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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남덕유산(2011. 02. 12.)

by 장끼와 까투리 2011. 2. 17.

 

 

원래 계획은 김천 수도산과 양각산, 흰대미산이었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해 산행지 근처에서 통제를 당했다.

미리 큰 도로에서 진입 통제를 했더라면 시간과 연료 낭비를 줄였을텐데...

국가적 재난 상태이니 고집을 부릴 수도 없지.

ㅎ 고집을 부린다고 진입을 허락해주지도 않을테지만.

이렇게 해서 감로 산행대장님이 대둔산, 계룡산, 남덕유산 등으로 고심하다가

평소 깐만해서 잘 안 간다는 남덕유산으로 결정을 하신다.

화들짝! 뭐얏!

예전에 반디가 남덕유산 갔다가 듁을뻔했다고 해서 남편과 나는 일부러 피했던 산인데!

어쩌나... 역 산행이나 해야 하나...

진옥이 曰 " 황점에서 올라가면 갈 만하니 천천히 우리끼리 가면 돼. 언니."

ㅎ 그려!~ 내가 너 말고 누굴 믿고 댕기것냐!  일단 가보자~~~

 

구제역 때문에 다들 쫓겨 왔는지 황점 마을에 산악회 차들이 많네...

바람이 없고,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생각 외로 햇살이 따스하고 포근하다.

양지바른 곳엔 눈도 거의 녹았고, 계곡엔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른다.

에구... 고생만 죽도록 하고 눈구경도 못하는 것 아녀?

 

ㅎ 고도를 높이니 겨우내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돌아 오느라 산행 시작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늦어졌으니 배가 고프다.

오르막 길이 아주 가파르지는 않지만 허기가 져서 그런가 힘들다.

오늘 동행하는 금초, 은초, 산우리, 남편, 나 ㅎ 역시 꼴찌다.

기왕 늦은 김에 간식이나 먹고 가자~~~

 

월성재 오르기 전 선두팀이 점심 식사 자리를 잡은 곳에 도착.

평편하고 따스하고 바람도 없어 밥 먹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김치랑 먹으니 꿀맛!!!

이미 식사를 끝낸 선두가 출발하기에 미리 감로 산대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천천히 하산주 다 먹기 전에 갈테니 걱정 마시라고...

ㅎ 그런데 걱정 마시고 해 떨어지기 전에 내려 오라네.

늦지 않게 서둘러 오라는 말보다 얼마나 안심이 되고 기분 좋은 말인가...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월성재로 향했다!!!

 

ㅎ 허벅지가 당기고, 종아리가 딴딴해지고, 숨이 턱에 차 헥헥거리는데

" 언니!~~~ 다 왔어요~~~ !!!"

올려다 보니 바로 위에 눈 쌓인 언덕에 월성재 표지판이 보이고, 하늘이 열린다.

 

 

 

월성재에서 서봉을 바라보고 동쪽으로 가면 중봉 향적봉이고

서쪽으로 가면 남덕유산이란다.

서둘러 남덕유산으로 가며 바로 앞에 우뚝 보이는 봉우리는 우회할 줄 알았는데 ㅠㅠㅠ

내려 오는 산객들이 걱정을 한다. 이 시간에 어디로 가느냐고.

일단 서봉으로 간다고 대답은 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됐다.

 

눈이 무릎 정도 쌓여 힘은 들지만 넘어져도 다칠 걱정은 없으니 좋다.ㅎ

게다가 횡재를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상고대라니~~~

 

 

 

반쯤 누워서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에 담는다.

 

 

 

이번 겨울 처음으로 눈꽃과 상고대를 얼결에 만끽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산행 중에도 가끔 이렇게 뜻밖의 행운을 만난다.

잠깐이지만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정순이 친구가 말하기를 내가 전보다 감성이 풍부해지고 표현을 잘 한다고 한다.

산에 다니며 자연과 접하면 자연스레 감성이 풍부해지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본래 표현력이 무뎠던 남편을 봐도 그 변화는 확실하다.

그래서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이 순하고 정스럽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드디어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

 

선두팀들은 서봉으로 진행했지만, 우리는 늦지 않기 위해 영각사 방향으로 하산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동업령에서 서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해보잔다.

ㅎ 진옥이와 금초님한테는 미안하네...

 

남덕유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산 길에 계단이 많다.

오름 길에는 이 계단들이 참 힘들 것 같다.

 

 

 

 

 

만약에 날도 뜨거운 날 이 계단을 올라 산행을 한다면...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ㅎㅎㅎ

인생길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르는 것은 어렵고 힘이 든다.

어렵고 힘이 드는 만큼 보람은 있지만.

그러고 보면 나는 인생길에 큰 산을 오른 적이 없는 것 같네.

고만고만한 구릉지대를 어슬렁거렸을 뿐.

 

 

 

 

 

해가 한 뼘이나 남았네.ㅎㅎㅎ

선두팀이 내려와 하산주를 마신다는 경남교육청 덕유교육원으로 이동.

 

오뎅 김치 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이니 훌륭한 안주.ㅎ

이 양반은 어디? ㅎ 암튼... 먹을 때는 잽싸게스리 한 자리 차지하셨구만.

이렇게 계획에 없던 남덕유산 등산을 안전하고 즐겁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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