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10. 05. 01) 봄에 다녀온 무등산.
당시엔 안양산을 거쳐 백마능선, 장불재, 입석대, 서석대, 중봉, 중머리재 코스였다.
이상 저온으로 오월인데도 무등산 산정은 여전히 겨울 분위기였지만
주변 산들은 다양한 초록 색상의 파스텔화처럼 아름다웠었지...
빛고을 광주를 품어 안은 무등산의 위용과 천연기념물465호인 입석대와 서석대의 신비로움이
꽤나 긴 산행의 힘든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았었다.
나만 다녀온 곳 중에서 정말 좋은 곳은 남편과 꼭 같이 가보고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산을 즐기는 사람들 산악회서 간다니 함께 따라 나섰다.
창희후배 부부와 윤영이, 진옥후배, 우리 부부.
눈 덮인 무등산과 입석대, 서석대의 눈꽃을 사진으로 보니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ㅎㅎㅎ
다른 사람들은 새인봉으로 오르는데 우리는 체력과 시간을 아끼려고
증심사를 거쳐 중머리재로 향했다.
증심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에 속한 절이다.
신라 헌안왕 4년(860년)에 철감선사 도윤이 처음 세운 절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 선종 11년(1094년)에 혜조국사가 중수했으며
1443년(세종 25) 전라도관찰사 김오(金傲)가 자신의 녹봉으로 다시 고쳐 지었다.
그 뒤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없어지자 1609년(광해군 1) 석경(釋經)·수장(修裝)·도광(道光) 등의
선사들이 다시 지었고, 그 뒤에도 개,보수를 거듭하다가
1951년 한국전쟁 때 대부분의 건물이 전화로 불에타 없어져,
1970년에 크게 증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물로는 대웅전·오백전(五百殿)·명부전(冥府殿)·회심당(繪心堂)·
학산장서각(鶴山藏書閣)·요사채 등이 있다.
증심사 일원이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비로전에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대한민국의 보물 제131호이다.
날씨가 조금 풀린다는 예보가 있긴했지만 계속 추웠던 터라
옷을 너무 많이 입었더니 덥다.ㅎㅎㅎ
바람이 거의 불지 않으니 눈만 없다면 봄 날씨로 착각할 만큼 따뜻했다.
껴입은 옷을 벗으니 시원하고 몸이 한결 가뿐하다.
속세의 번뇌도 이와같이 벗으면 가뿐하려나? ㅎㅎㅎ
누가 벗겨줄 수도 없는 일이니 스스로 알아서 내려 놓아야하는데...
證心寺를 예전엔 澄心寺라고 했다는데...맑은 마음...
남녘으로 여행을 오면 한겨울에도 녹푸른 대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하늘로 곧게 뻗은 대나무를 보면 곧은 기상으로 겉과 속이 깔끔하게 정돈된
단아하고 청렴결백한 선비를 보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하다.
혼불에서 최명희님은 대는 속이 비어서 제 속에 바람을 지니고 산다고도 표현하셨다.
조선 말기의 가객 안민영은 대를 이렇게 읊기도 했다.
백초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으리라
젓대는 울고 살대는 가고 그리느니 붓대로다
구트나 울고 가고 그리는 대를 심어 무삼하리오
동네 한 가운데가 아닌 무등산 오르는 길 당산나무(느티나무)---수령이 500여년이라네...
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쪽빛 하늘이 참 곱구나야!~~~
冬天이지만 차거운 느낌보다는 맑아서 포근한 느낌이 드네...
빈가지가 불그레~ 홍조를 띄운듯.
새인봉 능선이 보이는 중머리재
바람이 제법 불어 땀을 식혀준다. 조금 더 지체하면 한기가 들겠다.
잠깐 숨만 몰아쉬고 저 위에 보이는 장불재를 향해서~~~
가까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거리다.ㅎㅎㅎ
드뎌 장불재!!!
마치 지리산 장터목 같은 느낌이다.
산 위에 이렇게 넓은 광장이라니... 무등산의 덩치를 알 수 있겠다.
바람이 세차다.
산안개가 빠르게 이동한다.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눈가루가 날린다.
사방이 희뿌옇게 변하니 마치 연무 속에 갇힌듯하다.
서둘러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장불재 인증샷을 하고 입석대를 향한다.
