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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화왕산(2011. 04. 16.) --- 산내음 따라...

by 장끼와 까투리 2011. 4. 18.

 

2008년 11월 1일 산내음 산악회를 따라 다녀 온 곳이다.

산정의 억새가 그리도 장관이라 하여 큰 기대를 갖고 갔던 산이다.

역시 말대로 화왕산 분화구엔 황금색 물결이 출렁였었다.

알록달록 산객들은 마치 금붕어들이 물결을 가르며 노니는 듯...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게 두어야 하건만...

2009년 2월 10일. 큰 사고가 났었다.

대보름 달맞이만으로도 가히 장관일텐데...

화왕산 분화구에 한 가득 담기고도 흘러 넘칠 달빛.

교교한 산정. 억새 사이로 달빛 스며드는 소리가 들릴 듯.

히야~~~ 상상만으로도 인간세상은 아닐 듯.

 

 2011년 4월 16일.

산 아래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이미 지고 있는데...

 지금 봄 화왕산은 어떤 모습일까?

 

산 속이라 그런가 아직 꽃이 많이 남아 있네.

 

 

 

여유만만 후미팀은 늘 이렇다. ㅎㅎㅎ 발걸음이 느려 속이 터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힘이 들면 배낭 무게라도 줄여야 하는데... 나눠 먹을 간식을 줄일 수야 없지...

 

 아마 이솝 우화에서 읽었을 듯 한 얘기다. 아마 아주 어려서.

먼 여행을 떠나는 주인이 하인들에게 짐을 나눠지게했다.

너도나도 가벼운 짐을 지려고 아우성인데 한 하인은 가장 무거운 짐을 자청해서 짊어진다.

다른 사람들이야 겉으론 고맙기도 하지만 속으로 비웃었다. 바보라고.

그런데 날이 갈 수록 그 바보의 짐은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ㅎ 모든 하인들이 여행이 끝나갈 무렵엔 지쳐서 기진맥진할 때 그 바보는 맨 몸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 바보는 여행 중 먹을 식량을 짊어진 거였다.

처음엔 무겁지만 날이 갈 수록 짐은 줄어들 것이 당연할 테니까.

 

 난 항상 산행 초반에 가지고 간 과일을 꺼내서 나눠 먹는다.

에구... 내 짐부터 줄여 주라!~~~ㅎㅎㅎㅎ

그런데 오늘은 섬초롱한테 기선을 빼앗겼다. ㅎ 뺏겼다기보다는 양보했다.

음성서 오느라 1시간여 일찍 서둘렀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예전엔 이 길로 하산을 해서 힘 든 줄 몰랐는데,

가파른 암릉을 올라 가려니 정말 힘이 든다.

후미팀이 사진 찍느라고 산행 속도가 느리다고 하지만 실은 사진을 찍으면서 쉬는 것이다.

ㅎ 뭐...경치가 좋으면 사진 찍느라 쬠 늘어지기도 하지만...

경치도 좋고 힘도 드니 사진이 무쟈게 많네!~~~ ㅎ 호세님이 매우 바쁘다.

 

위 사진은 우리가 올라가는 우측의 능선.

 

우측 길 암릉은 암석들이 단단한 화강암인데

우측 능선의 바위들은 멀리 보기에도 잘 바스러질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좌측 사선 위에 보이는 화왕산 정상과 배바위.

분화구 안에는 지난 해 겨울을 지낸 억새가 누렇다.

그 아래 양지 바르고 찬 바람을 덜 타는 산비탈에는 진달래가 폈다.

진달래 불꽃이 서서히 정상을 향해 타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에 사고가 났던 배바위.

그냥 보기에는 아래에서 불길이 예까진 도저히 올 수 없을 것 같은데...

얼마나 준비가 부실했었으면... ㅠ 하긴... 갑작스런 돌풍이 불었다니... 어쩔 수 없었겠다...

 

 

 

 

아래 헬기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고 서성거리는 모습이 잡혔네...ㅎ

 

점심을 먹고 금초님과 산봉우리는 먼저 완주하라고 보내고

우리들은 여유만만하게 창녕 조씨 득성지와 성곽과 허준 촬영지 등을

쉬며 구경하며 사진 찍으며 어슬렁~어슬렁~ 즐겼다.

그리곤 탈출을 감행? ㅎ도모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이랴? 중간팀이 먼저 ㅎㅎㅎ샜을 줄이야!

더 우스운 건! 먼저 보낸 금초님과 산봉우리가 어이없게도 요기 섞여있다니!!!

ㅎ 내가 어리버리 비실비실해도 허준 촬영지까지 함께 갔었더라면

절!대로 두분이 ㅎ 샌팀(중간팀)에 섞이지 않도록 완주하는 길로 인도해 줬을긴데...

ㅎ 지난 다음에 뭔 말은 못 하것어!~~~ ㅋㅋㅋ

 

 

 

 

 

 

 

 

 

 

진달래꽃
(박송죽·시인, 1939-)

 


아리어라.

바람 끝에 바람으로
먼 하늘빛 그리움에

목이 타다

 

산자락 휘어잡고

文身을 새기듯
무더기 무더기 붉은 가슴
털어 놓고 있는

 

춘삼월 진달래꽃.
긴 세월 앓고 앓던
뉘의 가슴
타는 눈물이런가.

大地는 온통
생명의 촉수 높은 부활로 출렁이고
회춘하는 봄은 사랑처럼

아름다운 환희로 다가온다.

 

 

 

산중에 핀 개나리가 조금 어색하다.

 

 노란 개나리는 시골집 흙마당 울타리에 펴야 어울릴 것 같은데...

마당 가장자리 수채물 도랑가 개나리 꽃그늘에 냉이 꽃다지 벌금자리 움터 나오고

이른 봄 부화된 노란 병아리는 어미닭 꽁무니에 종종종 수채 도랑 헤집고

아버지는 뽀얗게 김이 오르는 두엄을 지게소쿠리에 담아 뒷밭에 내시고

엄마는 겨우내 묵은 무명옷과 이불호청을 하얗게 삶아 빨아 바지랑대 높이 괸 줄에 너시고

개나리 사이로, 병아리 사이로, 아버지 지게 작대기 사이로, 펄럭이는 빨래 사이로

우리는 새 봄의 나비처럼 팔랑대며 날아 다녔지.

 

 그 때도 하늘은 저렇게 파랬더랬지...

어려서 뭔지는 몰랐지만 마루끝에 앉아 있으면 그냥 눈물겨웠던 것 같다.

샛노란 색이 눈이 부셔서.

어미닭 꽁무니에 종종 달려가는 병아리가 예뻐서.

두엄 짐이 힘이 들어도 활짝 웃던 아버지가 있어서.

입 앙다물고 빨래 방망이 두들기는 엄마 엉덩이 짓이 우스워서.

아~~~ 아스라한 기억들...

 

 

 

 

 

위 사진은 보는 이에 따라

터오는 아침이기도, 하루 해가 지는 저녁이기도 하다.

화왕산 분화구 갈대 풍경도 보기에 따라 새 봄이기도, 늦은 가을이기도 했다.

이 찬란한 봄도 가는 것이기도, 오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얇게 저며도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그런데... 나는 모두 앞면이라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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