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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강천산을 다녀와서...(2008, 11, 8)

by 장끼와 까투리 2009. 3. 23.

 

 

 

매몰찬 겨울바람에 웅~웅~... 신음하는 나목을 볼 때마다 늘 불안하다.

과연 저 나무가 내년 봄에 새싹을 틔울 수 있으려나...

톡!부러지는 삭정이를 만지작거리면 주검을 대하는 듯 섬뜩하기만 하다.

부스럼 딱지 같은 생채기 속에 과연 새싹을 간직하기나 한 건가...

 

조마조마, 한 겨울을 보내고, 태양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낮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멀리 남쪽에서 훈풍이 불어오면, 주검 같던 삭정이 생채기 곳곳에서 꽃눈과 잎눈이

초경하는 계집아이 속살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즈음에 이르면 휴우~ “네가 살았구나...”

 

춘하추동 움틈과 헐벗음을 반복하는 모양이 마치 생과 사를 윤회하는 것 같다.

사계가 뚜렷한 중위도상에 사는 우리는 평생 초목들의 삶과 죽음의 반복됨을 보고 사는 셈이다.

대개 죽음은 우리를 비통에 빠뜨리고, 절망케 한다.

이 비통함을 피할 길이 없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신은 우리에게 초목를 선물하신 것이 아닐까.

난 각 계절이 절정에 달하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과 사에 조금씩 대범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강천산이다.

산행지로 정해지면서 처음 들어 보는 산이다. 흐흐흐... 당연하지. 아는 산이 얼마나 된다고...

아침에 다비대장님이 조목조목 상세하게 소개를 했지만, 건진 게 없다. 후후후...

건성건성, 꾸벅꾸벅, 소곤소곤... 공부 못하는 학생이 대개 그러하듯.

이 글을 쓰면서 여기저기 뒤져보니, 강천산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이라 용천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1981년 1월7일 한국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길이 76m의 현수교가

지상50m높이에 설치되어 있고, 신라 진성여왕 때(887년) 도선국사가 세운

강천사라는 절을 품고 있단다.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한 고장인지라 홍보차원인지 전라도 인심이 후하기 때문인지

입장료 일천원을 내니, 고추장 샘플을 한 개씩 나누어 준다.

화장품도 샘플은 진짜 품질이 좋다던데...

나뭇꾼회장님 특유의 과장된 그러나 밉지 않은 아첨(큭!).  기분 좋게 한 개 더 얹어 주신다. 

어느 교회 신도들이 야유회를 왔는지 많이 들어 본 찬송가를 부르는 앞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시끌벅적 떼거지 사진을 박고, 준비 운동할 공간이 없어

막바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무지개님과 키사랑님 부부가 행방불명이란다.

아마 옆구리로 올라가라는 말을 못 듣고 직진을 했나보다.

아무튼 공부 못 하는 애덜은 꼭 표시를 낸다니깐. 호호호...

꼭 선생님 번거롭게 하더라구요. 후후후...

 

 만만하게 봤더니, 올라채는 들머리가 힘겹다. 요런걸 바로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는건가?

싫증이 날 만하니, 평탄한 뒷동산 길이다.

낙엽으로 폭신한 오솔길을 룰루랄라 깡총거리며 해작거린다.

칫! 왕자도 아닌 것들이 왕자봉엘 다녀 왔단다. 하낫두 안 부럽거든요!

맛나게 점심을 먹고, 봉우리를 옆구리로 지나니 얼마나 좋던지...

실은 보이는 봉우리를 곧바로 올라가는 줄 알고 내심 얼마나 걱정했는지...

 

앞서가던 몇 명과 만나 산내음 정예 삐~이조가 완성되었다.

시몬님과 낮의촛불님이 함께 하니 당연히 정예다. 이유는 다 아실게요. 호호호...

금성산성을 따라 나란히 나란히 걷다가 에이~조가 간다는 광덕산을 바라보니 참말로 고소하다.

니네 고생깨나 하겠구나.......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 오니, 대나무 숲 속에 은행나무가 마치 군계일학처럼 멋지다.

 

나무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늘 감탄한다.

황금빛 잎사귀가 발밑에 밟히는 것이 아깝다.

 

학창시절, 가을이면 은행나무 잎사귀 하나 책갈피에 끼워 넣어 보지 않은 이는 없으리라.

 

샛노란 도톰한 잎사귀. 마치 고액권 지폐를 만지는 듯. 감촉이 뽀듯하다.

 

진녹색의 댓잎과 황금색의 은행나무잎의 조화. 차마 발길을 뗄 수가 없다.

 

고개를 뒤로 젖히니 눈이 부시다.

오오~~~ 오묘한 자연의 마법이여...

 

 

 

 

 

 

 

 

구장군 폭포와 성 테마 공원. 무진장 잘 어울린다. 원초적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

아무튼 기 받았다. 후후후...

구름다리를 건너려 계단을 부러 올랐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인가?

핑계대기 가장 만만한 예산 때문인가? 썩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다.

좀 더 경관과 어울리게 연구 좀 하시지...

바닥에서 낭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웃음치료 연습 중이라나.

구조물 못지않게 거슬린다.

인간은 왜 여럿이 모이면 무식해지고 용감하다 못해 꼴불견이 되는지.... 원....

산내음 우리 님들을 본 받아야 하는데....

 

 

 

 

 

 

 

 

 

 

 

 

 

 

 

 

 

 강천사 절 마당에 도착하니 단풍이 절정이다.

가슴앓이를 되게 했는지 단풍나무 잎사귀는 핏빛이다.

주욱 벋어 젊잖게 살아 낸 듯 은행나무는 풍요로운 황금빛이다.

만 개 등불 매달고, 소망 빌어 소지 올리는

늙은 감나무 잎은 다 떨어졌지만, 따뜻한 붉은 색이었으리라.

저 자연의 오묘한 빛깔을 도저히 말로 글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가장 정확하게 내 전공을 살리자면, 단풍나무 잎 색깔이고,

은행나무 잎 색깔이고, 감나무 잎색깔이지.

일조량이 적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둥치는 내년을 살아내기 위해

 저 아름다운 잎사귀들을 포기하겠지...

혹 계절을 재촉하는 비라도 오시는 날엔 철철 흐르는 눈물, 빗물로 숨기고 훌훌 털어

 모두 떠나 보낼테지...

 

 

날 기억해줘 한 순간이지만

우리들 사랑했다는 걸

너와 나눈 사랑은 참 삶보다 짧지만

내 추억 속에 사는 사랑은 영원할 테니까

꼭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날들을... ---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나무는 이렇게 윤회를 거듭하면서 다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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