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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조그만 사랑 노래 --- 황 동 규

by 장끼와 까투리 2009.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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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추위 환한 저녁 하늘’이란 말이 좋다.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이란 말도 좋고,

‘우리와 놀아주던 돌’이란 말도 좋다.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란 말도 좋고,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란 말도 가슴 캄캄하게 한다.

이 시는 눈밭 속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처럼

우리 가슴속에 떠오르는 아스라한 한 장의 수채화다.

아, 그 겨울에 돌아온 ‘동여맨 편지’.

그날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눈은 왜 그리도 퍼붓던지.

 

위 시와 아래 첨부된 글은 김용택 시인의 사랑하는 시 모음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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