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계획은 창희네 가족들과 진옥이랑 덕유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신입사원 연수 중인 백천이가 명절이라 집에 다니러 온다고도 하고
산행 코스가 우리 부부에게는 힘에 부칠 것 같아 취소를 했다.
산행 거리가 5시간이 넘는 코스는 일단 겁부터 난다.
해도 길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걱정도 되고...
예전에는 이런 걱정 없이 다녔었는데...
이번 설은 집안 사정으로 제사를 안 지내고 명절을 보내기로 해서 한가했다.
그런데 정작 명절날 남편 사무실에 일이 터졌다.
그 동안 추위에 얼었던 배관이 녹으면서 물난리가 났나보다.
친구부부들과 산성에 가기로 한 약속, 지심도로 가기로 한 약속을 모두 취소해야했다.
3월 말이면 정년퇴직인데... 말년에 고생이네...
아들은 일요일에 서울로 올라가니 걱정 마시고 다녀오라 하고
남편도 혹시 사무실에 일이 생기면 나가봐야 하니 혼자 갔다 오라네.
지난 가을부터 늘 함께 다니다 혼자 가려니 불안하다.
챙길 것이 엄청 많아진 것 같다. ㅎ 겨우 두가지 늘었는데...(비상약과 돈)
그런데 솔직히 이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랴!
가장 중요한 것을 늘 잘 챙겨주는 덕에 여태 덜렁거리고 잘 살고 있다.
너무 심하게 챙겨서 가끔 성가시지만...ㅋㅋㅋ
지심도(只心島), 섬 모양이 마음 心자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아무리 지도를 이리저리 둘러 맞춰봐도 잘 모르겠다.
대동여지도에는 只森島로 표시되어 있다는데
섬 전체가 아름드리 동백나무로 빽빽하게 우거져 있으니
이 말에서 유래한 것이 더 옳을 듯싶다.
섬 이름이야 어찌 유래가 되었든 동백꽃의 꽃말이 겸손,
애타는 기다림이라니 모두 지심이 아닐런지...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왕복 12,000원의 배삯을 내고 20분간이면 도착이 된다.
선장 아저씨의 구수한 안내 멘트를 듣다보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내려 정말 안 어울리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우측으로 걸어 올라오면 닿는 곳이 이 곳이다.
맏끝 해안 절벽.
그런데 마끝이라고도 하나보다. 뭐가 맞는 말인지...
반대쪽 끝이 셋끝이라니 맏끝이 맞을 성싶기도 하고...
망망 대해를 바라보며 햇볕 따사로운 바위에 앉아 점심밥과 간식을 나눠 먹었다.
예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 유람선을 타고 카프리 섬에서 나폴리 항구로 들어가던 기억이 난다.
세계 삼대 미항 중 우선으로 꼽는 나폴리항이라 기대가 매우 컸었는데
엉? 뭐 이래... 실망...
그런데 가이드 말을 듣고는 이내 실망을 거두어들였다.
먼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수개월 내지는 수년간 항해하고 돌아오는 뱃사람들에게
나폴리 항구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히 안아 들이는 모습이란다.
그러니 뱃사람들에게는 그 이상의 아름다운 항구가 어디 있으랴...
포근한 날씨 덕에 볕바라기하는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잔잔한 쪽빛 바다 위에 잘게 부서지는 햇살 건너 장승포항을 바라보며
잠시 수년 전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ㅎ 산대장님을 따라 내 사진 뒤로 보이는 높은 경사면을 올라 진행하다가
산불 감시원한테 혼나고 내려오니 아까 선착장에서 올라와 맏끝으로 우틀하던 곳이네.
이곳에서 좌틀하면 세끝으로 가는 동백숲 길이다.
섬은 참 이쁜데 구조물들은 참말로 뽄새가 없다.
건물 외벽 색이나 지붕 색깔이라도 바다와 섬과 조화를 이루면 좋을텐데...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
최첨단 유행으로 튀려는 건지, 전령사인지, 선구자인지 두어 송이의 동백꽃이 활짝 폈다.
