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인가? 산내음 산악회에서 팔영산을 간다고 했다는데...
당시 인자무적 회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다고 했다는데...
ㅎㅎㅎ 난 산악회를 따라서 산행하는 것이 여전히 서툴 때라서...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 조차 없는데...
아무튼 유럽 여행 날짜와 겹쳤기에 팔영산 산행을 놓쳤단다.
기억력이 좋은 짝꿍 말이니 아마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산내음에서 보길도를 간다는데, 우리는 작년에 웰빙산악회를 따라서 다녀 온 곳이다.
하루 코스도 아니고 무박이라, 또 가기도 부담스럽고
일박이나 이박이 아니라면 지난 번처럼 발자욱만 찍을 것 같고
맞춤하게도 웰빙에서 팔영산을 간다니 전혀 낯선 산악회도 아니니 따라 가기로.
인자무적한테 함께 가자고 했더니, 두륜산을 간다나 뭐라나...
게다가 청주에 다른 산악회는 따라 갈 수가 없단다.
하긴... 그 맴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
도올한테 함께 가자고 했는데, 에구.ㅠㅠㅠ 병원에 입원을 했다.
다행히 아주 아주 초기에 손을 써서 별 일 없이 퇴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산행을 하게 돼서
마음은 가벼웠지만, 발은 무겁다. ㅎ 산에 갈 때면 왜 이리 내 발이 무거운지.
욕심이 몽땅 발에 묶여 있나?
4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
산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지친다...ㅎ
같이 옷을 벗었으면 조금만 지둘렸다 함께 가지...
전혀 배려가 없다.
나라면 지둘렸다 천천히 함께 갈텐데...
ㅎ 어디가나 맨 꼴찌로...
산내음이라면 절대 안 그럴 것이다.
이 부도들이 있는 곳이 들머리인 것 같다.
오는 길에 보니 송광사로 향하는 톨게이트에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던데...
오늘 11시에 법정스님 다비식이지.
짝꿍이 무척 존경하는 스님이신데...나두.
무소유라는 책을 몇 번이나 읽었다네.
닉네임까지 솔바람으로 지었지.
눈물이 난다.
스님... 안녕히 가세요.
다음 생에서도 스님과 한 시대를 살아 갈 수 있으려면
사는 동안, 스님께서 주신 말씀 따라 행해야겠지요.
스님 뵈올 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솔바람 스치면 스님이 곁에 계시온 줄 짐작하겠습니다.
일봉 전에. 숨을 고르면서
앞서 가는 아저씨들 따라 올라가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난간과 철판 계단, 손고리가 곳곳에 있긴 하지만
빗물이 흐르고, 둘이만 가자니 무섭더라.
결국엔 중간에 포기하고 우회로를 따라 일봉과 이봉 사이로 올랐다.
지금 생각하니 거의 다 올라가서 되돌아 내려온 것 같다.
누군가 안내를 해 줬더라면 일봉(유영봉)을 제대로 올랐을긴데... 아쉽다.ㅠ
바다를 배경으로..^^
서로 한 방씩 박아 줌.ㅎㅎㅎ
제 삼봉 생황봉 정상석을 안고.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 사투리를 쓰는 낯선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짝꿍이 무서워서 어리어리.ㅎㅎㅎ
잔소리한다고 한 방 먹음.
어디가나 토닥토닥 잘도 싸워요.ㅎㅎㅎ
그래서 절대로 남들이 이상한 사이로 의심 안 함.
몇 년 전까지는 둘이 어쩌다 평일이나 토욜 오전에 서울 변두리 카페나 식당에라도 가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ㅎㅎㅎ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당신 쬠 어리버리해유!~
하긴 내가 더 어리버리할 때도 많지만.ㅎㅎㅎ
서로 어리버리 하다고 다투다 보면 누가 더 어리버리인지...
아무튼 내가 잘 못 했슈~~~
왕복 9시간 버스를 타고 왔으니, 일봉에서 팔봉 그리고 깃대봉(?)까지
모두 다 갔다와야 본전을 뽑을긴데...
제 시간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같이 온 일행들은 이미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아래녘 사투리만 시끌시끌.
6봉을 넘어서 칠봉과 능가사 주차장 갈림길에서 둘이 갈등을 한다.
어떤 배 나온 경상도 아저씨가 일행들에게 하산해야겠다고 하기에
모르는 길을 둘이만 내려 오기도 걱정이 됐는데, ㅎ 옳지! 잘 됐다 싶어서
따라 내려온다. 마치 여우가 높이 달린 포도가 시어서 안 먹는다고 핑계를 대듯이
" 우리는 요런 길이 딱이야. 얼마나 좋아. 명상도 하고..."
에구... 산내음이라면 우리를 요로코롬 떼 놓고 가지는 않았을긴데.
그래도 6봉까지 안전하게 넘은 것만해도 다행이지...
ㅎㅎㅎ 산내음 꼬리표만 꺼내놓고 사진 한방.
짝꿍은 발 씻고 온다고...
사진으로나 남겨 둬야지...일봉부터 팔봉까지.
봉우리마다 이름이 특이하다.
6봉(두류봉)---건곤이 맞닿는 곳 하늘문이 열린 곳 ㅎ 여기를 올랐으니 무엇을 더 바라랴.
비록 흐린 날씨지만 각 봉우리에 내 발로 올라 다도해를 바라 본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남녘의 이른 봄바람을 온 가슴으로 안았으니 이 아니 행복할소냐.
일체유심조라니...
능가사 경내 동백나무. 수령이 꽤 됐을 것 같다.
동백꽃이 어찌나 곱던지.
그 고운 동백꽃이 툭 떨어진다나...
시들지 않고 툭! 떨어진 여전히 고운 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는구나.
사람도 저리 고울 때 툭 떨어진다면 좋을 듯도 싶다.
육신은 비록 늙어지지만 정신만이라도 저리 고운 모습으로 살다가 져야할텐데...
산 위에서는 변변한 사진 한 장이 없으니
능가사 절 마당에서 뒤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가까이 바라본 산은 아직 초록잎이 나오기 전의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내려서서 멀리 두고 바라보니 아스무레하니 참 좋구나.
뭐든 마음을 괴롭힐 때는 뚝 떼어 놓고 보면 얽힌 고리가 풀리기도 하지.
ㅎ 이 양반이... 왜 셔츠 앞을 저리 깊이 내린겨? 섹쉬하네...ㅎㅎㅎ
난 더워도 절대로 저렇게 안 하는디...
남들이 내린 것도 끝까정 올려줘야 안심이 되는디...
허긴... 조금은 느슨한 모습에서 아름다움(매력)을 느끼기도 하지.
사진을 무지하게 잘 찍을 것 같은 사람을 골라서 부탁을 했는데...
동백꽃 때문인가, 어여쁜 까투리 때문인가,ㅎㅎㅎ 흔들렸구나...
아니면, 우리 모습에 질투를 느꼈을게야...ㅎㅎㅎ
그래두 고마워요.
절 마당에서 낯선 이들에게 사진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신
후덕하게 생긴 젊은 양반~ 복 받으세요~~~
이렇게 기대하던 팔영산 산행을 마쳤다.
살아 있는 동안 삶에 열광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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