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수 사무실에서 한 지방 일간지를 읽다가
스타킹 왕중왕 김지호군이 출연하는 콘서트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TV를 잘 안 보니 도통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다.
스타킹은 여자들 양말인데, 왕중왕이라면 가장 질긴 양말일 테고
그렇다면 김지호군이 그 양말로 뭘 어쨌다는 건가?
아니면, 음...스타 킹! 스타 중에 왕이라는 뜻일 테고
그럼 김지호군이 멋진 연예인이라는 건가?
혼자서 중얼거리는데,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깔깔 웃는다.
아이쿠! 또 쉰세대 소리를 듣는구나...
자세한 얘기를 전해 듣고 나니, 지호군이 출연한다는 콘서트를 꼭 보고 싶었다.
요새 여기저기 몸에 이상 징후가 보여 병원에 들락거리며 진료 받으랴
각종 검사 예약 하랴 등등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예매를 깜빡했다.
하긴 공연 날짜가 언제인가도 미처 챙기지도 못 했지만.
오늘 오전에도 충대 병원에서 갑상선 스캔을 하고,
동생이 장기 출장이라 동생 사무실에 들려 이것저것 챙기고
할 일도 없이 난롯가에서 졸고 있는데 진옥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언니 드림콘서트 표가 있는데 가실래요?
왜 안 가겠니? 생각지도 못 하고 있다가 표도 로얄석. 게다가 공으로 얻는데.
서둘러 학생문화회관으로 달려갔다.
평일 오후 3시 공연이라 자리가 텅 비려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연주단이란다.
지휘자를 볼 수 없기에 각자 이어폰을 통해 지휘를 받는다고 한다.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올 때는 봉사자들이 손을 잡고 인도를 한다.
그들이 연주하는 타악 앙상블, 피아노 트리오, 브라스 앙상블 등
아름다운 선율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들의 조화로운 멋진 연주를 위해 애 쓰신 선생님들, 봉사자들,
무엇보다 연주자 본인들의 노력은 눈물 그 자체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합창을 들으며 겸손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진다.
징글벨,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Must have love, Time to say goodbye
등 멋진 노래들을 합창과 중창으로 들으며 손뼉을 치며 같이 흥얼거렸다.
그런데, 김지호군이 열창하는 You raise me up과 어린이들과 함께 부르는 거위의 꿈에
객석은 모두 울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설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무대가 다소 어수선하고, 무대 매너가 서툴고, 덜 세련됐지만
온 정성을 다해 연주하고,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빛을 보았다.
빛 속에 살면서도 어둠 한가운데를 헤매는 우리들에게 그들은 진정한 밝음을 선사한다.
늘 빛을 갈망하는 그들에게서 희망과 사랑의 빛을 가슴으로 느낀 하루였다.
'이 것 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서울 나들이를...ㅎㅎㅎ (0) | 2010.02.04 |
---|---|
추억 (0) | 2010.02.02 |
[스크랩]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동아 한국 문화 경향 조선 중앙일보) (0) | 2010.01.08 |
<GLADIATOR> OST --- Now We Are Free (0) | 2009.12.30 |
Posted by Book끄-Book끄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0) | 2009.11.19 |
<스크랩>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말 --- 마광수 (0) | 2009.10.21 |
<옮겨온 글>사랑의 실체에 대하여 --- 마광수 (0) | 2009.10.21 |
[스크랩]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 왕원화 (낭독 김지선 고혜란) (0) | 2009.10.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