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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된 시인들

가을편지 --- 정호승 / 산내음 금초님 사진

by 장끼와 까투리 2009. 9. 29.

 

 

가을편지

 

                 정 호 승

 

가을에는  사막에서 온 편지를 읽어라

가을에는  창을 통하여

새가 날으는 사막을 바라보라 

가을에는  별들이 사막 속에 숨어 있다

 

가을에는  작은 등불을 들고

사막으로 걸어가 기도하라 

굶주린 한 소년의 눈물을 생각하며

가을에는  홀로 사막으로 걸어가도 좋다

 

가을에는  산새가 낙엽의 운명을 생각하고

낙엽은 산새의 운명을 생각한다

 

가을에는  버릴 것을 다 버린

그런 사람이 무섭다

 

사막의 마지막 햇빛 속에서

오직 사랑으로 남아 있는

그런 사람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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