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암산, 만수계곡(2010. 07. 31)

 

지난 주엔 야유회를 겸한 남군자산 산행이었는데,

여고 동창들과의 단양 나들이로 산행을 부득이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참가 인원이 적었더라면 먼저 한 약속이니 산행에 함께 해야만 했겠지만

개인 승용차를 이용할 정도로 신청자가 넘치니 취소하는 마음이 가벼웠다.

ㅎ 뭐...아무리 넘쳐나도 마음이 가기를 원했다면 갔겠지만...

누가 뭐라해도 사람은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게 되어있는 게지...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에 선정된 도서 중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쓴

<마음>이라는 책에 인간의 변화 무쌍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책 표지에도 있지만 내 마음에 얹힌 글이라 인용해 본다.

 

"사람은 다급해지면 누구나 악인이 된다네. 예전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다리를 올려놓게 만든다네. 나는 훗날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고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려는 걸세.훗날 지금보다 더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지금의 외로움을 참으려고 하네.자유와 독립의 자아로 가득 찬 시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런 외로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네."

 

이렇게 말한 그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그 또한 그의 마음이니 어쩌랴~~~

그러나 이런 행위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명백한 악의 행위이다.  

 

 미셀 라크르와의 악(惡)이란 책에는

외로움이야말로 악의 본질일 수도 있다고 한다.

혼자 있는 사람은 나쁜 친구와 함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악에 대한 개인의 저항력을 논증한다고 한다.

현대 사회의 모든 악은 바로 타인과의 분리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런 분리, 고독감,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즉 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우리는 자연과 사람들과 서로 좋은 관계를 맺으러 함께 산행을 하는 건 아닐런지. 

 

 여름 휴가철의 산행인데도 산행 인원이 그들먹하니 얼대장 갑빠가 빵빵하겠구먼!

어떤 모임이든 소수정예란 있을 수 없다.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패배감을 표현하는 말일뿐.

동호인 모임일 수록 여럿이 모여야 즐겁고, 더욱 안전하고, 유연하고, 신바람이 나거든!

 

 

 

 

포암산을 언급할 때에 꼭 집어 넣는 하늘재는 백두 대간을 넘나드는 수많은 고개 중  역사적인 사연이 깊은 아주 특별한 고개란다.
신라가 북진을 위하여 처음 개척했다는 기록으로부터, 고구려 온달장군의 한강이남과 중원 단양지역 회복 전투,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이야기, 고려 몽고항쟁사,조선조 조령의 활성화와 더불어 쇠퇴되면서 상민과 천민들의 애닯은 사연등 유구한 한민족 역사와 더불어 함께 해 온 고개다.

 

그 옛날 두 발로 걸어 다니던 우리 조상들은 목적지를 한 발짝이라도 단축하려고

험준한 산을 넘기 위해 그나마 평이한 곳을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터널로 통과하는 곳이지만...)

그러니 구비구비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으랴.

사연들이 녹아 전설이 되고, 노래가 되고, 문학이 되고도 남지...

 

 하늘재를 거기 두고... 하늘~하늘~, 天~天~히

포암산과 만수봉을 지나 만수계곡 자연학습장까지가 우리의 路程이다.

당초 계획보다 1시간이 줄었다해서 만만하겠구나 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정보를 종합하니  만만디 코스는 아닌가보다.

에구... 어여 산내음을 활성화시켜 산행인원이 넘쳐 나야 YB와 OB로 나눌긴데...

 

들머리에서 얼마 안 올라가니

백두대간 하늘샘터가 목마른 이들을 지둘리고 있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많단다. 뭐... 젊은이 오줌발이라나? ㅎㅎㅎ

물 맛이 좋다해서 한 모금 마셔 봤는데 

아직 목이 마르지 않아서 그런가 물 맛이 그냥 그랬다.

하긴 물에서 맛을 느끼려하는 내가 바보지...ㅎㅎㅎㅎㅎ

시원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두근두근표 오이를 한 입 베어 무니

시원하고 달달상큼한 오이 수액이

가파른 오르막에 헉헉 대느라 바싹 메마른 입안에 감로수로다!~~~

ㅎ 오늘 여유만만팀이 왁자지껄 장사가 되겠는걸!

 

 

장미가 힘에 부쳐한다. 간단한 산인 줄 알고  따라 왔는데 오르막이 힘 드나부다.

미요는 아직 젊어서 그런가? ㅎ 생생하네... 

장미가 힘 들어하는 걸 보더니 산친구님과 촛불님이 결단을 내린다.

무리하면 아예 등산에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니 오늘은 적당한 거리로 만족하는 게 좋겠단다.

 

 나야 조금 서두르면 한 발 앞서간 팀과 완주를 할 수도 있었지만

처음 온 장미와 오랜만에 와서 낯설어 하는 미요와 동행하기로 한다.

이 또한 내가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작은 마음이니까.

   

 

예전에는 계단이 없어서 밧줄이나 옆에 우회로를 이용해서 올랐었나보다.

