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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마이산 산행(2010. 04. 17)

by 장끼와 까투리 2010. 4. 19.

 

무심천에 벚꽃이 활짝 피었단다.

내 휴대폰이 무뎌 사진도 못 받던 몇 년 전엔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내 주기도 하더니

휴대폰을 새로 바꿔서 이제는 사진을 받을 수도 있는데... ㅎ 그 동안 사랑이 식었나?

설마...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꽃을 보는 마음이 변했겠지... ㅎㅎㅎ

지난 주에 바다와 어우러진 진해 벚꽃을 나 혼자만 즐기고 왔더니 심통이 나셨나...

 

 몇 년 전에 여고 동창들과 도깨비 일본 여행을 갔다가 들렸던 동경 우에노 공원의 아름드리 벚나무와 

하얀 꽃잎이 성근 눈발처럼 시나브로 날리는(시기적으로 꽃이 질 무렵이었던 때라) 공원 마당에서

말로만 듣던 스태츄 마임 공연을 처음으로 본 신기했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꽃의 만개 시기가 지나 축제 열기가 식어서 그런가 오히려 조용한 공원 분위기와 듬성듬성 시들어 남아 있는 꽃과

성글게 날리는 꽃잎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다소의 외로움에 섞여 참 좋았었는데...

 

 해방 후 사구라꽃이 일본 국화라고 오래 된 벚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렸단다. 아까워라...

몇 년 전에 중앙청 건물을 헐어낸 일에 비하면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때 정략적으로 많이 심기도 했다니 애꿎은 벚나무들이 화를 당했나보다.

그런데 어떤 식물학자는 원래 벚나무의 자생지는 한반도(제주)인데 

일본 사람들이 가져가  일본 국화로 삼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니 벚나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꽃은 꽃으로만 보고 즐거워 하면 그로서 족한 것이 아닐까...

 

'이번엔 진해에 이어 마이산 탑영제와 탑사 길의 벚꽃을 보겠구나...' 기대를 했는데.

벚꽃은 이제 겨우 몽우리만 맺었을 뿐이고, 산 위 진달래는 활짝 펴지도 못하고 심술 추위에

이미 꽃잎이 떨어져 내렸거나 얼어서 오그라들어 곧 떨어져 내릴 것 같았다.

고원 지대라 기온이 낮아 개화가 늦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예년에 비해 늦어도 너무 늦은 것 같다.

덕분에 마이산만을 오롯이 감상할 수는 있었지만. 다 좋을 수는 없는 게지...

 

 마이산을 배경으로 떼거지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마이산이 보이질 않으니 생략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나만 빼고는 모두 잘도 올라 가네.

산우리도 오늘은 화엄굴인가를 꼭 가고 싶다고 하더니

일찌감치 속도를 내나보다. ㅎ 아마 느림보 언냐랑 가다가 탈출 신세가 될까봐...

가시낭구 조차 오늘은 안 보이네... ㅎ 아마 실수하고 있는 것 같다. ㅎㅎㅎ

리아, 호세와 카르멘, 도올, 석화. 그리고 비실비실 까칠한 老雉 한 마리.ㅎ

오늘 장사 안 되네... ㅎ 그런데... 에스델과 숙영씨가 힘이 드나부다. 

중간팀으로 가다가 뒤처져서 여유만만팀에 합류를 한다.

잘 됐네. 안 그래도 쬠 허전했었는데... ㅎ 사진 찍느라 여유를 부리는 114luck까지...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덩어리 역암으로 되어 있어

마치 콘크리트 혼합물을 부어 굳힌 것 같다.

꺼칠꺼칠한 표면 덕에 미끄러지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있어 좋네.

오륙년 전 쯤 남편과 벚꽃이 다 질 무렵 탑사와 수마이봉의 화엄굴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기에

서둘러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ㅎ 나 참...마음이 문제인가. 몸이 문제지...

광대봉에 오르니 암마이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ㅎ 실은 산을 다 내려 와서야 암마이봉인 걸 알았으니...  수마이봉으로 산행 내내 착각.

버스 안에서 얼떨결산행대장이 설명을 했고, 옆에 앉은 산우리가 덧붙여 설명까지 했건만...

요런 걸 두고 마이동풍이라 하는 건가?  ㅎㅎㅎ

 

 

광대봉에서 내려 오는 길에는 난간이 있어 의지가 되기는 하지만 꽤나 위험하다.

