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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고성 거류산(2011. 12. 03) --- 산내음 따라서

by 장끼와 까투리 2011. 12. 6.

 

 

 

 

 

 

2006년 12월 16일 충남 서산 팔봉산에서 시작한 산내음 산행이

2009년 12월 5일 북바위산(덕항산에서 산행지가 바뀐)에서 100회가 되었고

그 후로는 헤아려보지를 않아 지금이 몇 회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유랑(流浪)산행들과 합하면 일백 수십여 회는 될 것 같다.

훗~ 오백산, 천산을 한 사람들과는 비교꺼리도 안 되지만...

 

  그 많지 않은 동안에 두세 번씩 가본 산도 있는데

거류산은 이름조차 생소하고 더구나 산내음 역사상 처음 가는 산이라니

특별한 일만 안 생기면 꼭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전과 달리 요즈음에는 시간이 나는 대로 인터넷을 통해 산행할 산에 대해

이것저것(산행거리, 시간, 등로의 상태, 주변 사찰 등) 미리 정보를 수집한다.

이제사 산행의 참맛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것이리라.

 

  거류산은 고성 들판에 홀로 우뚝 선 산이란다.

하긴 걸어가다 멈춘 산이니 산줄기에서 떨어져서 홀로 선 건 당연하지.

왜 산이 걸어가다 멈췄을까?

전설이나 신화가 모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각색이 되니

세월이 흐르면 황당무계해지기 마련이다.

 

  옛날 갓 시집온 아낙이 저녁밥 짓다 문득 해 넘어 가는 산 바라보며

두고 온 친정 부모님 생각이 나서 홀로 우뚝 선 산에 자신을 비유해

“저 산도 산줄기에서 홀로 걸어 나왔구나...” 이랬을까?

아니면 수다쟁이 아낙이 심심풀이로 산줄기에서 떨어져 홀로 선 산을 보며

“저 산은 틀림없이 저 산줄기에서 걸어나왔을겨~~~” 이랬을까?

모르지...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대충 읽고 동네방네 퍼뜨려 전설이 될지도...

 

  아무튼 걸어산이 거류산(570.5m)이 되었다고 한다.

알프스의 마터호른 봉우리를 닮았다하여

한국의 마터호른(4478m)이라고도 한단다.

고성 출신 산악인 엄홍길대장이 별명을 붙이셨을까?

 

 

 

 

 

아니나 다를까? 예보대로 비가 오신다. 주룩주룩...

작은 우산으론 배낭과 보퉁이가 젖을 것 같아 큰~우산을 쓰고

솔밭공원으로 가는데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들이 다들 흘깃거린다.

“에구... 미쳤나봐~ 비 오는데 배낭 메고 어디를?... 쯧”

ㅎ 나라도 그랬을 거다. ㅎ

 

  걱정 마삼!~ 내가 샅샅이 검색했는데 절대로 고성엔 비 안 오시거덩!~~~

예상대로 환상적인 하늘이다. 기온도 아주 적당하고.

산행 거리, 등로 상태 등등 나한테는 환상의 조건이었다.

 

 

 

 

 

 

 

 

 

 

 

 

 

 

당동리에서 올려다보니 제법 우뚝하다.

물으나 마나지만 멋재일이한테 힘들지 않을까? 물으니 피식~ 웃는다.

지가 던져서라도 올릴 수 있는 곳이라나? 흐흐흐...

 

  겨울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밭에 시금치가 새파랗고,

배추는 아직도 통통하게 속이 차는 중이고

양파랑 마늘은 봄이 온 것 마냥 쑥쑥 웃자라는 것 같다.

이러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피해가 클 텐데 걱정이다.

 

  산을 오르며 왼쪽 앞으로 보이는 바다가 당동만이고

오른쪽 뒤로 보이는 바다가 당항포다. ㅎ 미리 지도 공부를 했으니까.

 

  역사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치른 해전은

옥포해전, 한산해전, 당항포해전, 명량해전, 순천만싸움, 노량해전 들이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돌아가시긴 했지만 모두 승리로 이끈 해전이다.

당항포. 이곳이 이순신 장군이 숨어있던 적선 21척을 무찔러 승리한 곳이다.

 

  전에 읽었던 김훈의 <칼의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보름달이 서쪽으로 기울었다.

물 위에 뜬 달무리 안에 적병들의 시체가 가득 차 있었다.

