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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상도

봉화 청량산(2011. 11. 05) --- 산내음 따라서

by 장끼와 까투리 2011. 11. 6.

 

 

재작년 이맘 때 큰애를 시집보내고 장모가 돼서 갔던 산인데

올해는 그 때 시집보낸 큰애가 출산을 해서 할머니가 돼서 가는 산이네. ㅎ

이 산 저 산 주말마다 다니는 산들이지만

 

난 산마다 나름대로 특별한 얘기 거리 만들기를 좋아한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흐르면 다녀온 산의 모습보다는

그 산과 연상되는 특별한 얘기로 그 산을 기억할 것 같다.

 

 

전국적으로 비가 오신대서 걱정이 됐다.

가을비를 맞으며 하는 산행은 분위기로야 최고겠지만

감기에 걸리면 좋아하는 산행을 몇 주간 쉴 수도 있으니

보조 가방에 보온용 겉옷, 갈아입을 옷 등 넉넉히 챙기고

배낭에도 먹을 것보다는 우비, 방풍용 겨울 점퍼 등 ㅎ 배낭이 터지겠다.

 

  가을걷이, 주말 예식, 직장 행사, 등교 토요일, 때 지난 단풍, 주말 비예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산행 인원이 적지만 매끼 먹는 식사 굶을 수 없듯

ㅎ 산행을 취소할 수야 없지.

 

널널하게 두 자리씩 차지하고 연탄불에 오징어 굽듯 비비 꼬아도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니 참 좋네.ㅎㅎㅎ

 

 ㅎ 글라라 부회장 졸라서 시 한 수 읊어 달라 부탁한다.

“정말 그래도 돼요?”

모두 박수로 청한다.

컨닝 페이퍼도 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원석. 정진규”

 

  원석? 原石 --- 가공하지 않은 보석?

잠깐 원석의 뜻과 정진규 시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사이

 

 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乞人),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로 아주 조심스레 소중스레 데리고 와선 제자리에 앉혔다  

와서 보시면 안다

해묵어 세월 흐르면

반짝이는 별이 되는, 보석이 되는 原石들이

바로 그들임을 어이하여 모르실까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나는 슬픔富者 외로움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

살림이 넉넉하다.

 

  거지?  ㅎ "것이지" 또는 "게지"란 말이겠지?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하니 거지(걸인)란 말이구나... 

 에구~ 바로 글라라와 이 시에 대해 서로 나누었어야 했는데...

다음 산행에서 만나면 나누어 봐야지.

또 다른 시의 낭송이 기다려진다.

 

 슬픔 외로움 아픔 어두움은 쓰레기 목록들이 아니라, 재산 목록들이다.

나는 슬픔富者 외로움富者 아픔의 어두움의 富者”라고 하고 있다.

슬픔 외로움 아픔 어두움이 많다고 한 것이다.

슬픔 외로움 아픔 어두움이 많은 것은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픔 외로움 아픔 어두움을 낭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은행에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요즘 은행 금리가 많이 올랐다.

슬픔 외로움 아픔 어두움은 언제든지 빼내 쓸 수 있는 현금과 같다.

시인에게는 특히 그렇다. 대지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자에게는 특히 그렇다. “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박찬일·시인>

 

 

 

 

 

 

 

 

 

 

 

 

 청량사 절터가 우리나라 길지 중 길지라니 이번엔 꼭 가서 봐야지.

비가 오면 전에 못 들렀던 청량사로 올라가 절에서만 머물다가 내려오던지,

혹 상황이 괜찮으면 하늘다리까지만 갔다 와야지 했는데

비커녕 하늘은 맑고 기온이 높아 산행하기엔 오히려 더워서 땀깨나 흘렸다.

아마 새벽에 비가 내린 후 개었나보다. ㅎ 산내음 울님들 오신다꼬~~~

 

 내린 비로 더 청량해진 늦가을 투명한 햇살은 하얀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황홀하고

청량산 깊은 골 소슬바람은 기기묘묘 66봉우리 헐렁해진 나무 빗살 사이로 자유로운데

허나, 속세에서 묻어 온 바람 하나 시끌시끌 소음만 놓고 가네...

내 다음엔 참 소리 만나 기어코 한 깨달음 얻을 수 있기를...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안심당 전통찻집을 그냥 지나친 것이 못내 아쉽다.

참  소리 지둘리며 은은한 차 한 잔 마실 여유 부려 볼걸...

아래로 위로 아름다운 경치에 경탄하며 예까지 오느라 가쁜 숨도 고르고

 

사진도 찍고 시원한 물도 마시고 청량산 사계 사진 전시회도 둘러보고

유리보전을 지나 하늘다리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에구구~~~ 힘 들어라. 어지러워라. 역시나 부실한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나부다.

늘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ㅎ 오늘은 안 미안하려 했는데...

 

 그럭저럭 두실(뒤실)고개 마루에 올라 한 숨 돌린다.

비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산에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마도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 비 개인 후에 집을 나섰나보다.

 

선두팀의 점심 먹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더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연적봉 오르는 길이 통제되어 두실 고개로 올랐으니  

 

다음 봉우리는 자란봉이겠다.

상상의 새 난새가 춤을 추는 모습이라 하여 주세붕 선생이 이름 지었다 전해진다.

ㅎ 나도 조류이니 어여 서둘러 춤추는 난새봉까지 가야지~~~

 

 젖은 산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긴 해도 먼지가 안 나니 좋고

애처로운 낙엽들 발아래 부서지는 소리 안 들리니 더욱 좋고

고산 안개(구름) 수증기는 이미 비 되어 내려 시야가 맑아서 뎌뎌욱 둏아라~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하늘다리.

편하긴 하지만 썩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다. ㅎ 그렇다고 허물 수도 없고.

예전에 있던 계단이나 안전하게 잘 정비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늘다리를 배경으로 호세님이 꼭 두 번씩 셔터를 눌러 정성스럽게 사진을 담아 주신다.

 

건너편 선학봉에서 선두팀이 어서 건너 와 점심 먹잔다.

선두팀을 보니 괜한 여유를 부려본다. 사진도 몇 장 더 찍고, 경치 감상도 하고...

 

  재작년 장인 장모가 돼서 왔을 때도 장인봉은 생략했는데

올해도 역시나 장인봉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는 신 포도라고 생각하며. 여우처럼...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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