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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달마산 산행 2010. 04. 25

by 장끼와 까투리 2010. 4. 26.

 

4월 3일. 두륜산(한듬)을  등 뒤에 가까이 두고 주작 우익을 오르내렸었지.

한듬이가 듬직하게 등받이가 되어 준 덕인지 생각보다 힘 들지 않았었지.

4월 24일. 오늘은 두륜산을 저 멀리 앞에 두고 달마산을 오르내림해야 한다.

이번엔 한듬이 저~기 앞에서 내 오르내림을 지켜봐 줄 것이다.

산은 믿음(신뢰, 사랑, 헌신, 자비)이다.

 

달마산의 암봉을 병풍으로 두른 단아한 사찰 미황사(美黃寺)^^

 

남해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489m) 서쪽에, 우리나라 육지의 사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자리한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세워졌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말사이다.

1692년에 세운 사적비에 의하면 749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설화에 의하면,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금의인이 황금으로 번쩍거리던 것을 기리기 위해

미황사라고 했다고 한다.

서해바다로 지는 화려한 낙조와 수려한 달마산을 배경으로 한 미황사는 

방문객들에게 늘 즐거운 풍경을 제공해준다. 

우선 뒤편의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위치에 알맞은 규모로 자리잡은 절터와 

대웅보전의 앉음새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 문화재 - 대웅전(보물947호), 응진당(보물 1183호), 괘불(보물 1342호

 

미황사 주차장에 내려 새벽 6시부터 4시간여 차를 타고 온

피곤함과 지루함을 간단한 체조로 풀고, 해우소를 다녀와 산행 준비를 한다.

그런데...후각신경은 해우가 되지 않는구나...

이 도처의 구린내만 없애도 세상은 살 만할 긴데... 쯧.

산 위 갯쥐똥나무에서 나는 구린내는 그린(green)내더구만...

 

 미황사 뒤로 올려다 보이는 저 산을 왼쪽으로 진행한단다.

휴우... 저기까지 올라 가려면 힘들겠구나...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먼 곳이니 절 구경은 해야지...

 

절 마당으로 오르다 보니 왼편에 능수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잔설 속에 암향(暗香)을 뿜어내며 고고하게 피어나는 매화에 흐드러지다는 표현이 천박하지만

사월 하순, 화창한 햇살 아래, 다 펴서 시들기 직전의 선홍색 겹매화는 나른하게 요염했다.

ㅎ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가지가 더욱 더...

 절 마당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자하루 앞에서 달마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올 봄엔 맑은 날이 드물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3월엔 맑은 날이 단 삼일 뿐이었단다.

4월도 하루 종일 화창했던 날이 드물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맑고, 기온도 적당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전라도 황토 땅이 충분한 수분을 함유해서 그런가 더 비옥해 보였다.

해남... 고산 윤선도로 대표되는 해남 윤씨의 종가 고택과 녹우당이 우선 생각나는 곳이다.

언제 한 번 꼭 가봐야 할텐데... 여기서 가까운 보길도 세연정도 아름다운 곳이지...

비옥한 황토 땅과 한반도 남단에 위치해 해양성 기후로 날씨가 온난하고,

바다를 접하고 있고 수려한 산세까지 합세하여 정말 살기 좋은 고장같다.

ㅎ 이곳에 연고만 있다면 살고 싶은 곳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남편이 힘들어 하네...몸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둘이만 뒤쳐질까봐 무적한테 전화로 일단 SOS를 보내 놓았다.

둘만 남았는 줄 알았는데 ㅎ  남섭씨가 뒤 따라 올라온다.

 

땀을 뻘뻘 흘리고 힘이 드나보다. 예전엔 펄펄 날라 다녔다던데...  

에구... 몸무게 줄여야 혀! 무릎도 아껴서 써야 하고.

선배님과 함께 히말라야 트래킹을 해보자는데 ㅎ 같이 가고 싶기야 하지만

폐활량이 워낙 남들보다 적으니 고산지대에서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을 것 같다.

함께 가면 듬직하니 의지가 될 터인데... ㅎ 병태씨도 함께 가면 안 걸어도 될테고...

요샌 밥을 조금 먹어서 배낭 속에 날 집어 넣고 가기엔 벅찰긴데...ㅋㅋㅋ

 

 이렇게 지둘려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늘 고맙다.

힘든 중에도 사진은 찍고...ㅎㅎㅎ

 

요런 바위틈은 꼭 비집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지.ㅎ

우스개 소리에 정신없이 웃다가는 머리를 찧기도 하지...

어디든 머리를 숙이고 끝까지~겸손해야 하는데...ㅋㅋㅋ

그 틈바구니에 사진까지 박느라고...ㅎㅎㅎ

 

앞에 섬들이 가로 막아서 그런가 바다라기 보다는 큰 강같은 느낌이 든다.

해산물과 농산물 등 물산이 풍부하니 살기에 더 없이 좋은 땅이구나.

전라도 음식이 푸짐하고, 인심이 후한 것이 다 이런 연유이리라...

