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 노래
황 동 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추위 환한 저녁 하늘’이란 말이 좋다.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이란 말도 좋고,
‘우리와 놀아주던 돌’이란 말도 좋다.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란 말도 좋고,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란 말도 가슴 캄캄하게 한다.
이 시는 눈밭 속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처럼
우리 가슴속에 떠오르는 아스라한 한 장의 수채화다.
아, 그 겨울에 돌아온 ‘동여맨 편지’.
그날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눈은 왜 그리도 퍼붓던지.
위 시와 아래 첨부된 글은 김용택 시인의 사랑하는 시 모음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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