크고 작은 돌 부스러기가 있는 경사면이라 잘 못 하면 돌부리에 걸리거나 미끄러질 것 같다.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어 잠깐 지체되기도 했지만, 조심스럽게 진행하느라 더디다.

날렵한 사람들은 속이 터지기도 하겠다...

뒤에서 어떤 녀석이 계속 재촉하며 불평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나이가 꽤 드신 노 부부가 바로 내 앞에서 내려 가셨고, 나 또한 그 분들과 별 다를 바 없고...

내 뒤에 천천히 따라 내려 오던 도올이 듣다 못 해 "그만들 하시죠!" 한마디 한다.

본인들도 미안했던지 조용하다. 잠깐만 배려를 하면 될텐데...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안전하게 위험한 길을 내려 설 수 있었다.

 

 

내려서서 올려다 보니 아찔하다. 내려 올 때는 저렇게 급경사인 줄 몰랐는데.

혹시 점심을 먹는 중간팀을 만날 수 있으려나 싶어 부지런히 진행을 했지만

결국엔 여유만만팀끼리만 점심 식사를 했다.

에스델이 예쁘게 담아 온 과일로 후식까지 맛나게...

팔각정 전망대를 앞두고 에스델과 숙영씨가 힘이 드는지 탈출을 하고 싶다네.

호세님은 꼭 와 보고 싶었던 산이라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지만 기어서라도 완주를 하고 싶다네.

카르멘이야 부창부수일테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야 충분히 완주 가능할테고...

순간. 내가 탈출대장을 해야 하나? ㅠ

도올님이 나선다. "내가 두분과 함께 탈출하겠습니다. 까투리님은 그냥 진행하세요!~"

따라 가기도 탈출하기도 둘 다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그래! 가보자! 

고마운 도올. 대한민국 막강 해병대 출신인디...늘 후미에서 탈출대장을 도맡다시피 했으니...

짱돌!~ 고마워유~~~ㅎㅎㅎ

 

 추울까봐 겨울바지를 입고 왔더니... ㅎ 확 벗어 버리고 싶네...

다리도 무거운데 바지까지 허벅지에 감기다니... 에구... 남편 말대로 얇은 바지를 입을 걸...

아무튼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지...ㅎㅎㅎ

자연이 만든 산 봉우리조차 절로 생겨나지는 않았을 터,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우주가 내는 거대한 소리부터 미물이 내는 작은 소리까지

다 들어주려 물 속을 헤집고 하늘을 향해 솟지 않았을까...

그렇담 제발 요즘 우리들이 빠져있는 슬픔을 귀담아 들어 주세요~~~

그리고 이 혼란스런 변고를 鎭安(鎭撫)해 주소서...

진안(鎭安) 마이봉(馬耳峯) 고원에서 까투리가 소망합니다...

 

 전망대 팔각정으로 오르는 계단이 지체되어 서 있으려니 

오른쪽 능선에서 오던 사람들이 전망이 아주 좋으니 꼭 가 보란다.

힘 든데 그냥 올라갈까 하다 고개를 옆으로 쑥 빼고 앞을 보니 우아!~~~

 암마이봉을 필두로 몇개의 봉우리가 일렬로 도열해서 인사를 한다. 이히힝!~~~ㅎㅎㅎ

아무리 갈 길이 급해도 보고 가자~  팔각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과 사뭇 다르네.

뭐든 비슷한 눈높이로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암마이봉을 점점 키워가며 진행하다 옆을 보니 탑영제가 저 아래 보인다.

벚꽃이 활짝 폈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다음에 또 와야할 구실이 생긴거지. 뭐. ㅎ

어서 내려가서 탑영제에 비친 마이산의 멋진 그림자나 봐야지.

서둘러 하산하면서도 암마이봉의 신기한 타포니의 생성에 대해 궁금증이 난다.

 

이웃 전공과목이라 집에 와서 검색을 해봤다.

 

바다 모래가 섞인 역암이 오랜 세월 물이 스며들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기계적 풍화와 빗물에 의한 화학적 풍화로

안에서 자갈 사이의 충진물이 분리되어 자갈이 떨어져 나가 타포니를 형성한다고 한다.

암마이봉의 집단적 타포니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현상이란다.

ㅎ말 귀에 생긴 피부병인 줄 알았는데... ㅎㅎㅎ

 

 

가을 들판에 벼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고, 마이산에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사람이 덜 붐비는 평일 다시 한 번 와봐야지...

이 곳에 많은 돌탑을 축조한 이갑룡처사의 기행(奇行)과 이적(異跡)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자료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바람 소리에 조차 귀가 트인 사람이 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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