 

날씨 좋고, 바람 시원하고, 경치 아름답고, 내 몸 건강하고, 옆지기 함께 하니... 행복하다.

딸과 사위가 생신 선물로 사준 연두색 셔츠가 참 잘 어울리네...

ㅎ 멋져유!~~~

그런데...내 어두운 셔츠 덕에 더 멋져 보이는 것 아실랑가?ㅎㅎㅎ

 

 

 

 

 

 돌틈 진달래는 다 펴 지려하고, 새순은 막 돋아나려하네

억겁을 사는 저 바위도 비와 바람에 모양 다듬었을진데...

피고 지는 자연 따라 순하게 살다보면 인생 또한 아름다우리.

 

저 돌탑이 있는 곳이 달마산 정상인가보다...

하늘과 더 가까워지려는 지극한 바람 때문일까...

사람들은 가장 높은 곳에 서서도 더 높은 곳을 바라나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던데...

 

 기왕지사 올라 왔으니 소원 하나 빌어야지...

무엇을 빌었냐구요? ㅎ 절대 비밀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비밀 한가지는 무덤까지 가져 가야 한다네요. 호호호...

 

여유만만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진 한 장 박고...ㅎ

여러분들!~ 이렇게 건강해서 오래오래 함께 산행 합시다!!!

달마산 정상에서 까투리가 소망합니다...

특히 여보!~~~ 건강하게 오래 삽시다...

그리고... 사랑해요!~~~

 

 

저 멀리 관음봉은 ㅎ 그냥 가늠하면서 사진 속에나 담아야지...

잠시 쉬며 여유만만팀의 진행을 상의하는 동안.

여기까지 종군 사진 기자를 하던 발빠른 산우리와 후미에서 어슬렁거리던 금초님은

어느새 ㅎㅎㅎ  저 작은 봉우리를 올라 가고 있었다.

별유산 때는 두근두근이 산우리 따라 가느라 반쯤 실신 상태였고,

마이산 때는 연대감이 쓰리 쿼터s쯤 실신 상태였는디...

ㅎ 오늘 금초님은 거의 초죽음 상태가 아닐까? ㅎㅎㅎ

 

 조~기 아래서 옆길로 내려 가는 줄 알았는데,

관음봉 앞에 작은 봉우리를 홀랑 넘어 가서야 탈출로가 있었다.

 

 

새로 장만한 사진기로 멋진 경치를 담느라 정신없는 낭군 지둘리느라 뒤쳐진 카르멘,

긴 다리에 여유롭게 거의 ㅎ 게으르게 해작대는 느림보 올리비아 핫세,

산 그림자 드리운 아름다운 달마산  뒷 모습에 정신을 빼앗긴 까투리.

호세님의 좋은 카메라만 믿고 들이 밀었다.ㅎㅎㅎ

 

 얼른 오라고 재촉하는 장끼님만 속 터지는 거지 뭐...ㅎㅎㅎ

걱정 마소!~~~ 하산에는 나르는 꿩이니께!

뒤 돌아 보고 또 돌아 보며 아쉬워 발길이 안 떨어지네...

석양의 달마산은 나그네를 징허게 붙드는구나...

놔라!~ 가야한다!  가야 또 온다. 보내야 다시 맞듯.

 

하산 길엔 돌도 많다. 발 밑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여지없이 자빠지겠다.

아름다운 달마산과 멋진 조망을 두고  차마 하산을 아쉬워하는  중생들에게

뒤 돌아 보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건 아닌지...

ㅎㅎㅎ 해몽이 그럴듯하군... 이렇게 생각하면 덜 힘드니까...

 

마치 정으로 쪼아낸 듯 두툼하게 떡떡 떨어진 거대한 바위들이 쌓여 석재 공장 마당 같네.

 마른 이끼가 마치 바위에 황토색 페인트를 칠한 것도 같고.

아직 태양의 체온이 남아 있는 바위에 엉덩이 싸이즈대로 골라 앉아 숨을 고른다.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저이들은 맞는 싸이즈가 없나보다. ㅎㅎㅎ

너무 작거나 커서...ㅋㅋㅋ

 

안도감과 뿌듯함과 한가로움.

그리고 동지애.

 

비자나무와 소나무,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진 숲 속에선 나무 냄새가 났다.

 연신 나무내를 맡으며 킁킁대는 남섭씨 말대로 맨발로 걷는 길을 조성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얇은 옷 차림으로 물병만 달랑 가지고

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생기(피톤치드 등)와 흙의 기운을 느끼는.

 

뿌리혹박테리아의 공생으로 천연 질소비료를 만드는 콩과 식물 자운영(꽃말-행복) 

紫雲英 --- 보라색 구름꽃부리. 이름도 예쁘다.

연두색 이파리에 연보라 꽃들이 낮게 핀 모습이 마치 보라빛 구름이 피어 오르는 것 같다.

엷게 안개가 낀 새벽이나 달빛 환한 밤엔 환상의 화원이리라.

남도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아... 추억으로 남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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