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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 저 것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서울 나들이를...ㅎㅎㅎ

by 장끼와 까투리 2010. 2. 4.

 

 


 

 

작년 9월 경에 문화공간쉼터에 대전에서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공연이 열린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서둘러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봤더니 2005년에 초연된 뮤지컬인데,

제 1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품이란다.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을  연출한 장유정씨가 극을 만들고 가사를 짓고, 연출을 했단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는 넉달 동안이나 공연을 한단다.

 

소공연장을 위한 뮤지컬이라니 지방의 규모가 큰 대공연장에서는 그 섬세함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리고 공연요금도  만원이 더 싸서 다른 일정과 모아서 서울로 직집 가서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청주로 이사를 한 후에 청계천, 광화문 광장, 서울시청 광장 등 새롭게 바뀐 곳이 많으니

겸사겸사 구경도 하고, 인사동도 한 번 둘러 보고, 하동관 곰탕도 먹어 보고... ㅎㅎㅎ

 

전에 서울 살 때는 그냥 볼 일 보러 다니는 중에 스치면서

참 복잡하구나 피곤하고 시끄럽고 매연도 많고...  등 등. 얼른 일 보고 집에 가야지... 했었는데.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서울이 참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든다.

몇년 전에 다녀온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를 사람들이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광화문 광장 남쪽 끄트머리에서 바라 본 광장 주변과 북악산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인사동에서는 때마침 전통문화거리 종합정비사업 준공 기념 공연까지 열리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이 아름다운 도시를 제대로 못 느끼고 살았으니...

이제라도 두어달에 한 번 정도는 600년 유서 깊은 서울을 탐색해 보고, 문화도 느껴봐야겠다.

 

대학로 예술마당 4관 4층. 230석 규모.

인터넷으로 맨 앞 좌석을 예매했었다.

발 뻗기도 편했고, 배우들의 작은 표정까지 숨소리까지 모두 느낄 수가 있으니.

뮤지컬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ㅎㅎㅎ

배우들과 가끔 눈도 맞출 수 있었고, 웃음도 나눌 수 있었고, 손도 잡을 수 있었다.

더구나 이 배우들은 11차 팀 중에서 최고의 배역을 모았단다.

말 그대로 스페셜팀이란다.

공연을 다 보고 평소 말을 아끼는 남편이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흡족해 한다.

ㅎ 나야 어지간하면 항상 좋지만...

 

7명의 배우가 수시로 배역을 바꾸어 가면서 웃기고 울리고 감동을 준다.

조금도 눈을 뗄 수가 없고,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가 없다.

배우들의 대사, 몸짓, 노래 그 어느 것도 놓칠 수가 없었다.

 

알코올 중독환자 정숙자, 치매 환자 이길례할머니, 반신불수 최병호, 자원 봉사자 김정연, 최민희

모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닥터리 말대로 상처는 깊이만 있지 크기가 없어서 누구의 것이 더 큰지 알 수가 없단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나간 새신랑의 편지를 배달하는 소년 우체부와 사랑이 싹 트고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 온 새신랑은 절망 속에 권총 자살을 하고

세살 어린 소년 배달부와 새 삶을 시작하지만 그 마저 세상을 뜨는 치매 환자 길례할머니. 

천애고아로 유흥가에서 접대부 생활을 하다 만난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결국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본인만 음독을 하게 되고,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염세적인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는 정숙자. 

부인과 딸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이 사업에 뛰어 들었다 파산하고

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사채업자들에게 쫒겨 숨어 다니다 반신불수가 된 최병호. 

한창 자유롭게 청춘을 구가할 나이에 카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서 각양각색의 환자들에

둘러싸여 하루 12시간의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닥터리의 삶.

돌아온다던 부모를 기다리며 온갖 어려움을 겪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원망으로 쌓인 

연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예고 방송을 보고 아버지를 찾아 온 최민희.  

사랑했던 약혼자에게 이유없이 파혼을 당해 방황하다 방송을 보고 찾아 온 자원 봉사자 김정연.

 

이들은 모두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고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속에서 감쪽같이 반신불수 최병호가 사라졌다.

 

 상처 가득한 사람들이 또 다른 상처 투성이 한 사람을 치유할 수 있지.

 

이들이 펼치는 연기는 잔잔한 감동을 곁들인 코믹함으로 때론 궁금증으로 잠시도 딴청을 피울 수가 없게한다.

공연을 보는 내내 편안하고 따뜻함이 나와 객석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극이 주는 메세지가

자신들의 상처를 남의 탓으로 전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닌지...

살아가면서 행복한 시간보다는 무덤덤하거나 어려운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늘 행복해야 하고, 행복하려고만 한다면 바로 그 순간 행복은 사라지리라.

삶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내면에서 긍정적으로 발효시켜 앙금을 남기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몸은 많이 피곤했던 하루였지만, 파주옥 곰탕처럼 진하고 따끈한 하루였다.

ㅎ 하동관이 명동으로 이사를 가서 파주옥 곰탕으로 점심을 해결.

그런데 국물도 진하고, 편육도 실했고, 반찬도 많고 정갈했다.

 

그래서 인생은 기대했던 대로 되지 않아도 또 다른 길이 있어 좋은 것이 아닐까...

나들이에 기꺼이 함께 해 주신 여봉!~ 고마워요~~~

 

 

 

광화문 교보 빌딩에 내걸린 시구가 하도 좋아서 디카로 찍었습니다.

길 건너에서 찍었으면 나뭇가지에 가리지 않았을텐데...

ㅎ그런데... 더 근사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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