날씨가 쾌청하면 이 계단에 올라 먼 곳을 두루 살펴 볼 수 있었을텐데...

비 오시는 날보다야 구름 낀 날이 산행하기엔 좋다지만

그 구름과 연무로 인해 멀리까지 조망을 할 수가 없어 아쉽다.

 

 백두를 출발해 희뿌연 실루엣으로 지리를 향해 내 달리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에 올라타 있다고 생각하니 불뚝 불뚝 혈관이 맥동질을 하는 것 같고

내 달릴 수만 있다면 대간을 따라 냅다 백두산까지 달리고 싶다.

 

 대간을 타고 흐르는 地氣 때문인지 술 한 잔 한듯 얼얼하네.

 

 

포암산은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을 잇는 옛 고개인 하늘재 위로 솟구친 암봉으로 

백두 대간 주 능선상에 위치한 아름다운 산이다.
옛날에는 이 산이 베바우산이라고 불리었는데

문경 관음리에서 바라본 포암산 중턱 넓적한 바위의 전경이

마치 큰 베를 펼쳐 놓은 듯 하단다.

 

 

 

포암산을 지나 우리가 하산할 관음재에 도착하니 점심을 먹기에는 이르고

하산하자니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으니 봉우리 하나를 더 올라가 점심을 먹고

도로 내려오자는 산친구님과 촛불님 의견을 쫒아 이삼십여분을 올라가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의 특식은 촛불님이 가져온 콩국수였다.

콩국물은 적당히 얼려서 먹기 좋게 시원하게 녹았고, 꼬들하게 삶긴 국수는 나눠 먹기에 충분했다.

콩국물이 어찌나 진하고 고소하던지... 늘 배를 예쁘게 깍아 이쑤시개까지 함께 넣어 보내는

짝꿍의 솜씨니 어련하겠는가? ㅎ 진짜 장가 잘 들었네...

 

 

관음재에서 만수계곡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고즈넉하고 정갈하고 편안했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가 바위들이 초록 단색 이끼 옷을 입었다.

아래로 내려가며 물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큰 나무 둥치에도 이끼가 파랗다.

 

 

 

기생하는 낙엽송을 하늘로 더 밀어 올려 다른 나무에 가리지 않고 햇빛을 받기위해

기생식물은 몸부림을 치듯 낙엽송의 목을 옥죄는 것 같다.

숨통을 틀어 막히지 않으려 버둥대며 목을 위로 빼 올리면

다시 기세등등 목을 죄며 기어 오르고...

잎 지는 겨울이나 돼야 숨통이 트이려나, 목숨 다해 누워야 숨통이 트이려나...

썩은 등걸에도 그물처럼 남았있는 기생식물의 줄기를 보니 그도 맘대로 안 될 것 같다.

에구...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살 수 있는 나무였더라면

기생식물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텐데...

남보다 더 우뚝하다고 우월할 것도,

남보다 더 낮다고 열등할 것도 없는 자연의 이치련가...

 

 

계곡을 내려오며 이런 형태의 암석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어떤 힘을 받았길래 저런 모양이 됐을까?

퇴적암 층이 순간적인 횡압력을 받으면 저렇게 되려나?

아니면 벽돌깨기 차력사가 하는 것처럼 위에서 순간적은 힘을 받았을까?

시간이 날 때 조사를 해 봐야겠다.

무지 궁금하네...ㅎㅎㅎ

 

 

 

태어나서 처음으로 옷 입은 채로 물 속에 들어가봤다.

ㅎ 위에서 사람들을 못 봤으니 이 물은 깨끗하겠지?

난 물에 대한 결벽증이 있거든...ㅎㅎㅎ

들어 갈 때는 차갑더니 한참 지나니 견딜만했다.

정말 션~했다. ㅎㅎㅎ 겉도 속도.ㅎㅎㅎ 바르르...

 

 

 

최근 새로 나온 박완서님의 산문집 제목이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란다.

탈출한 덕에 횡재를 얻었지만 여전히 못 가본 길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상코스로 완주한 사람들 중에 혹 불만스러워하는 가본 길은

나처럼 탈출하느라 못 가본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길이다.

이래저래 가본 길은 눈으로 아름다웠고 못 가본 길은 상상으로 아름다우니

세상 모든 길은 아름다운 것인가? ㅎ 이 역시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지.

 

 

함께 산행 한 산친구님, 낮의촛불님, 장미님, 미요님

그대들 덕에 행복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한 산내음님들

그대들 덕에 또 행복했습니다.

산행 후 복기를 함께 하신 봄바람님, 천산님, 산친구님, 낮의촛불님, 국화님

그대들 덕에 더 행복했습니다.

조금 늦어지니 문자로 어디냐고 물어봐주고, 현관문 열고 들어가며 오삐!~ 부르면 오냐~ 하는

짝꿍이 있어서 최고로 행복했습니다. 푸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