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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쫓비산과 청매실 농원을 다녀 와서(2010. 3. 27)

by 장끼와 까투리 2010. 3. 30.

 

 아직도 매화의 향이 콧속에 저장되어 있는지  사진 속에서 매화향이 솔솔 나는 것 같다.

몇년 전에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남편과 친정 동생들과 같이 매화 축제를 보러 온 적이 있다.

구례에서 섬진강을 따라 구불구불 마치 강물과 같은 속도로 청매실 농원까지 오는 길은 정말 좋았다.

섬진강하면... 우선 김용택시인님이 생각나고, 지리산이 생각나고, 고 박경리님의 토지가 생각나고

운조루가 생각나고, 화개장터가 생각나고, 등등  섬진강엔 무언가 아련한 것들이 잔뜩 있다!

당시엔 차도 사람도 하도 많아서 매실 농원은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점심도 쫄쫄 굶고 다리를 건넜다.

대신 토지의 무대인 악양들판과 재현 평사리 마을을 둘러 보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침에 가던 길의 맞은 편 섬진강 길을 따라 오다가 운조루에도 들렸었다.

 

 매화 축제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남편은 홍도와 흑산도를 가자고 했다.

나 또한 딱히 끌리는 산도 아니라서 그러자고 했는데, 홍도 행이 무산이 됐다.

차도 두대가 간다하니 좌석도 채울 겸, 친구도 같이 꽃놀이에 가자고 꼬드겨 함께 쫓비산과 매화마을로...

우리는 여고 1학년 진반 7번,8번이었다. ㅎ 내가 7번이었던 것 같은데...

둘이 공부도 아마 반에서 일이등 하지 않았나? ㅋㅋㅋ

친구는 문과를 난 이과를 선택하는 바람에 1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같은 반은 아니었지.

둘이서 어찌나 잘 웃었던지... 국어 선생님 아마도? 전왕균? 선생님 시간에 웃다가 많이도 혼났는데...

아무튼 우리는 무지 친하다!!!

둘 다 학교도 여섯살에 입학했고...ㅎㅎㅎ 내가 생일이 쬠 빠르지만.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하게 돼서 참 좋다.

 

여고시절의 청순한 모습은 어디가고... 머리에 염색을 해야하고, 얼굴엔 잔주름이 늘고,

 서로 아픈 곳을 먼저 안부해야하다니...ㅠ

가끔 만나 칼국수를 먹어도 좋고, 별 것도 아닌 얘기로 서로 시시덕거리고, 속엣 말도 시원하게 나누고,

 

 들머리에서 아주 씩씩하게 앞장 서서 가시던 상현이 아빠가 힘에 부치나보다.

ㅎㅎㅎ 그래도 짠밥이 어디라고... 맨날 후미에서 빌빌거리는 내가 다른 사람을 다 챙기다니...

천천히 쉬엄쉬엄 오르니, 갈미봉이다.

산우리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짜아식! 그래도 썬배들은 알아서 챙기네~~~ㅎㅎㅎ

산행 횟수가 늘어갈 수록 남편의 사진 찍히는 폼이 자연스럽다.ㅎㅎㅎ

눈도 덜 감고, 이제는 은은한 미소까정 흘리네!!! ㅋㅋㅋ

 

점심을 먹고, 조금 서둘러 쫓비산으로 향한다.

정말 산은 별로네...  겨우내 낙엽에 쌓인 산길이 봄이 되면 땅도 숨을 쉬는지

이상스레 부푼 듯 폭신한 감이 든다.

그런데 이 산은 정말 산길 분위기가 별로다. 그렇다고 암릉도 아니고...

사람들이 최근에 하도 밟아대서 그런가 땅이 아픈 것 같다.

매화꽃 보러 오는 길에 시간 떼우려 들르는 산이니...

산도 대접을 못 받으니 기분도 상할 것이고...

그렇다고 아주 만만한 건 아니다. 내게는.ㅎㅎㅎ

 

쫓비산 정상에서 내려서니 매화향이 산까지 퍼져 올라온다.

매화향을 따라 가면 산 아래로 내려 오지 않을 수가 없겠다.

저 아래가 환하다. 아직 산이 초록을 띄기 전이라 더 환한 것 같다.

그냥 무슨 색이랄 것도 없이 환하다

꽃등불이란 말이 있지...

한 폭의 투명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강 건너 저 멀리엔 지리산 능선이 구름 속에 잠겨 흐르고,  

저 아래 섬진강은  지리산 휘돌아  적셔 흐르네.

 

청죽밭엔 사각대며 젓대 소리 흐르고,  

매화꽃 이파리는 춘풍에 날려 강물 타고 흐르네.

우리네 인생도 세월 따라 흐르겠고...

허허허...

사진이나 찍어두면 기억 속에 잡힐까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에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에서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산수유꽃 필 무렵 / 곽재구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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