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바우길 2구간(대관령 옛길)은 흔히 산책하는 일반 트래킹과는 달리
선조의 얼이 담겨 있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6년 전 이 곳에 가려고 산악회에 신청했으나 많은 비로 행선지가 강릉 솔밭길로 바뀌었다,
이번 기회에 천천히 옛 시대를 음미하면서 힐링도 해 볼 참이다.
바우’는 강원도 말로 바위를 가리키며, 따라서 ‘바우길’은 강릉을 중심으로 한
트레킹 코스를 친근하게 표현한 말이란다.
또한 바빌로니아 신화에 손으로 한번 쓰다듬는 것만으로
중병을 낫게 하는 ‘바우(Bau)’라는 여신의 이름을 따서 사람들 모두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바우길’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또 대관령’이라는 지명을 이 지역 사람은 ‘대굴령’이라고도 부른다.
고개가 험해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 라는 뜻에서
그렇게 불렀으며,
그 ‘대굴령’을 한자로 적어 ‘대관령’(大關嶺)이 되었다 한다.
대관령 옛길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이래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역로이자 교통로로서,
대관령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옛길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2010년에 명승 제74호로 지정되었다.
오늘 코스는 대관령 하행휴게소 - 국사성황당 - 반정 - 옛주막집 - 우주선 화장실
- 대관령 박물관까지 10.6 km로 4시간 소요 예상.
대관령 국사성황당입구 표지석을 지나 숲속 사이로 능선을 오른다.
오늘 전국적으로 날씨가 매우 덥다는데 이 곳 강원도 영동지역은 선선하다니 ~~~
ㅎ 쾌적한 하루가 예상된다.
이곳 대관령 옛길은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지나면서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쓰고,
강릉이 고향이었던 신사임당(申師任堂)이 어린 율곡(栗谷)을 데리고
함께 넘던 길이기도 하다.
또한 영동 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을 가기 위해 넘기도 하고,
영동 지방의 물산을 보부상들이 지고 오르기도 하였던
고갯 길이다.
이 길은 조선 초기만 해도 사람 한 둘이 간신히 다닐 정도였으나
그 후 중종 때 강원 관찰사인 고형산이
이 길을 사재를 털어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혀 놓았다 한다.
7년전 겨울에 이 길로 선자령에 올랐는데...? 당시에 사방이 온통 눈 천지라 헷갈리네 ~~~
KT 중계소와 무선국을 지나 삼거리로 진행 ~
어제 비까지 내려 더욱 청명해진 날씨 !
한층 맑아진 녹음과 신선한 공기, 촉촉하고 호젓한 숲길을 내려가면서
한참 동안 속세를 벗어난다.
또 나뭇잎과 가지 사이로 부채살 같이 퍼지는 투명한 햇살은
보석같이 찬란하고 눈부시며 아름답다 ~~~ !
▲ 옛길가에 세워진 김시습시비
大嶺雲初捲
대령운초권 대관령 구름이 처음 걷히니
危顚雪未消
위전설미소 꼭대기의 눈이 아직도 남아있네
羊腸山路險
양장산로험 양장처럼 산길은 험난도 한데
鳥道驛程遙
조도역정요 조도같은 역정은 멀기도 하네
老樹圍神廟
노수위신묘 늙은 나무 신당을 에워싸고
晴烟接海嶠
청연접해교 맑은 안개 바다 산에 접했구나
登高堪作賦
등고감작부 높이 올라 글을 지으니
風景使人遼
풍경사인요 풍경이 사람의 흥을 돋우네
▲ 조선 말기의 학자, 문인이였던 남당(南塘) 韓元震(한원진)의 대관령 시비
한원진 시비
鳥道懸天去
조도현천거 새가 다닐 험한 길은 하늘에 걸렸고
我行在半空
아행재반공 이 길을 가는 나도 반공중을 걷고 있네
山連雲岳白
산연운악백 연이은 산들에는 눈이 내려 흰 빛이고
水湯火輪紅
수탄화윤홍 물을 붉은 해에 씻기어 붉게 비친다
關海天里遠
관해천리원 훤히 트인 바다는 아득히 천리에 뻗었고
雲烟一望通
운연일망통 구름은 한 눈에 시원히 트였구나
平生四方志
평생사방지 평생에 품었던 온갖 뜻이
今日駕長風
금일가장풍 오늘에야 긴 바람을 타는구나
▲ 반정으로 가는 대관령 옛길
▲ 반정에 세워진 이정표
먼 옛날 대관령을 넘던 신사임당은 이 고갯마루에 올라 산 아래로 멀리 펼쳐진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향집의 노모를 떠올리고는 애틋한 마음에 젖는다.
고향인 강릉을 떠나 서울로 가는 신사임당이 대관령을 넘으며 지은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이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慈親鶴髮在臨瀛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身向長安獨去情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回首北村時一望
흰 구름 떠 있는 곳 저녁 산만 푸르네
白雲飛下暮山靑
대관령 고개에서 강릉 방향을 보고 그린 김홍도의 산수화다.
옛길이 저 멀리 이어지고 경포호가 보인다
반정(半程)이라는 지명은 대관령옛길의 정상과 아래의 중간 지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강릉 사람들은 반쟁이라 부른다.
옛날 주막터에 고증을 거쳐 초가로 복원된 주막집.
대관령 옛길을 넘나들던 많은 길손들이 그 옛날 지치고 허기진 몸으로 머물렀을 것이다.
▲ 주막터의 초가집 복원 설명판.
맑고 투명한 옥류 ..^^
대관령 옛길의 흙길을 따라 내려오면 울창한 숲과 금강송이 어울려
하늘을 가리면서 더위를 식혀준다.
또 산새 소리와 길 옆에서 흐르는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면
머리와 귀가 맑아진다.
녹음 속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맑은계곡수의 음이온은
일상의 번뇌와 오염된 우리의 심신을 말끔히 세척시킬 것이다.
▲ 산불 초소와 숲 안내소 !
▲ 우주선 화장실
길 양옆가 하늘로 쭉쭉 뻗은 금강송 !
솔내음 맡으며 걷는 편안하고 호젓한 길 ! 아우! 너무 좋다 ~~~
에고 , 이제 다 왔네 ! 만 세 ~~~
▲ 저 멀리 산위에 얼마 전 산불이 남긴 흔적이 보인다.
대관령은 옛날부터 아흔아홉 구비라는 험한 영길로서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시야가 탁트여 발 아래 무수히 많은 봉우리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곳이다.
이 곳을 다녀간 수 많은 시인과 묵객중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찬사도 많지만
한편 애환이 담긴 시와 글을 보니 나름 숙연해 진다.
또 옛 선비들이 부임할 때 서러워서 울고,
떠나갈 때는 인심과 경치에 정들어서 울었다는 "원울이재" 의 유래도 있다.
오늘은 옛 선비들의 역사적 향취가 어려있는 유서 깊은 옛길에서
조상들의 생활과 애환을 음미하고 힐링도 겸한 매우 의미 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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