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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제주도

제주도 올레7코스, 한라산 백록담(2012. 02.04~05)---산내음 따라서

by 장끼와 까투리 2012. 2. 13.

 

 오늘은 금년 들어서 처음 산행하는 날이고 부친상을 치른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이번 산행은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산행이 될 것 같다.

 

오십 후반 느즈막 산악회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전국 유명 높은 산은 대부분 오른 경험이 있지만

한라산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년 전 새해 첫 날 한라산에 오른 적이(어리목-윗세오름-남벽-돈네코) 있으나

정상을 오르는 백록담 코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2, 2, 4 아침 10시 청주공항에 도착하여 산우들을 보니

평소 산행 때보다 더 밝고 즐거운 표정이다.

역시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여행(?)이라 일반 산행하고는 격이 좀 다른가 보다.

 

출발시간이 한 시간 지연되었으나 일정에는 차질이 없어 보인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버스에 올라 서귀포 해변 가에서 식사를 마친 후

첫 번 일정인 올레길 7코스(외돌개~월평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출발지는 절경으로 유명한 외돌개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전개된다.

 

우뚝 선 외돌개와 주변의 기암절벽, 맑고 투명한 에머럴드 바다,

그리고 바위에 부딪치며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거품들 ~~~

뛰어난 경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물색이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

쪽빛과 에머럴드의 조화는 색의 극치를 이루었으며,

몇 해 전에 다녀온 환상의 바다 빛깔로 유명한 카프리섬과 아주 흡사하다.

 

많은 인파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머무르고 싶은 심정을 뒤로하고 다음 진행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이어지는 길은 대장금 촬영지를 지나 지루할 틈도 없이 새로운 장면이 계속 연출된다.

진행하는 곳곳에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숲길과 테마공간을 조성하고 오르내리는 길도 산뜻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런 멋진 길 위를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모습과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담는 장면 모두가 다정스럽고 정겹다.

또한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내는 야자수 군락에서 일행들의 신혼여행 시절 부부사진 이벤트는

다소 쑥스럽고 어색 했지만 즐거운 표정들이다.

 

어느 작은 포구에 이르러 해녀동상과 함께 다정한 양 기념사진 찍는 모습은

순박한 철없는 아이들 같았으며,

또 이 곳 특산물인 오메기떡을 나누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며 정다움이 느껴진다.

 

이런 모든 일들이 오늘이 지나면 한편의 추억으로 남으며 그리워지겠지~~~

 

 

 

 

 

 

 

 

 

 

 

 

 

 

 

 

 

 

 

 

 

어느덧 목표 지점에 다가오면서

때 마침 구름사이 붉은 노을과 석양에 비쳐 반사되는 바다,

그 위로 검은 현무암의 크고 작은 바위들,

그리고 해변 길의 올레객과 함께 투영되는 정경은

더 없이 다정하고 황홀했으며 그

 영상은 순간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제주도 올레길은 이제 해변가를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편한 마음으로 걸으면서 사색도 하고 또 낭만과 추억을 심어주는

누구나 걷고 싶은 매력적인 산책로가 되었다.

 

또한 머지않아 매력만점의 이미지로 부각되면서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필수 코스로 정착될 것이다.

여기에 한국적 고유문화를 접목하여 자연환경의 강점을 잘 살린다면

스페인의 유명한 순례길 산티아고를 훨씬 능가하는 명소로 각광 받을 것이다.

 

진작부터 우리부부도 퇴직한 후에 열흘정도 제주도에 머물면서

새로운 추억을 심으려 한다.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면서 남은 인생을 위한 재충전을 위하여

올레길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숙소에 도착해 내일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으나

긴장한 탓인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아침식사를 한 후 들머리 성판악에 도착하니,

날이 새기 전이라 시야가 캄캄해도 광장에는 많은 등산객으로 법석인다.

드디어 일행들과 함께 일정에 따라 머리에 불을 켜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험자들에게 힘든 과정을 들은 바 있어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오를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한동안 산행을 못해서 체력조절도 잘 안되고 속도 불편해서 처음부터 고전이 예상되었다.

 

눈 쌓인 길을 한걸음씩 옮기면서 양편으로 펼쳐진 환상적인 눈꽃의 경관에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과연 등산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겨울눈꽃과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하는

한라산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공항 출발시간 등을 고려한 촉박한 일정 때문에 8시간 안에 산행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느림보 부부에게는 애당초 완주는 상당한 무리였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되돌아가는 산우들과 같이 하산할 생각도 있었지만

원대한 목적을 이룬다는 각오로 정상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짝꿍인 약골 까투리와 함께 고난의 행군은 계속 이어지면서

체력은 소진되고 숨소리도 점차 가빠지며 다리의 통증도 심해져

한걸음 옮기기 조차 힘들기만 하다.

정상에 가까이 오면서 갑자기 짙어진 운무와 거센 눈보라로

고통은 더욱 가중되어 체력의 한계를 넘어섰지만

눈앞의 정상을 놓칠 수는 없다.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오르니 짙은 안개로 조망은 전혀 없었으며.

차가운 거센 바람과 추위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백록담 앞에 있는 정상 표지목 앞에서 겨우 인증샷을 할 뿐 이다.

우리는 정상정복의 성취감만으로 스스로 만족을 하며

아쉬운 심정으로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내려오면서 정상에서의 서운함과 힘들게 오르면서

소홀했던 경관을 보상이나 하려는 듯

눈앞에 펼쳐진 황홀할 설경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눈꽃터널은

그간의 아쉬움에서 환성으로 바뀐다.

 

 눈 축제의 향연이 계속되면서 몸 상태도 한결 좋아지고

기나긴 하산 길은 마침내 산행 종점인 관음사에 도달한다.

마지막 관문을 나오며 우리는 외친다.

 

왔노라 ~  보았노라 ~  이겼노라 ~  그리고 행복했노라 ~~~ 

 

 

 

 

 

 

 

 

 

 

 

 

 

 

 

이틀 동안의 바쁜 여정을 마치고 나니 힘들고 보람도 있었지만

여느 여행과 마찬가지로 아쉬움은 남게 마련이다.

 

고난을 극복하고 이룬 성취감과 오랜 숙원을 해결했다는 기쁨보다는

아쉬운 만큼이나 아름다운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다시 찾을 기대감에 부풀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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