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1월 24일. 산내음을 따라 덕룡산을 갔다가
작천소령에서 주작산으로 펼쳐지는 억새길을 바라만 보고 탈출을 했었지.
덕룡산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던 누런 억새들 사이로 난
그 아련한 오솔길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작천소령이라는 말이 난 참 좋다.
마치 참새가 재잘거리며 넘나들던 작은 고갯길.
아련한 고향길 한 언저리 같은 느낌이다.
내 짐작만으로 작이 참새 雀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작천면 사무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까치 鵲이라네. 鵲川이라면... 까치내라는 뜻이다.
까치내는 신대들 건너 미호천의 한 지류를 나타내는 고유명사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까치내가 전국에 참 많기도 하다.
정말 까치가 많아서 까치내로 불리운 것인지,
아니면 까치가 다른 어원을 가진 말에서 변형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난 왜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것인지... ㅎㅎㅎ
아무튼 그 덕룡산은 주작산의 좌측 날개에 해당되는 주작산의 일부이다.
좌익에 해당하는 것을 덕룡산으로
우익에 해당하는 것을 주작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오늘 2010년 4월 3일은 그 주작산의 우익을 올라타러 가는 날이다.
주작이라하면 남쪽 방위를 지키는 상상의 짐승으로
두 날개를 활짝 펼친 붉은 봉황으로 형상화한다.
주작산 정상 즉 주작의 머리에 해당하는 봉우리까지 가야
주작이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활공하는 형상을 볼 수 있다는데...
일단은 거기까지를 마음에 두고 산행을 시작하지만...ㅎ
남편은 금요일 오전까지도 갈까말까. 아니지 ㅎ 갈만한 산행실력이 될까를 고심을 했다.
나 또한 자신이 없지만, ㅎ 나 하나 정도는 챙겨 줄 사람들이
모두 산행 신청을 했으니 염치 불구하고 따라 나서 보지만,
나 보다 암릉 산행을 많이 두려워하는 남편한테는 무리하게 함께 가자고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서해바다에서 불행한 일이 생기고,
학교가 놀토가 아니라 그런지 산행 예약 인원이 30명도 안 되니...
가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둘이 되돌아 오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함께 가자고 은근히 꼬드겼다.
ㅎ 일단은 신청해 본단다.
저녁 무렵에 다비님한테 전화가 왔다.
ㅎ 선배님도 내일 함께 가시냐고 무심히 물어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조금 걱정을 하는 눈치다.
지난 산행 때 남편이 주작산에 대해 물어 봤나보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충분히 가실 수 있으니 걱정은 말라네. ㅎ
다비님과의 통화를 곁에서 듣던 남편이 또 다시 갈등을 한다.
지난 번 남산 제일봉(매화산)도 신청을 해 놓고도 망설이다 결국엔 포기를 했는데
실제로 내가 가보니 남편과 함께 못 온 것이 후회가 되었었다.
"인자무적한테 전화해 볼까?"
몇 년 전 공룡능선 산행 때도 인자무적이 힘을 주는 바람에
따라 나선 경험이 있으니...
ㅎ 역시 시원하게 " 걱정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모시고 가겠습니다!"
남편 얼굴이 환~하다.
"도올도 가니께... " ㅎ 믿는 구석이 또 있었구만! ㅋㅋㅋ
누구는 저러면서 뭐하러 산에는 따라 댕기느냐고 하겠지만 우리 부부는 사람을 믿는다.
당연히 혼자 힘으로 해야 하고,
혼자 어려움도 감내해야 하지만 그냥 든든해서 좋다.
얼마 전에 팔영산에 갈 때도 버스 시간이 길어서 힘들었는데... 여기두 만만치가 않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버스 안에서 열심히 고개 운동을 했다.
ㅎ 짝꿍은 코까지 고네... 이 양반의 코 고는 소리가 내겐 자장가지.
그래두 남편이랑 같이 앉으니 다리라도 올려 놓을 수 있고, 기대기라도 하지.
역시 세상에 젤루 편한 건(ㅎ 만만한 건) 당신이어요. ㅎ
준비운동을 하기에 장소가 마땅치 않아 각자 스트레칭을 하고, 단체 사진을 찍는다.
올 봄엔 기상이변으로 봄꽃들의 개화가 늦다.
그래도 남녘이라 그런가 볕 바른 쪽으로는 온 산이 진달래로 환하다.
과히 어렵지 않게 산마루를 올라서서 뒤를 돌아다 보니 턱!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다.
두륜산이란다.
산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다 보면 늘 아쉬운 것이
이 땅에 사신 우리 선조들이 붙여 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 지금은 다 잊혀지고,
생뚱맞게 순 우리말 산 이름을 특히 일제 강점기 때
억지춘향으로 꿰어 맞추어 만들어진 한자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두륜산은 그 고장에서 예전에는 한듬이라 불리워졌다고 한다.
우뚝 솟은 모습에서 한듬이라는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주작산이 힘 들다더니 뭐야? 오르막이 수월하네~ ㅎ
전에 갔던 팔영산보다 쉽잖아!~
점심 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ㅎㅎㅎ
그런데...
오르락 내리락 정말 끝도 없네.
밧줄이 2개씩이나 있지만 (지나치게 굵은 새 동아줄과 매듭이 매진
낡은 동아줄) 발을 딛기가 어려운 곳도 많네.
늘 후미를 지키는 석화회장님과 인자무적님, 도올님, 태산님, 이서방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어려운 곳을 통과했다.
고마운 사람들...
그래도 전에 왔을 때보다는 안전 시설이 잘 돼 있단다.
그래서 그런가 아주 위험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위험한 곳은 우회로가 있기도 하고...
앞 뒤로 펼쳐지는 암봉들의 앙상블이 절묘하다.
솟았다 싶으면 눅었고, 뾰족하다 싶으면 뭉툭하고...
마치 연주자가 건반을 현란하게 튕기는 모습이랄까?
금방이라도 산 전체로 낭창낭창한 암봉들의 높고 낮은
화음(和音)이 울려 퍼질 것 같구나.
주작산 정상을 가면 마치 봉황이 큰 날개를 펴고 흔드는 형상이라는데...
리아가 두 팔을 크게 벌려 흔들면서 입을 앙증맞게 오물거리며 흉내를 낸다.
가고는 싶지...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갈란다.
ㅎ 회장님과 허부적님, 소리꾼님과 선인장, 가시낭구, 우리 부부, 도올. 영광의 탈출이다!
신작로를 도란도란 내려 오는 것도 괜찮구만. ㅎㅎㅎ
오른쪽에 못 생긴(ㅎ 이렇게라도 자위해야지...) 산이 주작의 머리란다.
뭐, 사진으로 보면 되지.
그래도 내려 오면서 흔들바위는 올려다 봤지롱!~~~
재작년에 덕룡산 산행 때는 탈출하느라 못 봤는데... 0.4km를 올라가야 한다네...
그냥 근접해서 구경만 한 것으로 만족하자!~~~
주작의 머리까지 간 니덜은 구경도 못 하는 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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