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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전라도

전남 장흥 천관산(2011. 10. 22) --- 산내음 따라서

by 장끼와 까투리 2011. 11. 4.

 

 

 

최근 들어 일기예보가 더욱 정확해졌다. 

 오늘 만큼은 오보이길  간절히 바랐건만 ~~~ ^^ 

 하기야 그간 빈발하는 오보로  원망도 많이 했었지...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한 것 같다.

우산을 쓰고 솔밭공원에서  버스에 오르자 산행 목적지인 장흥을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중간지점  휴게소를 지나면서  비는  그쳤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먹구름과 함께 잔뜩 찌푸린 날씨로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오늘 산행지는 호남의 5대 명산(내장산. 내변산, 월출산, 지리산, 천관산)인 천관산으로

기회가 되면 꼭 가고 싶던 산이다.

내가 특히 남해안 주변 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청정바다와 아름다운 섬을

덤으로 볼 수 있어 그 가치를 더 함이다.

 

산행지에 도착하니  어느새 먹구름은 사라지고 전형적인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과 맑은 날씨가

마냥 산우들의 마음을 부풀어 놓는다.

심기사가 새로운 코스를 추천하여 원 코스를 변경해서  출발~~~

(탑산사주차장-거북바위-연대봉-환희대-구정봉-종봉-선인봉-장천제)

 

거북 바위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숨이 차더니 곧 눈 앞에 완만한 능선길이 나타난다.

능선길 양편으로 관목과 억새가 어우러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은 더 없이 상쾌하다. 

땀을 닦으며 잠시 돌아보니 날씨 덕분에 조망도 더 없이 좋아

순간 한폭의 동양화속으로 빠져버린다.

 

저 아래 황금빛 들녘과 짙푸른 코발트 빛의 바다,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더없이 다정스럽다. 

또  파란 하늘 바탕 위에는  어느 옛 서사시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수 많은 군사와 동물등 온갖 형상을 가진 하얀 구름들의 운무가 펼쳐진다.

내가 지금 보는 광경은 꿈도 아니고 상상한 그림도 아니다.

 

행복감에 도취되어 한 없이 마음도 푸근해져 마치 도인이 된 기분이다.

소문을 들어 기대는 했으나 정말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고,

새삼 삼천리 금수강산이 자랑스러워 마음이 뿌듯하다.

 

능선길로 이어지는 오르막 정상 연대봉에 올라 숨을 가다듬으며 사방을 둘러본다.

주변에는 봉화대의 흔적이 남아있어 왜적에 대한 수난의 역사와

 조상들의 애환을  생각하니 숙연해 진다.

 

저 아래 보이는  금강산과 형상이 똑같다는 환희대와

구정봉의 절묘한 기암과 암릉군(群)들,

연대봉에서 환희대로 이어지는 넓은 평원의 거대한 은빛 억새군락이

바람에 물결치는 장관에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모르게 감흥에 젖어 동심으로 돌아가 경관에 환호하는 젊은 산우들과 힘께 어울려

 사진 촬영과 담소를 나누며 이내 자연 속에 푹 빠져버린다.

 

주변 절경 속에서의 식사 또한 화려한 메뉴와 함께 즐겁고 식욕이 넘쳐 과식하는가 싶었다.

식사 도중에 우리 산악회에 처음 나온 여자분이 신기한 듯이  나를 보고는 

김일성과 꼭 닮았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한바탕 웃는다.

원~ 쑥스럽고 민망해서 ㅎ ㅎ ㅎ 하필이면~~~

 

하산 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으로 시간적으로는 조금 길었으나  여유롭게 도착하니 

선두팀들이 반갑게 맞는다. 

이어  산우들과의 시원한 막걸리와 곁 들인 묵 안주는 일품으로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웠으며

산행의 피곤함도 순간 녹아버린다.

 

잠시 오늘 하루를  회상해 본다.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이 있던가? 

음!  김삿갓의 싯귀가 떠오르는구나~!       "수수산산허허기(水水山山虛虛奇)"

 

자연 속으로 돌아가 삼라만상 모든 것을 비운 듯 하니 정신이 순화되며

마음도 편안해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우리 범인(凡人)들에게는 이만해도 충실한 수양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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