오우!~ 입석대! 여전하구나~~~
쭉! 뻗은 위용이 범상치 않은 바위들이다.
호남 명사들의 대범한 기상이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리.
학문과 예술과 무예 등 각 방면에 탁월한 호남 인재들을 키운 것은 무등산이리.
부럽다. 이렇게 품 넓고 서기어린 무등산에 안긴 빛고을이...
이무기가 승천했다는 승천암을 배경으로.
눈이 덮여있어서 본 모습이 잘 안 나타나넹. ㅎ
야후 청마님 블로그에서 가져다 붙였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원작자 청마님이 이의를 제기하신면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저~기 뒤로 안양산과 백마능선이 보여야 하는데...
백마능선에 가을이 오면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억새꽃이
마치 산정을 내달리며 휘날리는 백마의 갈기와 흡사하다는 백마능선.
안양산 공룡등줄기를 살짝 내려서면 이 능선길에서
무등산이 한 눈에 바라 보였는데...
작년에 이곳이 고향인 해오름 친구들이 가져온 막걸리와
홍탁을 먹던 생각도 나넹.ㅎ
엉덩이 걸치고 사진 찍는 이곳이 서석대 꼭대기일텐데...ㅎㅎㅎ
아래서 올려다 보면 대단하지만
천길 폭포도 위에서는 작은 하천에 불과하기도 하고,
솟구친 암봉도 올라가 보면 그냥 너럭바위에 불과하고,
높은 산도 올라가 보면 평평한 공터에 불과하지.
인생길도 마찬가지. 막상 올라가보면 그저 그럴뿐.
올라가는 과정에서 보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동물과 초목과 바위와
목을 축여주는 작은 옹달샘, 새소리, 바람소리, 맑은 햇살에 감격하면 족한걸...
바로 지금 이곳에서 나랑 그대랑 행복하면 그뿐이지.
입석대보다 높고 햇살이 덜 드는 곳이라 그런지 서석대엔 눈꽃과 서리꽃이 폈다.
매서운 바람과 차갑고 습한 공기와 새벽이 피우는 꽃.
아침 햇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꽃.
열매 맺어 자손을 퍼뜨릴 수도 없는 꽃.
봄비에 젖어 추하게 바닥에 뒹구는 모습도 없이 산화(승화)하는 꽃.
아름다워 꽃이라면 꽃 중에 꽃은 바로 서리꽃이 아닐까...
산 아래서 올려다 보면
해질 무렵에 석양을 받으면 서석대는 마치 빛나는 수정같다던데.
마치 서기를 발하는 것 같은 서석대의 모습은 어떨지ㅎ 상상만해 본다.
정월 대보름 달맞이를 이곳 장불재나 서석대에서 한다면 장관이겠지?
조정권 시인의 산정묘지가 생각난다...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
.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
.
저 아래 가야할 중봉이 보인다.
제자리서 180도 돌아 ㅎㅎㅎ 가야할 중봉을 배경으로.
중봉이다!~~~
빛고을 광주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상스레 하늘은 흐린데
광주 시내는 마치 부분 조명을 하는듯 도시 전체가 밝다.
그래서 빛고을이라 부르는 건가?
아무튼 명산인 무등산 품속에 안긴 빛고을이 부러울 따름이다.
중봉을 지나 동화사터로 가는 능선길
정해준 하산 시간이 촉박해서 서둘러 걸었더니 대퇴근육이 뻐근하다.
아까 서석대 오를 때부터 아팠는데 혹시 쥐가 나면 어쩌나 싶어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보폭을 조절한다.
무등산 정상과 중봉을 흘끔흘끔 뒤돌아 보며,
좌측 전방으로 광주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걷는 순한 능선길이 너무 좋았어라~
요기서 조금 내려 가니 동화사 터 옹달샘이 나오고
아래로 하산하는 길이 토끼등이란다.
토끼등처럼 가파르지만 다행이 눈이 쌓여서 위험부담이 덜하다.
얏호!~~~
이제 다~ 내려왔다!~~~
만만치 않은 산행을 무사히 마쳐서 행복하다.
진옥이와 창희 짝꿍이신 금초님 덕분이다.
윤영이도 애 썼다!~~~
ㅎ 그런데... 내 짝꿍은 어디로 간겨? ㅎ 벌써 내려갔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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