱하지 않으면 주룩~ 미끄럼을 타겠네.

같이 가는 낮의촛불은 스틱이 없이도 잘도 올라가네.

한 개라도 빌려주마 했더니 필요 없단다.

스틱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산한테는 좋은 일이지...

산에 다니다보면 하찮은 일로 보이는 아주 중요한 행동으로

자연과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들을 만나게 된다.

 

선두팀이 간 깃대봉과 방태산 주억봉 중간쯤? 지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조금 기다려 선두팀을 만나 함께 하산했으면 했는데...

그랬으면 길을 잃고 엉뚱한 길로 생고생을 하진 않았을텐데...

 

본래 계획된 길이 이 길이었다면 아주 힘든 길이라해도 생고생 길은 아니다.

골짜기를 어렵게 내려 온 안도감과 함께 한 동지감으로

 미산의 돌과 물과 초목과 하늘과 먹구름 조차도 함께 어우러져 노래할 수 있었을테니.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허망하게 내려와 시큼한 별 맛도 없는 막걸리 한잔에 털어내고...

산짐승과 씨름을 했는지 온통 상처투성이인 산장 순한 개들과 작별을 고한다.

그나마 트럭을 타고 내려오며 다 못 본 미산과 내린천을 走馬看山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무료했던 서너 시간.

배낭에 기대 주차장 바닥에 누워 얼굴을 덮은 모자 망 사이로 보이는 하늘.

오늘 하루를 그나마 기억에 남게 할, 헛되지 않게 할 황홀한 하늘이었다.

먹구름이 밀려 가며 벗겨지는 저 위에 새파란 하늘로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

서서히 지는 햇살을 빗겨 받은 내린천 산골짜기가 곰스란히 음영을 드러낸다. 몽실몽실.

 

가끔 이렇게 뜻밖의 시공에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래서 나는 오늘도 허망함을 달래며

내가 태어난 <처음 그날처럼> 내일을 기다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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