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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기.충청

북바위산...(2009, 12, 5)

by 장끼와 까투리 2009. 12. 7.

 

 

잠을 푹 자야 하는데...

새벽 2시인데, 유리창처럼 말간 머릿속. 

 

늘상 느리게 게으르게 시작했던 아침시간을

강의 듣는 것으로, 제사준비 장보기로 바쁘게 돌아쳤다.

오후시간 내내 기름 냄새로 느글거렸던 속을 달래려고,

항상 내 담당인 설거지와의 전투를 승리로 마친 것을 자축하느라고

저녁 늦게 마신 커피가 노곤한 몸을 괴롭힌다.

 

  비가 오신다는 예보가 있고...

그 동안 몸살감기와 위장트러블로 컨디션이 별로인데...

잠까지 제대로 못 자면 안 되는데...

쓸 데 없는 걱정과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 유리창을 닦고 또 닦는다.

그랬는데도 잠깐은 졸았나보다.

알람이 울린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끄집어 올린다.

 

  고인이 되신 어느 재벌 총수님은 날이 밝아오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기쁨과 희망에 벅차서

용수철처럼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던데...

늘어진 고무줄처럼 다족류처럼 질질 끌면서 거실로 나선다.

가로등에 얼비치는 아스팔트가 젖어있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본다.

찬바람과 빗방울이 손가락 말초신경을 바늘처럼 찌른다.

또 갈등이 시작된다.

동이 늦게 트고,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이면 항상 그랬다.

그래도 약속을 어겨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이겨 나간다.

 

  다행인지(ㅠ) 두 좌석를 차지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으니

따뜻한 버스내 온기로 스르르 잠이 온다.

괴산 휴게소에 도착하는 동안 내내 단잠을 잤다.

 

배가 고프다.

입이 심심하다.

뻥튀기라도 사서 나눠 먹을까...

호주머니마다 뒤적이다가 아차! 산행비 챙기는 걸 깜빡했다.

짝꿍과 함께 다니면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일이라...

호주머니가 비어서 그런가 더 배가 고프네...

가시낭구님한테 만원을 빌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미소가 점잖은 슬그머니님한테 우동 한 그릇을 적선 받았다.

정말로 우동 맛은 별로였지만, 맛난 우동보다 더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참!~

우리의 작은 거인 금송님을 만난 것을 깜빡했네.

변함없는 모습으로 만나게 돼서 정말로 반가웠어요.

선인장이 있었으면 무지 좋아했을긴데...

물아일체에 대한 언급을 안 하면 거시기하게 시끄럽겠죠?

오늘은 꼭 저녁을 멕여 보내야지.

 

  어딘지는 모르지만.(알려고 했던 적도 거의 없다.)

떼거지 사진 촬영을 마치고.

(바로 이 시간부터 실제 산행이 시작되고, 하루 웃음의 뇌관이 터진다.)

선두 중간 후미 구분 없이 오름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없이 오로지 산내음 식구들만 단출하게.

 

  단 10여분이 지나지 않아 후미팀은 완성이 됐다. 늘 그랬듯이.

석화회장님과 인자무적님, 금송님. 후후후...

거물들과 함께 하니 든든하다 못해 시건방이 든다.

싸락눈은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어 내리지만

고도가 낮아서 기온이 낮지 않아 내리는 만큼 쌓이진 않는다.

 

 

북바위에 머리를 부딪히니 찰칵 소리가 나네...

호호호...

산을 잘 아는 산꾼과 함께 하면 이런 이벤트도 덤으로...

고마워요!~~~늘...

 

  가시낭구 말대로 아득하게 눈이 내린다.

사방이 눈발에 가려 회색이다.

백색 계엄령이다. 눈(雪)속에 눈길이 갈 곳을 모르겠다.

 

  얼마나 살았는지, 생을 마감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게다가 삼백예순날 햇살과 바람과 비와 눈으로 사포질 당한 고목이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아니지. 다 버린 몸 위를 눈이 감싸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찌나 편안하고 위풍당당한지.

할 일 다 마치고 자연 속으로 회귀할 날을 고대하는 선인의 모습처럼.

 

  아이젠을 신지 않았는데도 미끄럽지가 않아서 다행이다.

이 순백의 눈을 즈려밟는 것도 안타까운데... 날카로움을... 안 되지...

내가 몸으로 맞는 첫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져 그 지극한 그리운 마음이 해마다 첫눈으로 내린다던가...

그러해서 그러한가 그립다...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지 않지만,

눈이 부시게 시린 눈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해도 될까?

 

  그리움에 그리움을 함박눈처럼 쌓으며,

몸은 조심조심 북바위산과 작별을 고한다.

 하산 길...낙엽 위에 쌓인 눈이 폭신하다.

눈밭에 벌러덩 누워,

내리는 함박눈을 온 몸으로 맞고 싶다... 

아!~~~

이 아름다움을 어찌 할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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