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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금귀봉과 보해산을 다녀와서.(2009, 12, 19)

by 장끼와 까투리 2009. 12. 21.

 

 

보해산(911.5m)은 경남 경남 거창군 가북면 용산리에 위치하며

일명 상대산(上大山)이라고도 하며

보해산이란 이름은 불교에서 얻어진 이름이다.

옛날 이 산의 서쪽 절골과 그 앞 해인터에 보해사라 하는 절이

여러 부속암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한다.

보해산은 여섯 개의 암봉으로 이어진 암릉이다.

암릉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그 아래는 천길 만 길 낭떨어지이다.

절벽과 맞물린 채 보이는 웅장한 철옹성, 보해산은 설악산 용아릉 축소판이다.

보해산 위로는 불영산과 아래로는 금귀봉이 있으며

서쪽 기슭은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고 송이입찰구역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 산우리랑 한빛예술단의 드림콘서트를 눈물겨움으로 보고 난 후,

저이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빛으로 가득 찬 이 아름다운 세상을

아낌없이 미루지 말고 즐기리라는 다짐을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주말엔 추위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가 있지만

난 주저 없이 산행에 나설 것이다.

 

아침 일찍 점심 도시락과 과일, 물, 겨울 등산용품을 배낭에 넣으니 평소보다 무겁다.

어깨에 실리는 묵직한 무게가 내 용기에 전투감 마저 북 돋운다.

역시나 버스 안은 헐렁하다.

추운 날은 사람이라도 북적여야 덜 썰렁할 터인데...

출발한 후에 세 사람을 더 태웠어도 30명이 안 되네...

하긴 언젠가는 20명도 못 채우고 산행을 한 적도 있었지.

예전에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 말씀이 생각이 나네...

해마다 풍년이 들면 농사짓는 사람이나 그 농산물을 사 먹는 사람들 모두

하늘의 고마움을 잊고 건방이 들기도 한단다.

가끔은 태풍과 홍수, 병충해 등으로 흉년을 당해봐야 천심을 읽고 겸손해 진다고 하셨다.

많이 배우지도 않으신 분이 몸으로 체득한 생활 철학이 늘 질박하게 나를 가르치신다. 

서해안과 강원도 등에 많은 눈이 내린다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금귀봉과 보해산을 향해 출발한다.

겨울에는 눈을 따라 눈 산행을 즐겨야함이 마땅한 듯도 하지만,

금귀봉과 보해산을 보려고 산행신청 예약을 하신 분들을 위해서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지.

요새 세종시 문제로 시끄러운 것도 이런 류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세종시에 대한 내 생각은 마음속에 확실하지만 산행기 쓰는 것이 더 급해서 생략한다.

 

꼼꼼한 얼떨결대장님의 한 치 오차 없는 산행 시작점 찾기로 잠시 길에서 멈칫거렸지만

우리의 멋재일이 실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믿었다.

나중에 보니, 한 10여분 정도는 알바를 했지만... 엉아를 위해 엔진 가동 시간을 주려한 듯.

사랑하면 절름발이도 춤추는 것으로 보인다는데... 푸하하하~~~

금귀봉을 향한 완만한 오름길 능선은 좌우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여름 땡볕에 달달 볶아 쏟아 놓은 것 같은 바삭거리는 솔잎을 밟으며 걷자니,

이 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면 갓 볶아낸 커피향이 난다는 글이 생각이 나네.

솔잎에선 커피향보다 더 그윽한 솔향이 나겠지? 

나중에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안 일이지만,

금귀봉을 정점으로 뻗어나간 산 능선이 마치 길게 이어져 내린 삼각지붕 꼭대기들 같았다.

더구나 다른 산에 비해 유난히 예각 진 산 능선을 걷자니 그 몰아치는 바람이 대단하다.

맛도, 냄새도, 색깔도, 무게도 느끼지 못 하고 살던 공기의 흐름이 이처럼 막강할 줄이야...

 

그런데, 난 한 겨울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뒤에서 부는 바람이 아닌 앞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더 좋아한다.

매섭게 차가운 강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걸어가노라면

마치 물살을 거슬러 가르며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뭔가 대단한 할 일이 내 앞에 놓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처음엔 살을 에는 듯 차갑지만,

나중엔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오히려 열감이 느껴진다.

너로 인해 내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줄 테다.

너로 인해 난 내 매무새를 더 견고히 여밀 것이리.

그리고 헤쳐 나가리라.

 

그 와중에도 소나무 숲길에서 앞서 가시는 금초님을 그예 불러 사진을 박는다.

번거롭게 장갑도 벗어야 하고, 매서운 바람에 손도 시려 대충 찍어 줘도 될 테지만,

얼굴이 제대로 안 보인다고 몇 번씩 요리조리 카메라를 맞추신다.

늘 후미에서 함께 산행을 해 왔던 터라 배려하시는 따뜻한 맘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오늘따라 더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은 여유만만팀과 함께 간다는 풀향기의 속 마음을 왜 모르랴.

몇 발짝 앞에서 흘긋흘긋 뒤 돌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시는 금초님 마음도 알지요.

무릎 아파서 빨리 못 간다며 맨 뒤에서 느릿느릿 따라 오는 동서님 마음도 모를 리 없지.

오늘 여유만만팀 장사가 되네!

처음 오신 행복샘님, 오랜만에 오신 아봉님, 가시나무님, 나, 석화회장님.

우아아!!! 모두 8명이나!!!

