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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따로 또 같이]/장끼님 방

부모산의 만추

by 장끼와 까투리 2015. 10. 15.

                                                                 

                                                                              

십여년 가까이 다니던 산악회에 안 나간지도 일 년이 넘었다.

체력도 예전과 다르고, 내 나이에 적당하다 생각되어 동네 근처에 있는

부모산을 일주일에 한두 번 오른다.
부모산은 오르막길과 평탄한길, 오솔길 등 다양한 경로가 있어

나름대로 조절하면 체력 단련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부모산은 전설에 의하면 원래 아양산으로 불렸으나,

고려 말 몽고 침입 때 고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와서

안개와 샘물 덕분에 은혜를 입어 

부모산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지금도 정상에 유적이 남아 있는 샘터는 모유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부모산성은 백제시대의 석성이며

산성 내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계속 출토되고 있고

 산 정상 주변에는 돌 더미와 너덜 길 등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오르는 길 양편에는 봄 가을로 화려하고 고운 단풍의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으며
산마루 아래 고즈넉히 자리한 연화사의 목탁 소리,

또 물 한모금은 한결 마음이 경건하고 차분해진다.

누군가 먹이를 주는지 경 내에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어

 볼 때마다 반갑고 친근감이 생기며 가족을 만나는 느낌이다.

 

산 중턱 평지에 이르면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휴식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사방으로 확 트인 시야는 시내 전경 뿐 만 아니라 오창, 옥산, 우암산

그리고 그 너머 상당산성까지도 보인다.

 

유물 발굴터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오송과 조치원,

그  뒤편으론 멀리 세종시의 건물들이 작고 희미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또 경부, 중부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미호평야와 신대평야의

황금 들녘도 가을걷이를 끝낸 듯,

텅빈 벌판에는 하얀 바둑알처럼 보이는 건초더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성터 흔적이 남아있는 너덜 길을 돌아 산벚나무 숲을 지나고

주봉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철탑을 지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군락이 나온다.

큰 키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한적하고 호젓한 오솔길은

 사색과 명상의 공간으로 맑은 공기와 함께 솔향기는

오염된 내 심신을 깨끗히 세척해 준다.

 

숲 위에서 비치는 투명한 햇빛을 받으며 어제 뿌린

가을비로 촉촉해진 땅위를 걸으니 청명함이 더해 한층 상쾌하다.

길 위로 울뚝불뚝 드러난 나무뿌리는

지나는 사람들의 거친 발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뽐내며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가로수 길이 보이는 곳에 앉아 잠시 쉬었다 되돌아오면서오면서

 알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는다.

회춘제를 먹은 기분으로 다시 오르니, 때 마침 부는 소슬바람에

낙엽들이 떨어져 땅 위를 뒹군다.

오호!    이것은 가을이 가는 소리,  바로 세월의 소리가 아닌가?

가는 세월은 자연의 순리라지만 언뜻 서운한 마음이 든다.

 

 

바람결이 속삭이듯 귓가를 스친다.

" 이보게,  아는가?     인생도 자연의 한 조각인 것을~~~ "

  

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KT 송신탑을 우회하면서 오를 때와 반대편 쪽인,

 터미널과 멀리 구룡산이 보이는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 더욱 높아진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을 음미하면서 하루의 수양을 마친 듯

연화사를 경유, 처음 오른 길로 하산을 한다.

가는 길 숲 속 한편에서 무슨 사연인지 '꾸억 꾸억'

산비둘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한참이 지나도록 멀리 긴 여운을 남긴다.

 

 

 


하산길   동네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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