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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따로 또 같이]/까투리방

[스크랩] 4년 전 서점에서 직접 만났던 법정스님

by 장끼와 까투리 2010. 3. 16.

 

 

제가 평소 존경해 오던 법정(法頂)스님이 오늘오후 2시경,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입적하셨다는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법정스님을 참 존경해왔습니다. 아마도 일반대중들의 법정스님과의 인연은 대부분 수필가와 독자로서 첫 만남으로 시작되었을 겁니다. 저도 법정스님의 대표적인 산문집인 <무소유>를 통해 법정스님을 처음 알게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성적이면서도 명쾌한 삶의 지혜를 평소 '무소유의 삶'으로, 또는 주옥같은 산문집으로 설파해 온 법정스님.

 

개인적으론 법정스님을 산중사찰인 아닌, 일반서점에서 직접 만나뵈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평소 다독가이자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스님의 서점 나들이가 반갑기도 하고, 사찰이 아닌 서점에서도 스님을 직접 만나뵐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대형서점의 특별강연회 현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매년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지요. 이 ‘책의 날’을 기념해 지난 2006년 4월 22일에 <무소유><홀로사는 즐거움> 등의 산방수필집으로 인기가 많았던 법정스님 특별강연회가 한 대형서점에서 열렸었습니다. 당시 강원도 외진 산골에서 홀로 수행하며 ‘무소유’ 삶을 실천하고 있던 스님이 오랜만에 일반대중독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지요.


당시에도 가급적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홀로 수행하면서 한 달에 한번꼴로 <맑고 향기롭게>라는 모임 회지에 ‘한방산담’이라는 글로 일반대중과 교감하고 있던 스님을 일반대중이 직접 만나기란 쉽지 않았던 때입니다. 이런 스님을 사찰이 아닌 일반 서점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책에 대한 법정스님의 남다른 애정'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죠.


당시 주말 오후 3시부터 약 한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법정스님의 특별강연회는 약 300여 명의 청중과 류시화 시인 등이 참여했었습니다. 강연회는 ‘책의 날’을 맞이해 법정스님이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마음가짐', '스님과 책에 대한 개인적인 인연들'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법정스님, "인간부재와 소외의 시대, '인문'과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먼저 법정스님은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부조리와 부정부패 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독서를 통한 인간소양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었죠. 옛 성인들은 사서삼경이나 논어 등 ‘고전’을 통해 인격을 다져왔지만, 요즘엔 ‘고전’이나 ‘인문’ 등 책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한, 입시문제 등을 지적하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학교에서도 ‘인문’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구요.


법정스님은 현대사회에 들어서 사진이나 풍경화에서 점차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인간부재와 소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스님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인간의 가치를 다룬 고전이나 인문을 좀 더 많이 읽고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정스님이 전해주었던 자신과 책에 대한 몇가지 일화들

 


법정스님은 이날 특별강연회에서 자신과 책에 대한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4세 때 출가하면서 산에 무엇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책 3권을 엄선해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 책들은 ‘선(禪) 입문서’와 ‘유교의 본질’이라는 책 그리고 ‘영한사전’이었습니다.”


스님은 출가할 때 책과의 인연을 떠올린 다음, 지리산 쌍계사에서 수행할 때 N.호손의 <주홍글씨>를 읽다가 큰스님에게 들켜 “이런 책 읽으면 중노릇 못한다”는 불호령을 받고 결국 그 책을 불에 태웠던 ‘스님 최초의 분서(焚書)사건(?)’을 소개하기도 했지요. 50년대 해인사에서 수행할 때는 당시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닥터 지바고>를 읽고싶어 일반 책을 읽을 수 있는 보직으로 이동을 감행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내 곁에 책이 없다면 과연 무슨 재미로 살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나에겐 마실 차와 들을 음악, 볼 책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고 말하는 스님은 “어떤 방해도 없이 쾌적한 상태에서 읽고 싶은 책을 편안하게 읽고 있을 때, 즉 독서삼매경에 빠졌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라고 고백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법정스님이 평소 생각했던 좋은 책이란?

 


이날 강연회에서 법정스님은, 좋은 책이란 ‘먼저 읽을 때 배울 것이 있고, 고전적인 가치가 있는 책’, ‘수명이 긴 책’을 꼽았습니다. 더불어 상업주의적인 시류에 편승한 베스트셀러에 속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지요.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하며,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는 책’이라는 것이 법정스님의 책에 대한 지론이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항상 메모해 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인상깊었던 구절이나 느낌을 메모지나 노트에 정리해 두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 때도 도움이 되어 좋다고 합니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읽는 책을 통해서는 자신을 바로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스님은 '책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되, 책(문자)의 노예가 되어선 안될 것이며, “오히려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책을 많이 읽고도 ‘꼼생원’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집안의 전구 하나 제대로 바꿔 달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된다는 의미있는 충고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책을 통해 자기자신을 읽어낼 줄 알아야 열린세상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던 법정스님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세월의 바람이 피해간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은 항상 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날 강연회을 통해 직접 만나뵈었던 당시 법정스님은 70대 연령이라고는 볼 수 없는 단아하면서도 생동감있는 큰스님의 모습이었던 기억입니다.

 

 

 4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법정스님의 영면을 빕니다.

 

 

 

출처 : 루덴스's 트라이라이프
글쓴이 : 루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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