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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덕유산(2008, 1 5) 산행기

by 장끼와 까투리 2009. 3. 31.

 

 

 2008년 첫 산행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일상적으로 있는 산행이지만,

새해 첫 산행이라서인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시작을 잘 해야 할 텐데.....

 

전날 장끼님이 오대산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 보셨단다.

산 정상에만 눈이 조금 남아 있다나.....(산행은 함께 안 해도 마음은 항상 따라 댕긴다.)

일년에 한두 번 지인들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여동생이 덕유산으로 간다고 하니,

장끼님  “ 덕유산에는 눈이 많이 쌓였을텐데.... ”

<난 몰러!~ 재일씨가 데려다 주는 대로 갈겨!~>

 

전날 늦은 밤에 뜬금없이 산도라지님이 “ 덕유산으로 가나유? ”라면서 쪽지가 왔었다.

허허허...  오대산을 덕유산으로 착각하셨나?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산내음의 한켠에서 은밀한 교감이 휘돌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역시 내 예감대로 산행지가 전격적으로 오대산에서 덕유산으로 변경되었다.

금송 회장님이 조심스럽게 좌중의 동의를 구하면서, 실제로는 은근히 꼬드기는 압력(?)에

우리는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줍은 듯 편안한 웃음과 멋진 목소리에)

곤돌라 이용료로 5000원이 추가되었지만,

겨울산행의 진수는 눈꽃산행이라면서,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도올 일일대장님의 산행코스 설명은 A4용지 한 장 값도 안 됐다.(흐흐흐.....)

 

작년, 산내음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덕유산을 왔었던 것 같다.

철석같이 믿고 따라 들어왔는데, 반디님은 미리 연락도 안 주고 산행에 결석이었다.

(산행예약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몰랐으니....)

마치 의지가지없이 집성촌에 흘러들어 온 타성바지처럼 외로웠던 것 같다.

산행 장비나 옷차림, 준비물 등 모든 것이 서툰 때라서 더 춥고, 더 고생스러웠던 것 같다.

산행이 즐겁다기보다는 그냥 하루 아주 과한 다리 운동과 눈요기 약간이 전부였었다.

그 때의 내 처지를 생각하면, 산내음에 처음 오거나, 산행이 처음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해 주고, 분위기에 잘 적응할 때까지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다.

혹 과잉친절로 인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곤돌라를 타고 보니, 해돋이님과 나뭇꾼님은 작년에도 함께 탔었다.

당시 공포에 질려서 눈을 감고 계셨던 해돋이님이 올해도 짝꿍님 곁에서 눈을 못 뜨신다.

산내음의 만물박사이며, 멋쟁이이신 해돋이님의 굴욕(?)장면에 안 그래도 흔들거리는

곤돌라가 웃음으로 한 바탕 일렁인다.

그 속에는 나뭇꾼님이 계셨다!~ ㅋㅋㅋ

큼큼거리면서 거침없이 느물거리는 나뭇꾼님의 입담에 누군들 안 웃으랴~~~

 

곤돌라에 나눠 타고 도착한 우리는 산행에 적당하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하루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비원(悲願)을 담아 단체 사진을 찍는다.

선두 중간 후미로 자신들의 체력과 취향에 맞게 대열을 나누면서 눈 덮인 덕유산을 오른다.

 

땅 위에 거하는 모든 것들 위에

공평하게 내려주신 임의 깨끗한 선물.

자신의 생김새대로 순하게 받아

감당할 만큼 이고 진 모습들

아! 거룩함이어라.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눈에 담기 벅차서, 말로 표현하기 넘쳐서, 가슴에 품기 미진해서,

그 아름다운 장면을 조금이라도 남겨 두려고, 다투어 사진을 찍었다.

오늘따라 산내음 전속기사 두분(시몬님과 호세님)이 결석을 하시고,

가져 온 사진기마저 추위에 배터리가 얼었는지 작동이 안 되어,

중간과 후미팀을 해피투게더님 혼자서 감당하시느라 바쁘시다.

멋진 장면은 따로 찍어서 산내음 산 그림책에도 올려야하는데....

점심 식사 시간에 계란말이 한 개 더 얹어 드리고,

오렌지 한 조각 먼저 권해 드리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했을 뿐이다.

 

하산 길은 마치,

별유천지 환상의 세계에서 노닐다,

사바세계로 돌아 가야만하는 그네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었고,

심신을 소세(梳洗)하고,

안식처로 되돌아 안겨 가는 이들을 위한 환송의 꽃 터널이었고,

물로, 수증기로 변해 사라질,

雪 본연의 모습을 아쉬워하는 순백의 정염(情炎)이었다.

 

아름다움에 지친 우리들은

인자무적님의 멋진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방금 다녀온 아름다운 雪세계 속으로

혼곤하게 빠져 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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