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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강진 덕룡산 두번째 산행(2011. 03. 26.)

by 장끼와 까투리 2011. 3. 28.

 

 

 

 춥던 겨울바람 산 넘어가고, 봄바람이 산 넘어오리라.

그러면 강가에 있는 느티나무는 눈부신 새 잎을 틔워 달빛을 부르고,

소쩍새는 찾아오리라.

 

거칠고 험한 세상을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은,

나를 불러줄 고운님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리라.

 

새로 오는 봄길 따라 ‘총총총 달려도 와줄’ 고운님을 찾아서 길을 나서리라.

그대에게 나도 가리라.

 

위 글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이 박두진 시인의 <靑山道>에 부치신 글입니다.

 

 

 

 

 

 

 

 

 

 

 

 

 

 

 

 

 

 

 

 

 

 

 

 

 

 

 

 

 

 

 

 

 

 

 

 

 

 

 

 

오소재에서 소석문까지 힘차게 굽이치며 이어지는 날카로우면서 장엄한 주작의 능선은

마치 거대한 봉황 한 마리가 망망대해 앞에 움찔 멈춰 숨을 고르다

이내 날갯죽지에 잔뜩 힘을 실어 비상하려는 모습이다.

 

전 구간을 다 밟아보진 못 했지만 주작과 덕룡의 장쾌한 능선 위에서

막 비상하려는 봉황의 응집된 상서로운 氣를 세 번씩이나 받았으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온 몸뚱어리를 다 써서 오체투지 하듯 힘들게 넘었어도

고운님들과 함께 오르내린 주작 덕룡 험한 능선은

내겐 즐거운 놀이동산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 살아갈 인생길 또한

고운님들과 함께 하는 놀이동산이기를 소망해 본다.

 

천상병 시인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생떽쥐베리가 어린 왕자에서

“너의 장미꽃이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너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듯이,

우리들이 서로에게 이토록 고운 것은

서로를 위해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고,

 

김춘수 시인이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했듯이

우리들은 서로서로 불러줄 고운님이며,

봄길 따라 총총총 달려도 와줄 고운님이다.

 

 

눈이 부시게 햇살이 반짝이는 봄날 아침에

꿈인 듯 다녀온 덕룡산 사진들을 다시 보며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ㅎㅎㅎ 종알거려 봤네요.

 

이로써 산행 뒷 얘기글을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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