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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스크랩] 덕유산에서... 길손님, 번개님, 맑은바다님, 허부적님의 덕유산 사진.

by 장끼와 까투리 2010. 1. 5.

조정권님의 산정묘지에서 발췌 

 

                                                                    이래도 되는 것인지...

                                                                    시인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결빙을 노래한다.

 

 

 

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의 일각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 하는 것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물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결빙의 바람이여

내 핏줄 속으로

회오리 치라.

나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의 전신을

관통하라.

점령하라.

도취하게 하라.

 

 

 

 

보라, 바위는 스스로의 무거운 등짐에

스스로 도취하고 있다

허나 하늘은 허공에 바쳐진 무수한 가슴,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된 허공으로,

무수한 손목들이 촛불을 받치면서

빛의 축복이 쌓인 나목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가.

 

 

 

 

한때는 눈비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그리고 다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오던 나날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헛된 휴식과 오랜 기다림

지치고 지친 자의 불면의 밤을

내 나날의 인력으로 맞이하지 않았던가.

어둠은 존재의 처소에 뿌려진 생목의 향기

나의 영혼은 그 향기 속에 얼마나 적셔두길 갈망해 왔던가.

내 영혼이 내 자신의 축복을 주는 휘황한 백야를

내 얼마나 꿈꾸어 왔는가.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출처 : 산내음 산악회
글쓴이 : 까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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