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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시 / 아마님 사진

by 장끼와 까투리 200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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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해주겠구나 생각 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도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 그 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 삭히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언젠가 그 사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고.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내가 왜 웃을 수 없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과 하도 웃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년 치 웃음을

그때 다 웃어버려서 지금 미소가 안 만들어진다는 걸.

웃고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 사람 끝까지 나를 생각해주었던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안 보여주려고 고개 숙이며 얘기하던 사람입니다.

탁자에 그렇게 많은 눈물 떨구면서도 고개 한 번 안 들고

 

억지로라도 또박또박 얘기해 주던 사람입니다.

울먹이며 얘기해서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주었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정말 내게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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