다른 것들은 아직 봉우리도 변변치 않던데... 그래서 못된 사람 손모가지에 희생이 되고...
보기만도 애달픈 꽃을 똑! 꺽다니...쯧...
동백숲 길을 걷다 우측 위로 향한 곳에 왠 건물?
초등학교 분교였는데. 지금은 폐교 상태란다.
요런 자그마한 학교에서 풍금치며 꼬맹이들 가르치면 참 좋을긴데...
대나무 숲은 조성한 지가 얼마 안 됐는가보다.
백초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는다는데...
젓대는 울고, 붓대는 그리고, 살대는 가고...
하긴 동백섬엔 어울릴 법도 하네...
흔들의자와 전망대가 있는 잔디 광장^^
사진 앞 쪽으로 가면 셋끝. 뒷 쪽으로 가면 국방과학 연구소와 탄약고 방향.
난 탄약고 방향은 생략하고 셋끝으로 진행.
셋끝으로 가는 길에 바다를 배경으로..^^
셋끝으로 가는 길은 포장이 안 된 길이라 먼지는 나지만 발바닥 감촉이 참 좋다.
언젠가는 모든 길에 시멘트를 걷어내겠지...
비로 인해 유실은 되겠지만 배수로를 잘 내고, 복토를 자주 하면 될텐데...
관광객을 유치할 연구를 하던가, 사람을 적게 들여서 보존을 하던가,
이 점이 딜레마지만...
웬 흉물스런 콘크리트 구조물이지?
에구... 일본군 잔재구나...
서치라이트 보관소란다.
섬 구석구석 그들의 잔재가 남아있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니 그냥 남겨둘 수 밖에...
저 쇠문이 녹슬어 바스러지는 날까지 역사의 교훈으로 새겨야할텐데.
방향지시석.
대마도 방향, 부산 절영도(영도)방향...
커다란 나침반 모양의 원 둘레에 시멘트로 만든 방향지시석이 남아 있다.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방향을 지시했던 표시석들이다.
지금은 깨지고 마모되어 글씨도 희미하고 안에 철근이 노출되어 있다.
마음 心의 삐침 부분인가?
셋끝 전망대^^
저 앞이 부산 영도 쪽일 것 같다.
거제 조선소에서 만든 배들이 시험 운항하는 곳이라는데...
바다 색깔이 쪽빛이다.
전에 함께 여행했던 거제시청 공무원들이 카프리 바다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이유를 알겠다.
난 우리나라 남쪽 바다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거든. ㅎㅎㅎ
보기는 여러번 봤지만 어려서 건성으로 봤기에 물 색깔에는 관심도 없었지.
그래서 경치를 보는 여행은 나이가 들어서 해야 한다.
백천이랑 통화 중^^
시간이 촉박해서 관광코스로만 돌아 봤다. 아쉽다.
다시 오게 된다면 지심도 지킴이 아저씨 안내로 해안선을 따라 절벽 트레킹을 하고 싶다.
동백꽃이 활짝 펴 온 섬이 꽃눈물 그렁그렁 할 때 와봐야지...
눈물처럼 후두둑~ 동백꽃이 지는 날이면 더 좋을테지만...
'산행일지 > 섬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업도, 덕적도(2016. 09. 03~04.) (0) | 2016.09.20 |
---|---|
진도 관매도(2012. 02. 25)---산사랑 따라서 (0) | 2012.03.20 |
소매물도 여행(2011. 07. 23.) --- 산울림 따라서 (0) | 2011.07.26 |
거문도, 백도(2011. 04. 23.) --- 산울림 따라~~~ (0) | 2011.04.26 |
통영 연화도 연화봉(2011. 01. 01) (0) | 2011.01.03 |
진도 접도 산행(2010. 11. 27).) (0) | 2010.11.30 |
홍도, 흑산도 여정(2010. 10. 09~10) --- 얼떨결님 블러그에서 옮겨옴. (0) | 2010.10.20 |
홍도, 흑산도 여행(2010. 10. 09 ~ 10) (0) | 2010.10.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