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여고 동창들과 청남대 나들이가 있어서
설악산 흘림골, 등선대, 오색약수 코스의 산행에 남편만 다녀왔다.
몇 년 전에 남편과 함께 갔던 곳이지만 또 가고 싶었는데...ㅠ
이번 주엔 함께 가자고 하니 뱀사골 하산 길이 너무 길어 안 간다네...
ㅎ 까짓 길어봤자 얼마나 길겠어... ㅎ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8시간여의 산행이 무리였던지 신열과 몸살로 고생 좀 했다.
에구... 5시간이 넘는 산행은 이제 피해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재일이가 23일만에 해가 나왔다고 하네.
ㅎ 긴 산행에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양이 없다면 이 지구 상에 생명체는 존재할 수가 없다.
빛이나 공기처럼 수고 없이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인해
인간은 고마움도 모르고 존재를 얻었다.
그런데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태초 인간의 탄생이 인간의 의지가 아니었는데.
만물의 존재에 순서가 있기는 한 건가.
그냥 내 던져진 것들끼리 적당히 살아가는 게 아닌지.
고로 인간이 다른 모든 것들(무생물이든 생물이든) 보다 우월하지 않다.
성삼재 하늘은 금방 비라도 뿌릴 듯.
그예 오시려거든 머리만 함초롬히 젖을 정도로 오셨으면...
성삼재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인데... 어디지? ㅎ 방향치라서...
창희랑 화장실에 다녀와 단체 사진도 마다하고 선두로 노고단을 향해 내달았지만...
노고단 대피소까지...ㅎ 겨우 후미를 면했다.
안개 자욱한 대피소 앞에서 성삼재에서 못 찍은 떼거지 사진을 남기고.
ㅎ 여기선 안개지만 산 아래서 보면 먹장 구름 속일긴데...
물이란 참 묘하다. 온도에 따라 태를 바꾸니... 것두 3태로...
그런데 물이 태를 바꾸지 않으면 지구상 생물 대부분은 생존이 어렵다.
ㅎ내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만해도 한 두가지가 아니니...
하긴... 태를 바꾸지 않는 것이 하늘 아래 뭐가 있을꼬?
태는 변해도 본질이야 변할리 없지만...
에구... 변하는 것도 많다!~ 아구... 머리 아퍼...
오늘 산행 거리가 엄청 길다. 내 걸음으로 8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힘도 절약하고 시간도 절약하려 노고단은 생략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조망도 없을 것이니... 몇 해 전에 올라가 봤으니...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돼지령 가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한 곳.
함께 산행을 하던 낮의촛불(배 열)의 한 줌 재가 노고단에 뿌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도 어디서 불쑥 씨익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데...
사람 사는 것이 이리도 허망하다니... 오만가지 생각이 구름처럼 일어나 흩어진다...
돼지령인가? ㅎ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돼지령이 틀림없다.
멧돼지가 자주 출몰해 돼지령이라는데...
평평한 곳이고 맑은 날엔 조망이 좋아 사람들 발길에 많이 훼손이 되었는지
아니면 돼지들의 체력 단련장? ㅎㅎㅎ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쳐 두었고, 야생화와 억새도 심어 놓았다.
가을에도 참 좋겠다...
임걸령을 향해서...
임걸령. 임걸이라는 의적의 이름을 붙인 곳이라는데...
지리산은 산과 계곡이 깊어 이 곳에 터전을 두고 살았던 사람들의 사연도 깊으리라...
아늑하고 샘물도 있어 터전을 이루기에 천혜의 요지이리라.
임걸령에서 반야봉으로 가는 가파른 길에서 잠깐 옆길로 나와
구름 걷히는 산자락을 감상하고.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가 보이지 않는 계곡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낭랑하다.
낮게 깔린 먹장 구름 위에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보이네.
산에 올라 구름이 이동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
인생살이가 하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또한 지나가리니... 구름처럼...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목. 노루목.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이라...
ㅎ 여인의 둔부를 바람처럼 스칠 만큼 득도한 사람만 오라는 건가?
하긴... 반야봉이니...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
에구... 난 지혜가 부족해 여기서 하산하옵니다...ㅎㅎㅎ
올라간 넘들은 지혜가 있단 말인가? ㅎㅎㅎ 체력이 된다는 말이것지...
아무튼 반야봉까지 간 사람들이 부럽다...
언제쯤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을 수 있으려나... ㅎ 바람이 된 후에...
노루목에서 지나 온 노고단을 배경으로...
아직도 노고단은 구름 속에 잠겨 있네.
ㅎ 많이도 왔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
반야봉을 생략하고 삼도봉에 도착.
그런데 함께 오던 창희가 어디로 가버렸다...
노루목 전에서 놓쳤는데 잘 가고 있겠지... ㅎ 누구를 걱정하는지... 참...
아저씨는 반야봉 선두를 지둘린다고 남아 있고
우리는 서둘러 하산 길로~
ㅎ 구름 바다 위에 솟은 절벽이네...
화개재로 가는 길.
안개가 짙어 몇 발짝 뒤에 떨어지면 으스스~~~
함께 가는 이들이 있어서 안심...
갑자기 멧돼지라도 나타날까봐 정말 무서웠다. 속으로 떨었다. ㅎ
옛날에는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없었으니
걷는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지름길이 필요했을 것이다.
너와 내가 공평하게 중간 지점에 물물교환 장터가 생기고.
ㅎ 주막집은 고갯마루에 자리잡고.
애달픈 전설도 생겨나고...
예전에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엔 ㅎ 대놓고 이름 지어 붙인 장터목이라는 곳이 있었다.
산 아래가 더워지면서 안개(구름)는 걷히기도 하고,
기류를 따라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뭉게구름이 되기도 하고.
하얀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상쾌하다.
햇살은 계곡을 환하게 밝히고.
물소리는 계곡을 우렁우렁 흔드는데.
이 산객 계곡을 탐코져하나 시간이 없구나.
산수국이란다.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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