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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by 장끼와 까투리 2009.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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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자를 위하여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 어슬렁거리는 잡종들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女權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건 아닐까

 

핑계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속 깊이

야성의 남자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게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 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녹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 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들이 얼마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 묻고 약아 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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