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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경기.충청

계룡산의 설경(2012. 03. 24) <장끼의 산행기>

by 장끼와 까투리 2012. 4. 19.

 

 계룡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3호이고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명산이지만,

나하고는 별로 인연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선 도읍지가 될 뻔한 명당으로 그 명성 덕분에

전에는 수많은 토속 종교들이 널려져 있다 하여

항상 호기심을 갖고 기다려왔다.

 

몇 해 전에 기회가 있어 산에 올랐지만 중도에 폭우와 운무로

더 이상의 진행을 못하고 하산한 적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으며

이후에도 번번이 어긋나곤 했다.

 

마침 이번 기회로 묵은 숙제도 풀 겸 기대에 부풀어 출발^^

 

먹구름으로 덮힌 하늘은 간간히 빗방울까지 뿌리니

산우들도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궂은 날씨 덕에 원 코스대신 짧은 산행코스로 변경되었다.

(천장골-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문필봉-신원사 )

 

들머리에 도착하니 빗방울은 굵은 비로 바뀌면서

차가운 날씨와 더불어 힘든 산행이 예고되었고 몇해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다행히 시간이 얼마 지나자 비가 그치며 운무도 사라져

어두웠던 기분도 걷히고 쾌적한 공기와 함께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아직도 겨울의 기운이 남아있지만 앙상한 나목과 잔설 속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의 생명의 숨결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또한 재잘거리며 흐르는 골짜기의 청아한 물소리는 

 잘 조화된 한편의 교향곡이다. 

여느 때와 달리 힘든 오르막길에도

자연의 신비함과 섭리에 관해 담소하다 보니 어느새 남매탑에 다다른다.

 

 

 

탑 주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산행 방향 쪽을 올려보니

산봉우리가 겨울에도 보기 힘들었던 눈꽃으로 덮혀 있는 게 아닌가 !!!

기대하지 않던 대~박~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광이 연출된다.

 

하얀 화선지 위에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가을 하늘보다 더 높고 더 순수한 쪽빛 하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하얀 상서로운 구름,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순백의 눈꽃~~~^^

 

환희와 황홀감에 도취되어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세상에 이런 행운이 ㅎㅎㅎ

인생도 어렵고 힘든 시간이 지난 후에 이런 대박이 터진다면

정말로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을텐데 ...

 

 

 

 

 

 

신바람은 삼불봉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점차 가까워지며 눈꽃 터널과 상고대 숲속에서

사진 축제와 향연은 한참 동안 계속된다.

모두가 모델이고 감독이며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행복감에 빠져든다.

과연 겨울 설화(雪花)로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삼불봉은

계룡2경의 자격이 충분히 입증이 된 셈이다.

 

 

 

 

 

 

 

 

이어서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의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이라는

자연성릉에서의 협소한 길목에서 아찔함에 스릴을 느끼며

사방으로 트인 조망과 경관에 흠뻑 빠졌다.

진행하면서 갑자기 눈앞에 우뚝 선 관음봉에 올라 주변 봉우리를 내려다본다.

상쾌한 기상과 함께

또 한 번 황홀한 설경의 향연을 만끽해 본다.

 

 

 

 

 

 

이제 하산 길로 접어드니 위로 문필봉이 보이고

 가는 길 곳곳에는 암자와 절이 보이며 토속 신앙의 흔적도 남아있다.

내려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우리가 지났던 코스를 올려다보며

 오늘의 과정을 되돌아 본다.

 

계룡 8경중 3경(2경: 삼불봉의 설화, 4경: 관음봉을 떠도는 구름,

8경: 남매탑에 반쯤 걸린 달)의

두 곳은 이룬 듯하니 이 정도면 기대치를 충족하고 남은 셈이다.

오늘 하루 선계속에서 세속의 번민과 오욕을 벗어나

수양도 하고 묵은 숙제도 풀었으니 마냥 푸근하고 즐겁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오늘의 산행과 같이,

 앞날이 어둡기만 하고 우울하게 보일지라도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한다면  

언젠가는 행운의 기회가 온다는 교훈이 떠올라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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