9명이면 클날 뻔.

사과 두 개 여덟 쪽, 감 두 개도 여덟 쪽.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지.

 

  회장님도 사진 찍는 재미를 아셨는지 곳곳에서 사진 찍어야 한다고 붙들어서리...

당근!!! 매우 좋았지유! 호호호...

그리고 진짜 입 터지니께 무쟈게 웃기시데...

흐흐흐... 예전에 금송님 놀려 먹던 생각이 나네...

앞으로는 속화회장님 놀려 먹는 재미로 절대로 여유만만팀을 고수해야쥐...큭!

 

ㅎ 산봉우리님이네... 일년만에 정회원되심을 축하합니다.

산내음 일년 짬밥이 돼야 정회원이 되는 줄 아셨다니...

이웃사촌이었던 내 죄가 크오이다...

여유만만하게 금귀봉에 도착하니, 애걔걔~~~ 돌무더기뿐이네.

그래도 정상이니 멋지게 한 방 박고. 보해산으로 출발!~~~

아구구... 내리막이 장난 아니게 험하네.

앞서 가는 풀향기가 언니! 요기 조심햐! 조기 밟고! 요기 미끄러워! 조기 잡고!

어찌나 고맙고 든든하던지...

나두 제대로 못 가는 주제에 가시낭구야~ 요기조기 조심햐! 흐흐흐...

뒤에 내려오는 행복샘이 걱정이지만 친구 아봉도 있으니...

무릎이 안 좋은 동서와 회장님이 걱정이네...

 

얼떨결대장님팀이 식사하신 장소를 물려받아 다소 불편하지만,

나게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연료도 보충하고(헉!),

그래도 떨리는 몸에 열을 올리려 빠른 걸음으로 보해산을 향한다.

저 앞에 커다란 바위를 얼기설기 쌓아 올린 듯 높은 봉우리가 보해산이란다.

설마 저 높은 곳을 오르랴?

 

풀향기야~ 우회하겠지? 회장님~ 저기 꼭대기로 가는 건 아니지유?

웬걸... 까마득한 곳을 기어 올라가야한단다.

여기서는 높아 보여도 가다 보면 금방여유!

나두 안단다. 내가 짬밥이 얼만데... 힘드니까 괜히 해 보는 소리지...

정말 낑낑대며 올라갔다.

뒤에서 배낭과 엉덩이를 밀어 주는 풀향기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언니야 ~ 태산이 가끔 뒤에서 배낭 밀어주면 훨 편하데~

친절도, 배려도,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베풀 수 있는 게지...

ㅎ 껍데기님이 홀로 서 있네... 불쌍도 하지...

나 보고 뭐 꿩알을 삶아 오라고? ㅎ 씨 말릴 일 있슈?

껍데기는 까고 주워 먹을락 했는디 껍데기째 쪼아 먹는 수가 있슈!

언제나 껍데기님과 알맹이랑 나란히 함께 산행하면서 웃어보나?...

 

 

어라? 이상하네...산행에서 얼떨결대장을 만나다니... 밥 먹는 시간도 아닌데.

로키중간대장도 만나고, 천산 엉아도 만나고, 종친회장님도 만나고, 나르는 무적도 만나고...

오늘 여유만만팀 복 터졌다!~~~

멋진 사진도 많이많이 찍고!~~~

동서님하고 탈출하려고 했었는데, 탈출 안 하기를 정말 잘 했다.

보해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멀리 바라보는 조망 또한 환상이네.

조금 인내하고 몸을 부리면 내 두 눈으로 생생하게 세상 아름다운 곳을 볼 수가 있구나...

지나 온 금귀봉을 보니 우뚝하니 참 잘 생겼다. 이름 값 하네.

금귀봉을 타고 흐르는 산줄기는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온통 푸른 소나무로 덮인 산이라 산만 보면 계절을 모르겠네.

 

 

 

 

중간 중간 바위 틈에 기묘하게 자란 소나무, 묘하게도 생긴 바위,

쪄~억 가르고 거창 들판을 보여 주는 절리(節理,joint),

누군가는 보해산을 숨은 진주라 하더라니...

그런데 정작 보해산 정상은?...

 

회장님이 하산 시간이 촉박하니 서둘려야 한단다.

걱정 마셈!~~~ 하산에는 일가견이 있응께.

저녁 해가 몇 뼘은 남은 것 같지만, 겨울 해는 의외로 일찍 넘어간다. 서둘러야지...

내리막만 있는 줄 알았더니 으이그~~~ 웬 오르막이다냐!

앞에 큰 산이 떠억 버티고 있다. 저 산도 넘어야 하는겨? 제발...

직전에 좌로 길이 예쁘게도 착하게도 나 있네...

서두르느라 남정네 네분을 모두 뒤에 떨구고 왔는데, 길을 잘 가고 있는 건가?

어느새 허부적님이 뒤 따라 급히 내려 오신다.

약간은 으스스한 소나무 숲길에 허부적님이 슬슬 장난끼가 발동하시는지

무셔운 소리를 하시지만, 재미로 힘든 하산길을 즐겁게 해 주려는 맘 알지유.

 

  오잉? 한참 전에 하산한 걸로 아는데 동서님이 기다리고 있네.

도란도란 금귀봉, 보해산에서 내려선다.

 

 

 

뒤에 오늘 처음 온 행복샘은 잘 내려오고 있으려나...

금초님, 회장님, 아봉님이 함께 하니 걱정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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