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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기.충청

소백산 도솔봉(2007, 11, 3)

by 장끼와 까투리 2018. 12. 10.

 

도솔봉의 높이는 1,314.2m이고, 소백산국립공원 구역의 남쪽에 속해 있다. 

소백산맥에 속한 소백산ㆍ문수봉ㆍ속리산 등과 

더불어 험준한 산지를 형성하여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인적이 드물어 깨끗하고 조용한 편이고, 

도솔봉에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소백산의 전경을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다. 

또한 태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백두대간의 주능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산행코스 : 죽령주막~삼형제봉~도솔봉~갈래골~사동리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괜찮겠지?’

심호흡을 하고, 깊숙이 의자에 기대앉는다.

 

차가 출발하자, 어김없이 속이 울렁거린다.

지난번 마시고, 반쯤 남긴 멀미약을

맛을 느끼지 않으려 목구멍 가까이 털어 넣으면서

내 속에 있는 위장이지만 원망스럽다.

 

멀미는 가라앉았지만, 참을 수 없는 졸음!

매번 이런 상태로 산행지 들머리에 도착하게 된다.

비몽사몽으로 도착했기에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이라면 오늘은 그런대로 전보다는 상태가 양호하다.

그냥 사람들 사이에 껴 부지런히 달음질 할 뿐.

 

‘아참! 조금 전에 단체 사진을 찍었지....

 웃는 모습이었을까?‘

 

어질어질 비스듬히 산 아래로, 낙엽송 단풍이

햇빛을 받아서인지, 내 눈에만 그러한지 샛노랗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 천근이나 되는 발을 들어 앞에 놓으며,

고개 들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파란 하늘과 경계를 이룬 그 곳을 향한다.

 

이미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며, 허울을 벗었다.

裸木(나목)을 볼 때면 부끄럽기도, 경건하기도 하다.

홀홀히 덜어 내고, 때를 기다리는 그들이......

 

뒤돌아서니, 年初(연초)에 시산제를 지냈던 소백산 천문대가

빙긋이 웃으며 오래 기다렸노라는 옅은 웃음이 행복해 

숨을 고르며, 과일을 나누는 사이 정감어린 이야기가 꽃 핀다.

 

난 이런 시간이 좋다. 쉼과 나눔의 그런 시간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점심 먹기 맞춤한 곳 도착하니

중간 팀은 이미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내준다.

산에 오르면 그 어떤 것도 제 맛을 낸다.

집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던 반찬도 더 없는 진수성찬.

삶에 있어 산내음이 그렇 듯......

 

배가 부르니 걷는 게 둔해진다.

게다가 바람이 순하고, 공기도 따뜻하니,

이른 봄 노란 병아리의 오후처럼 나른하다.

 

 

 

 

 

 

들머리부터 말없이 계신 듯 안 계신 듯 동행하는 회장님은

추억을 조각하는 사진과 함께 가을을 가득담은 국화차를 나눠주곤 한다.

앞서 가던 도올님 일행과 만나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키다리님, 도올님, 화니님, 장끼님 등 훌륭한 노래솜씨를 가진 복 받은 가수와

음치인 나를 뺀 멋진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 환상의 음악회.

 

느릿느릿, 놀면서, 쉬면서 갈 데까지 가니,

드디어 도솔봉 정상이다.

사방으로 트여져 소백산의 굽이굽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 크게 숨 한번 쉬어본다.

잠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휘젓는다.

가닥을 잡을 수도 없다.

모자 고쳐 쓰는 척, 머리 한 번 크게 흔들어 추슬러 본다.

 

 

얼핏 장끼님의 옆머리가 햇빛에 반사되어 몽땅 흰색으로 반사된다.

깜짝 놀라 가까이 보니 역시 흰머리가 대부분이다.

'이이 머리가 언제 이렇게 희어졌을까?'

추슬러진 머리 속에 또 한 가지 생각이 얹힌다.

머리를 아예 헝클었다가 다시 다듬어 꽁꽁 묶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산 길,

마지막으로 각자의 배낭을 비워내고,

도올님의 맑은 동요를 들으며,

잡담, 농담, 정담, 밀담이 어우러지면서 그저 즐겁다.

 

시시덕거리며 수다 떠느라,

낙엽이 수북이 쌓인 내리막길에,

여러 번 미끄러져서 엉덩이가 얼얼하다.

살찐 엉덩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계곡 가까이 내려서니, 단풍이 곱다.

高度(고도)를 따라 자연의 섭리를 눈으로 본다.

반가운 얼굴들과 곁에서 눈을 맞추니 더없이 행복하다.

오늘도 근면성실하게 걸었지만, 여전히 꼴찌였다.

 

산에서 일단 내려오면,

난 항상 그 산이 그 산이다.

본래 거기 그렇게 계셨고, 사계절마다 변하는 산에

어쩌다 한 번 휘~둘러보는 내가 할 말은 그저

 

“산이십니다!”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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