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이 어느 길로 가고자 하는 지 잘 들어 보아라.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 길로 가라
- 마틴 부버 -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안 도 현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나는 경배하련다
토끼가 버리고 간 토끼 발자국을 상수리나무가 손을 놓아버린 상수리 열매를 되새떼가 알알이 뿌려놓고 간 되새떼 소리를
이 길을 맨 처음 걸어갔을 인간의 이름이 나보다는 깨끗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나무 가지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흰 눈을 얹어두련다
산길은, 걸어갈수록 좁아지지만 또한 깊어지는 것
내가 산길을 걷는 것은 인간들의 마을에서 쫓겨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의 마을로 결국은 돌아가기 위해서다
저 팽팽한 하늘이 이 산의 능선을 꿈틀거리게 하듯이 겨울바람이 내 귓불을 빨갛게 달구어 나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나뭇잎 하나 몸에 달지 않아도 춥지가 않다
눈 그친 지구 위에 산길이 나 있다 나는 산길을 걸어가련다
나는 얼마만큼 사랑하며 살까요? 눈 덮인 산 정상을 사랑하는 만큼, 거리의 가로수를 사랑하는 만큼, 나그네처럼 갈팡질팡하면서도 내 삶을 사랑하는 만큼, 꼭 그 만큼만 사랑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래서 시인 박용재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살며,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 만큼이 인생이다" 라고 읊었습니다. 나의 사랑의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 지는 나만이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 언제나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실한 만큼, 다른 사람을 꼭 그 만큼만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을 사랑하는 만큼, 딱 그 만큼만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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