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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스크랩]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안도현님 시/ 로키님의 덕유산 사진

by 장끼와 까투리 2010. 1. 5.

 

너의 마음이 어느 길로 가고자 하는 지 잘 들어 보아라.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 길로 가라

- 마틴 부버 -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안 도 현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나는 경배하련다

 

토끼가 버리고 간 토끼 발자국을

상수리나무가 손을 놓아버린 상수리 열매를

되새떼가 알알이 뿌려놓고 간 되새떼 소리를

 

이 길을 맨 처음 걸어갔을 인간의 이름이

나보다는 깨끗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나무 가지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흰 눈을 얹어두련다

 

산길은, 걸어갈수록 좁아지지만

또한 깊어지는 것

 

내가 산길을 걷는 것은

인간들의 마을에서 쫓겨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의 마을로 결국은 돌아가기 위해서다

 

저 팽팽한 하늘이 이 산의 능선을 꿈틀거리게 하듯이

겨울바람이 내 귓불을 빨갛게 달구어

나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나뭇잎 하나 몸에 달지 않아도 춥지가 않다

 

눈 그친 지구 위에

산길이 나 있다

나는 산길을 걸어가련다

 

 

 

나는 얼마만큼 사랑하며 살까요?

눈 덮인 산 정상을 사랑하는 만큼,

거리의 가로수를 사랑하는 만큼,

나그네처럼 갈팡질팡하면서도 내 삶을 사랑하는 만큼,

꼭 그 만큼만 사랑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래서 시인 박용재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살며,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 만큼이 인생이다" 라고 읊었습니다.

 

나의 사랑의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 지는 나만이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 언제나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나 자신에게 진실한 만큼,

다른 사람을 꼭 그 만큼만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을 사랑하는 만큼, 딱 그 만큼만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산내음 산악회
글쓴이 : 까투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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