달무리는 바람에 흔들리며 넘실거렸다.

 

.주먹밥과 소금으로 새참을 먹였다.

사부들은 갑판에 누워 잠들었다.

달무리가 함대를 따라왔다.

달무리 안에서 시체들이 이물에 부딪혔고 노에 맞아 으깨졌다.

 

.우수영으로 가는 물길에서 나는 선실에 누워 있었다.

누운 몸이 물결에 흔들렸다. 화약 연기를 쏘여 두 눈이 쓰라렸다.

나는 갑옷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달빛에 젖어 잠들었다. (248쪽)

 

  우리들이 즐거움에 들떠 자자하게 웃으며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마치 저 바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바다로 우리들 앞에 존재함으로 인한 것인지도...

 

 

 

 

 

 

 

 

 

 

 

 

 

 

 

날카롭게 세모 모양으로 깎아 세운 것 같은 거류산이

마터호른 봉우리를 닮았다는데 마터호른 봉우리를 본 적이 없으니...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멋진 로고를 보며 상상이라도 해봐야지~

 

  암봉마다 한 사람 겨우 오르내릴 만한 앙증맞은 철 사다리가 놓여 있어

호기심에라도 안 올라갈 수가 없었는데...

아쉽게도 멀리서 보면 거북이가 거류산 정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모양이라는

거북바위를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에구... 아쉬워라...

이럴 때는 남 말 듣지 말고 직진해야 하는 건데... 큭!

아낙네가 이 봉우리를 오르면 명이 길어지고 자손한테도 큰 영화가 있다는데...

뭐, 여자가 이 봉우리를 오를 정도로 건강하면 당연히 오래 살고

건강해서 행복하면 자손들한테도 큰 복이 있을 것 같다.

이곳보다 더 한 곳도 많이 댕겼으니 아쉬운 맘을 달랠 수 밖에...

 

  말갛게 씻긴 파란 하늘엔 크고 작은 구름 함대가 진을 친다.

일자진으로 또는 학익진으로~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견고한 해수면에 부서져 눈을 찌른다.

당동만과 당항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류산 세모꼴 산정에 부딪쳐 소리를 낸다.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소리인가?

 

  거류산 정상 편평한 바위 위에 앉아 사방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산 주변의 잘 정돈된 너른 들판이 황금색으로 일렁였을 가을 풍경을 그려본다.

풍요와 평화와 희망과 안식이 온 들판에 가득했을 것이다.

흐흐흐~ 지금 이곳엔 검은콩자반이 풍요롭구나!~~~ 푸하핫~

 

 

 

 

 

 

 

4시까지 내려오라는 회장님 엄명을 받잡고 하산을 서두른다.

일단 마음은 서두르지만 멋진 바다 풍광에 발길은 자꾸만 늘어진다.

 

  거류산성 ---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90호. 복원한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다.

고려시대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다는 전승도 있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 가라산으로 기록되어 있고,

소가야 태조가 탄생했다하여 태조산이라 불렸다는

지역의 전승도 있어 가야시대 산성으로 볼 수도 있단다.

아무렴 어뗘~ 우리 마음속에 유적으로 남아있으면 되지...

 

 

 

 

 

 

 

 

 

이런!!!~~~이런!!!~~~

아무리 따뜻해도 그렇지 12월에 진달래가 폈네!

그런데... 꽃송이가 남아 있는 걸로 보면 앞서간 팬더가 못 봤나?

따 먹을 수 있는 건 죄다 따 먹는 팬던디... 크크크~~~

누구는 철딱서니 없는 꽃이라 하겠지만 내 보기엔 호기심 디게 많은 꽃이다.

남들은 때가 아니니라~ 꾸욱 참고 지둘리는디

이 호기심 발칙한 넘은 활까닥 피어 봤을 것이다.

그려!~ 잘 혔다!~

죽기 아님 몇 년 까물치기 밖에 더 하겠어!

 

 

 

새내기 몇 명이 뒤에서 제대로 산을 즐기는구나!~

발랄한 청춘들이 부럽다...

서쪽 하늘로 슬금슬금 넘어가는 햇살 잡아당겨 볕바라기 좀 더 하려하니

어느덧 하산 약속 시각이 임박했구나...

아뵹!~어여 내려가자!~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一字陣)으로 적을 맞으리.

 

2001년 봄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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